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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 Oct 18. 2023

[오스트리아 슈타이어]여름도 문제해결사

커피자판기에서 커피가 나오지 않을 때는


슈타이어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던 날 제대로 기차를 놓쳤다. 우리가 탄 기차가 공사 구간을 천천히 달리는 바람에 환승역에 도착했을 때는 잘츠부르크행 기차가 이미 떠나버렸다. 오스트리아에서 이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그냥 다음 기차를 타면 된다.


우리 말고도 환승을 해야 하는 승객들이 많이 있었다. 사람들은 플랫폼 여기저기 흩어져서 한 시간 뒤에 오는 기차를 기다렸다.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나니, 여름은 커피가 마시고 싶은 모양이었다. 역을 둘러보니 카페는 보이지 않았다. 여름은 대합실에 가서 자판기 커피라도 사 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참 뒤 돌아온 여름은 빈손이었다.


여름에게 커피 판매를 거부한 커피 자판기


왜 그냥 와? 자판기 없었어?
아니오. 카드 전용 자판기 있었어요. 카드 결제는 되었는데 커피가 안 나왔어요.
그럼 옆에 있는 가게에 가서 물어봐. 보통 역에 있는 자판기는 그런 가게에서 관리해.


자판기와  자판기 옆 가게


나는 무심하게 말했지만, 여름에게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여름이 한 번 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 대합실에 다녀온 여름은 이번에도 빈손이었다.


자판기 고장 났대요. 그렇지만, 2유로는 동전으로 받았어요.
어떻게 말했는데?
I paid, but no coffee.(나는 돈 냈어. 그런데 커피가 안 나왔어.)
(2유로 결제된 카드 알람을 보여주며)
OK. Let me see.(알았어. 내가 살펴볼게.) But, why 2 Euro? Coffee is 1.5 Euro!(그런데, 왜 2유로야? 커피는 1.5유로인걸.)
Um... I added Zucker.(음... 설탕 추가했거든.) *Zucker(주커)는 독일어로 설탕
I see. I'll give you 2 Euro.(알았어. 2유로 줄게.)


아이고, 직원이 커피에 설탕을 넣어야 겨우 마실 수 있는 어린이라고 생각했겠네!

 


한국에 돌아온 어느 날, 여름이 이렇게 말했다.


엄마, 카드가 취소돼서 4유로가 들어왔어요.
왜 4유로야? 설탕 넣은 커피라서 2유로라 그랬잖아?
사실, 커피 두 번 결제했는데, 그때는 차마 그 말은 못 했거든요.


오호 그랬단 말이지? 여름은 한 번 더 오스트리아 가야겠는데? 역 대합실 가게에 2유로 돌려줘야지!


사진-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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