화려한 조명 없이 빛나는 결혼식
나의 결혼식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을 입을 것인가, 하는 거였다.
왜냐면 우린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게 화려한 웨딩드레스와 준비 과정의 공주놀이였으나, 어느 순간 그런 갈망은 눈녹듯 사라졌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는 옷을 입고 인생의 한 챕터를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웨딩홀에서 사회자와 주례와 함께 하는 결혼식이 내가 하고 싶은 결혼이냐고 했을때, 어느날부터인지 분명하게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 젓게 되었다.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다. 웨딩홀의 결혼이 싫은게 먼저였는지,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이 싫은 거였는지. 어쨌거나, 웨딩드레스를 입지 않는다, 그리고 웨딩홀에서 주례와 사회가 있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 라는 두가지를 가지고 우리는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는 나의 고향에서 가까운 친척과 친구만 불러 소박하게 결혼하기로 했고, 덕분에 준비의 상당부분은 고향에 계신 엄마 아빠가 해주셨다. 뭐 사실 준비래봤자, 호텔의 작은 연회장 하나를 빌리는 것으로 얼추 끝이 났다.
그리고 우리의 남은 고민은 무엇을 입을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엄마가 툭, 한복은 어떻냐 했다.
그렇게 한복을 입고 결혼하기로 했다. 나는 정말로 그 전까지 한복이 그렇게 화려한 옷인줄 몰랐다. 강렬한 색감에 광택이 흐르고, 금박이며 은박, 화려한 자수들이 수놓아져있었다. 거기에 화장과 화려한 머리장식을 올리자, 세상에 이렇게 화려한 옷이 따로 없었다. 드레스를 입는 것이 덜 튀었겠다 싶었다. 더 좋은건, 그렇게 차려입고도 불편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잔디밭이 내다보이는 연회장 자연광 아래서 누구보다 화려한 주인공이 되어 씩씩하게 테이블을 누비며 우리의 결혼식을 찾아준 사람들과 사진찍고 음식을 먹으며 우리는 그렇게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