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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파,벽돌책] 3. 트러스트 (3일차)

by oh오마주

[책정보] 제목 : 트러스트, 저자 :에르난 디아스, 장르 : 장편소설, 출판사 : 문학동네

[글정보] 제목 : [격파,벽돌책] 3. 트러스트, 글쓴이 : oh오마주



트러스트를 읽기 전 스스로에게,


질문 1. '트러스트', 우리에게 '믿음'이란 진실인가, 사실인가?

질문 2. 소설은 쓸모 있는 허구인가? 감정을 지닌 이야기인가?

질문 3. 현실을 참조했다면, 소설은 현실이 될 수 있는가?

질문 4. 믿고 싶은 것을 믿어도 될까?




파트 설명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1. 일기


101쪽 : 그녀(헬렌)는 흥분이 뒤섞인 피로에 마비되었고, 자기 방에서 식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번 음식을 들여갔던 손수레는 그릇에 덮개가 덮인 채 그대로 수거되었다. 그녀는 칵테일파티의 시그니처 메뉴였던 과일주스만 마셨다.


103쪽 : 때로 그녀는 뭔가를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였는데, 꼭 자기가 하는 말을 받아 적는 것 같았다. -중략-

벤저민은 비교적 행복하던 시절에도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렵다고 느꼈으나, 이제는 완전히 방향을 잃고 말았다.


104쪽 : 이 모습에 벤저민의 영혼이 무너져 내렸다. 그제야, 표면으로 드러난 폭력을 보고서야 그는 내면에서 일어나는 혼란을 이해했다. 그는 사무실에서 혼자 울었다.


105쪽 : 헬렌이 방 한가운데에 서서 문을 마주 보고 있었다. 그녀가 입은 잠옷의 그리스적 단순함에는 위엄이,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흉터에는 호전적 느낌이, 승리의 고요함에는 천사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113쪽 : 헬렌은 사라졌다. 저항할 수 없는 맹렬함으로 그녀를 부르는 무언가를 위해 그를 버렸다. 벤저민은 그녀의 관심과 에너지를 요구하고 얻어내는 질병을 자기도 모르게 질투하고 있었다 - 그리고 어둠의 주인이 명령하는 모든 것을 하는 헬렌에게 화가 난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어 부끄러웠다.


135쪽 : 그녀의 얼굴은 적막한 폐허와도 같았다. 무언가 망가지고 버려졌다. 존재가 소진되었다. 그녀의 눈은 벤저민을 보지 않았다. 그저 벤저민이 안쪽의 잔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벤저민은 허리를 숙이고 그녀의 그을린 이마에 입을 맞춘 뒤 그녀가 용감했다고, 잘 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미소 짓고 있는 것이기를 바랐다.



1) 천재적인 '감정 표현'

상황과 감정에 대한 에르난의 표현은 과히 '천재적'이다. 헬렌의 감정까지 방 안에 갇혔다. 고통받는 가족들과 균형을 잃어가는 모습들이 형상화되어 징그러운 사실을 마주했다. 제멋대로인 각각의 행동들이 우습기도, 화나기도, 그리고 껄끄럽기도 했다.


2) 어린 시절의 간접적 광기는, 결론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불안한 부모 아래에서 자란 아이들의 미래는 불안하다고 한다. 선천적으로 닮는다는 것, 후천적으로 닮아 간다는 것,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마주하면 나를 거울에 비추어 보는 것 같다. 그 순간, 좁은 줄 간격과 글자 간격이 금방 나온 떡을 판에 맞춰 잘라 놓은 것 같았다.


3)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

헬렌은 그래도 아름다웠을까? 사람의 마음과 감정이 남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왔다. 잊히거나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토록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 가진 기억들과 겹치는 현실에 벤저민은 어떤 감정일까? 감정이라는 것을 가질 여유도 없지 않을까. 자신이 가지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가져서, 버린다고 해도 되돌릴 수 없게 된 것은 아닐까. 가까운 친척의 장례식을 얼마 전 치렀다. 애도하는 마음이 저변에 깔려있어서 그런지, 아픈 이야기를 읽고 나니 모든 병이 그럴 것만 같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그 병까지 사랑할 순 없다. 그 시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따갑다. 그럼에도 문장에서 오는 아름다움에 가슴까지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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