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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 Oct 18. 2023

[오스트리아 슈타이어]엄마는 문제해결사

수건! 세탁기! 다리미! 커피 캡슐?

슈타이어 해*즈홈 아파트호텔


우리는 한 도시에 적어도 사흘은 머물렀다. 몸과 마음이 지친 세 여자가 푹 쉬려고 떠난 여행이어서 바쁘게 계획 세울 일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숙소에서 메이드나 직원에게 부탁할 일이 종종 생겼다. 그럴 때마다 봄과 여름은 I(내향형)라서 도저히 할 수 없다며 E(외향형)인 엄마에게 문제 해결을 떠맡겼다.


객실 청소를 하지 않으면 5유로를 할인해 준대.
그럼 당연히 청소 사절이지!


쓰레기는 우리가 버리면 되고, 시트는 하루 더 써도 문제없지만,  깨끗하고 보송보송한 수건은 아쉬웠다.


여름아, 수건 좀 가져다 달라고 전화해 봐.
전화 무서워요. 그냥, 수건 이틀 써요.
안 돼. 비가 와서 수건이 잘 안 마른단 말이야.
그럼 엄마가 전화해 주세요.
알았다.(프런트에 전화하고) 곧 갖다 준대. 엄마는 잠깐 장보고 올 테니까, 수건 받아놔라.
안 돼요!!! 아직 머리도 안 감았고, 화장도 안 했는데, 직원이 오면 문 못 열어줘요.
괜찮아. 여자 직원이 올 텐데 뭘~
남자 직원이 오면 어떻게 해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갑자기 그런 일을 우리에게 맡기면 안 되죠. 엄마가 수건 받아놓고 나가 주세요~


세탁기가 말썽을 부릴 때는 좀 난감했다. 밀린 빨래를 하려고 세탁실에 갔더니, 카드로 먼저 결제를 해야 세탁기가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동전을 넣는 세탁기는 사용해 봤는데, 카드 결제는 처음이라서 내가 뭔가 실수를 한 모양이었다. 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갔다고 문자가 왔는데, 세탁기 꼼짝을 안 했다.


엄마가 설명서 똑바로 안 읽은 거 아니에요? 빨래하기 전에 항상 설명서 읽고 하라고 했잖아요.
아니야...(목소리가 작아진다)
그럼 순서대로 안 하고 마음대로 시작 버튼 눌렀어요? 이번에는 제가 설명서대로 할 테니까 한 번 더 결제하세요.
그럴 순 없지.  땅 파면 3유로가 나오니? 엄마가 가서 물어볼게.


나는 호텔 직원에게 가서 카드 문자를 보여주며 말했다.


나는 분명히 카드 결제를 했어. 그런데 세탁기가 돌아가지 않아. 가서 봐 줄래?


직원공용 카드로 세탁기를 결제해 주었고 설명서를 잘 따른 여름 덕분에 무사히 빨래를 했다.



빨래를 다 하고 나니 이번에는 다리미가 말썽이었다. 옷을 다리려고 다리미를 켰는데, 다리미 바닥이 눌어붙어 있어서 그대로 사용했다가는 옷을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리미를 들고 갔다.


이것 봐라. 다리미 바닥이 끈적끈적해.
그러네. 하지만 그건 내 상사가 와야 해결할 수 있어. 내일 상사가 출근하면 새 걸로 갖다 놓고 연락해 줄게.


다음 날, 외출하면서 보니 세탁실에는 새 다리미가 있었다.



호텔 안내 메일에서 요청하는 경우에만 네*프레소 커피 머신을 방에 준비해 준다길래, 달라고 했더니 직원이 커피머신과 함께 커피 캡슐 여섯 개가 들어있는 상자까지 갖다 줬다.


이틀 동안 셋이서 아침마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사흘 째 되던 날, 수건은 바꿔주면서 왜 커피 캡슐은 안 주는지 의아해서 안내 직원에게 가서 물었다.


오늘은 왜 커피 캡슐을 안 주나요?
처음 한 번만 무료 제공이에요. 오늘부터는 1개에 1유로씩 값을 치르셔야 해요. 몇 개 드릴까요?
아... 괜찮아요.
봄아, 여름아, 마트 가서 네*스카페 커피 캡슐 한 통만 사와라.


슈타이어 마트 장보기(커피 캡슐 사왔군!)


사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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