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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파,벽돌책] 1.황금종이-조정래(7일차)

by oh오마주

파트 설명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1.일기


(다시 보는, 표지의 띠)

매일 생각하고, 매일 걱정하고, 매일 꿈꾸는 것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자, 그 누구인가!


[5] 개보다 못한 사람


192-193쪽 : 신호등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스타트라인에서 튕겨나가는 달리기 선수들처럼 다급하게 차도로 뛰어들었다. 김수희도 재빨리 걸음을 떼어놓지 않을 수 없었다. 어물거려서는 안 되고, 어물거릴 수도 없는 사람의 물결을 따라 다리를 움직여야 했다.


198쪽 : 여러 말할 것 없어. 그 양반 여든다섯이라니까 아흔까지 산다 치고, 눈 딱 감고 5년만 버텨. 나는 시한부 간호사다, 난 시한부 간병인이다 하고 말야. 그럼 얼마가 생기는지 알아? 옷값, 잡비로 써야 하니까 1년에서 두 달 빼고, 5 곱하기 5는 25, 2억 5천이야, 2억 5천! 그 돈이면 니가 원하는 알뜰한 사업 딱 차릴 수 있다구. 알아들어?


205쪽 : 전지혜는 '개 수발까지 들어야 하나' 생각하며 어물거렸다. 개 먹이도 비싼 외제가 수두룩하고, 개 병원, 개 유치원, 심지어 개 영어학원까지..., 그 비용이 가난한 집 생활비보다 더 많이 든다는 말을 가끔 들을 때면 전진혜는 속이 뒤틀려 오르고는 했다.


211쪽 : 어허허허, 해피가 해피하도록 해주겠다? 그 말 한번 멋지다. 그 말재주 한번 맘에 들었어. 어허허허...


232쪽 : 회장의 전 재산을 반려견 해피에게 유산으로 남기되, 개에게는 상속권이 없으니까 해피가 자연사할 때까지 돌봐주는 조건으로 가족이 아닌 제3자로서 전진혜에게 물려준다는 서류였다.


233쪽 : '아니, 내가 개새끼만도 못하단 말인가!' -중략- 회장은 육체적으로 성적 기능이 전혀 없으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욕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샤워할 때마다 자신의 몸을 탐했다. 두 손으로 자신의 몸을 샅샅이 더듬었고, 입술을 맞추었고, 젖가슴을 핥아댔다. 싫고, 징그러웠지만 애써 참아냈다. 그랬는데 모든 재산을 개새끼한테 넘기고, 자신은 개새끼 시중꾼으로 만든 것이었다.


234쪽 : '난 개새끼한테 매달 몇십만 원씩 들일 돈이 없어. 사람이 굶어 죽어가는 세상에 말야. 잘 가. 새 주인 만나서 잘 살어.'

해피는 그저 먹기에 정신을 팔고 있었다.

전진혜는 뒤돌아서 힘껏 뛰기 시작했다.



[6] ㅁㅁ은 영원한 ㅁ의 노예


247쪽 : 남편은 매사에 신중했고, 치밀했고, 포기가 없었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이루어냈다. 두 아이가 미국 유학을 원했을 때 한참 동안이나 두 아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가 "알았어!" 딱 한마디뿐이었다. 그런데 짧지 않은 침묵 속에 두 아이를 향해 날아가던 그 매운 눈초리 속에는 결심을 다짐받는 말들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249쪽 : "저러고 보니 약력 소개가 되긴 되네. 근데 결론은 저 애가 평균 이상의 우량아에다가 지능 뛰어난 천재라는 것 아냐?"


251쪽 : 사람들이 돈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출세인 것 같았다.


254쪽 : 그 동작에는 아이의 두 가지 마음이 드러나고 있었다. 어느 것을 고를지 망설이는 마음과, 하나만이 아닌 여러 개를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움직이던 아이의 손이 마침내 하나를 향해 뻗쳤다. 그림 붓이었다.

"얘, 얘, 얘, 아니, 아니, 아니, 이거, 이거, 이거 ..."

엄마가 곧 숨이 넘어가는 듯 다급한 소리를 내며 아이와 가장 가까이 놓여 있는 돈을 살짝 집어 들어 흔들었다. 그 바람에 아이가 뻗쳤던 손을 거두고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와 눈길이 마주친 아이는 방시레 웃으며 돈을 붙잡았다.


255쪽 : "박수 안 친 사람은 당신 하나예요."

"그게 의무야?"

"법적 용어 쓰지 말아요. 큰누님이 쳐다보고 있었던 걸 알기나 해요?"

"그야 어쩔 수 없지. 그게 뭐야, 천하고 추하게. 엄마가 나서서."

"돈이 좋아서 그런 걸 어떻게요. 어른인 당신이 그러려니 참아 넘겼어야지요."

"됐어, 여보. 내 인품이 언제나 당신 인품만 못하잖아."


263-264쪽 : 돈을 씀도 그와 같이 하면 되지 않을까 싶소. 돈을 꼭 써야 할 때는 손바닥을 쫙 펴 흔쾌하게 신원하게 쓰고, 아껴야 할 때는 주먹을 꽉 쥐어 철저하게 야무지게 아끼는 것이오. 그런 분별을 갖게 되면 주위 사람들도 입을 가볍게 놀리지 못할 것이고, 더러 입 놀리는 사람이 있다 해도 내 주관만 뚜렷하면 전혀 신경 쓸 것이 없소. 줏대 없고 내공 없는 사람들일수록 남의 얘기하기 좋아하는 법이니까.' ' 예에, 큰스님 말씀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그 신도는 벌떡 일어나 한암 스님께 큰절을 세 번 올리고 물러갔다는 얘기요.


268쪽 : 언제나 사람의 욕심은 앞서도, 후회는 뒤에 오는 법이었다.


271쪽 : "인생이 허망하듯 돈도 허망한 건데..."

술잔을 단숨에 비운 윤민서가 입술을 훔치며 중얼거렸다.

"결론은 그런데 과정은 안 그러니 문제지."

이태하도 술을 단숨에 비우고 중얼거렸다.


282-283쪽 : 넓은 거리에는 숨 가쁘게 돌아친 도시의 일과에 지친 사람들이 가득 걸어가고 있었다. 이태하도 복잡한 생각이 뒤엉킨 채 그 사람들 속으로 섞여 들었다.



1) 현실 모티브라는 게 살갗처럼 느껴졌다.


인간의 욕망이라는 게 피부를 도려댄 살갗 같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쓰라렸다. '개가 자식들보다 낫다.'라는 말은 익히 들었다. 아무리 돈벌이라지만 개를 보며 느끼는 치사한 모멸감이 나까지 느껴졌다. 자신을 씻겨주고 돌봐주는 사람보다 안아주는 개가 1순위라는 것도 씁쓸했다. 개를 자식으로 생각하는 게 맞았다. 작가의 인터뷰에서 현실 모티브라고 했다. 아주 순화된 스토리로 썼다고 했다. 그 문장을 떠올리며 읽어 나갈 때,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모기지를 해서 7억 정도 남았다고 했을 때, 전진혜의 표정을 떠올렸다. 그리고 해피를 버릴 때 어떤 심정일지 떠올렸다. '개는 무슨 잘못일까?' 생각도 들면서 '사람은 무슨 잘못일까?' 싶었다.



2)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올해의 마지막 벽돌책, '황금 종이'를 완독 하며, 여러 감정이 스친다.


'돈'에 관한 소설에 흠뻑 젖었다.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솔직하면서도 냉혈 했다. 또 저편에는 '인간'과 '관계'에 대한 생각이 '돈'과 연결되어 많은 생각을 주어 마음에 힘이 생겼다. '정의로움'의 큰 뜻을 품는다 해서 세상이 변하지 않겠지만, 올곧은 사람들이 많아지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환경을 지키듯 마음을 다져본다.


2024년이 밝으며, 일상에도 광명이 있기를. 여전히 해가 뜨고 지고, 이해관계 간의 격차도 티 나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고, 또 가까워지고 있다. 소설을 읽을수록 세상의 이야기를 생각이 든다. 작가의 상상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결국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담겨 있는 세상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통해 보는 세상은 '의구심'을 가지고 보기에 마음의 계단을 하나 내려온 기분이 들었다. 면밀히 마음에 살이 붙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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