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5일에 발매된 실리카겔의 선공개 싱글앨범 [Mercurial]에 수록되어 발매된 오늘의 노래는 앨범명과 같은 'Mercurial'이다. 최근 밴드음악과 록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실리카겔에 빠지게 되었는데, 처음 듣고 나서 가사를 찾아보고, 가사를 보면서 공감하기 시작하면서 곡을 외우는데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평균적으로 한 곡을 외우는데 이틀에서 사흘 정도 걸리다 보니 하루도 되지 않은 채 외우게 됐다는 건 무한반복과 그만큼의 내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 아닐까. 그럼 오늘의 곡 바로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Mercurial'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변덕스러운/활달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곡에서는 '변덕스러운'이라는 뜻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을 주는 것 같은데, inst. 는 또 '활달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곡이 어떤 곡인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본인 내면에 일어난 허리케인'과 같다고 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이 곡의 가사는 본인 내면의 방황과 혼란스러움을 그대로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카겔의 주 장르인 '사이키델릭 록'중, 몽환적인 느낌을 담으면서도 혼란스러워하는 감정들을 단단한 보컬과 웅장한 드럼과 베이스로 곡을 전개해 나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곡은 베이스와 드럼 라인이 굉장히 돋보였는데, 기타 리프가 주도권을 잡고 이끌어가는 일반적인 밴드음악들과 다르게 묵직하게 빈 공간을 채워주는 베이스를 도와서 의도적으로 음역대를 낮추고 드럼과 함께 템포만 올려가는 식의 곡 전개였다 보니, 이 곡으로 하여금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정제되지 않고 마구 흔들리는 감정선이 보컬로 하여금 잘 뿜어져 나오지 않았나 싶다.
지난 'T.T.T'를 소개할 때는 실리카겔의 음악은 가사를 해석하기보단 감으로 느끼는 것이 맞는 것 같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 곡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물론 곡 자체에서 나오는 에너지로도 이 곡의 내용을 알아갈 수 있지만, 곡의 내용을 마무리시켜 주는 것은 가사인 것 같다. 그만큼 가사에 많은 감정들을 표현해 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보다 못난 건 없어, 비겁한 모습만 있어'
'엽기적인 생각들과 수치심만 들었어'
'역겨운 사람과 싸움을 했어 애석하겠지만 승자는 없어'
'내 귀엔 네가 낳은 알이 있어 내 맘속엔 항상'
'세상엔 아름답지 않은 사건들만 알려지고 있다고'
'내 맘엔 그런 빌어먹을 바이러스들이 잠시'
이렇게 1절의 모든 가사들을 적어봤는데, 구태여 설명하지 않고 읽는 것만으로도 이 곡에서 얼마나 수많은 혼란과 갈 곳 잃은 에너지들이 나오는 지를 알려주는 가사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 곡을 22살이 된 지금에 와서 듣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심적으로 힘든 상태지만, 지금보다 더 힘들고 대처방법도 몰랐던 중고등학생 때나 갓 20살이 됐을 시점에 이 곡을 들었다고 생각하면 너무 막막하고 처참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아마 이 곡을 그 당시에 들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무너져 내린 좀비 하나만 남아있지 않았을까.
물론 지금은 이 곡을 일종의 자극제, 감정의 기폭장치처럼 사용하고 있다. 이런 곡은 실제로 불렀을 때 그 감정이 더 잘 터져 나오는 곡이라서, 힘든 날이면 이 노래를 온 힘을 다해 부르고는 한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이 곡을 실리카겔 음악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준 곡이다. 만약 본인이 너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힘든 상황에 이 감정을 건강하게 분출하고 싶다면 이 곡을 듣고 따라 불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매일같이 행복할 수는 없지만 응어리진 감정을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좋은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