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사주 라이브 방송을 보면서
일요일이 새로워졌다. 일요일 밤마다 듣던 유료 라이브 강의가 있었다. 약 6개월간 온라인 글쓰기 강의를 들었었다. 신념에 완벽하게 맞는 공부는 아니었지만 배울 점이 많았다. 이 정도면 많이 배웠다, 할 즈음에 종료했다. 그래도 여전히 강사였던 작가님의 팬으로서 그의 글을 읽고, 함께 공부한 사람들의 발전한 블로그 포스팅을 읽는다. 여전히 따뜻한 사람들과 열심히 글 쓰는 사람들이라 볼 때마다 흐뭇하다. 더 이상 듣지 않아서였을까, 한 달 정도 일요일이 공허했다. 습관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 그런데, 새로운 일요일이 시작되었다.
'사주 라이브 강의'의 등장! 일요일을 꽉 채웠다.
내가 봤던 유튜브 라이브는 출간 도서를 홍보하는 작가님 이야기나, 일반 흥미 위주가 많다. 기다림이 반복되거나 인풋 결제가 있어야 속도감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다른 라이브와 차별화된 즐거움이 있었다. 적절한 속도감과 기묘한 철학이 함께했다. 젊은 세대의 안타까움과 각자의 힘든 부분을 토로하는 마음이 공감되는 게 좋았다. '사주 풀이'와 '사주 명리학'이라는 단어는 같은 뜻이지만 느낌 차이는 크다.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것이 '현실'이라는 구체적인 단어를 만든다.
같은 주제로 여러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 학문이란 사람의 성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주학을 하는 분들도 특화된 전문분야가 있다. 내가 자주 보는 분은 '남녀'가 주요 주제다. 결혼이 힘든 시대성을 잘 활용했다. '결혼할 수 있을까? 내 사주에 인연은 있나? 있다면 언제 있나?'로 시작해서 즉석에서 사주가 맞는 인연을 맺어주기도 한다. 1호 커플이 곧 결혼한다는 소식도 마지막에 전했다.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도 힘들다는 시대에 정부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물음표가 생겼다.
'결혼만이 해피엔딩일까?'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은 달달한 음식만을 주는 사람과 같다. 건강을 위해서는 쓴맛도 딱딱한 음식도 씹고 삼켜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각자 인생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는 말을 할 때, 전율이 올라왔다. 결혼은 인생을 바꾸기도 하지만, 결혼만이 인생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남편 사주에는 이혼수가 있고, 내 사주에는 사별수가 있다. 아이 사주에는 '두 명의 엄마'가 보인다고 한다. 거기다가 남편은 술자리에서 신점 보시는 분과 관상을 보는 사람을 만난 적 있는데, '여자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남편이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이 아니건만, 한 곳을 가리키는 곳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게 현실에 작고 큰 영향을 줬다. 오랜만에 부부싸움을 '시원하게'했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이혼하는 거 너무 싫다, 같이 살고 싶다 말했다. 엄마랑 아빠랑 둘씩 생기는 건 정말 싫다고 했다. 불안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졌나 보다. '한번 해봤으니까, 이혼하면 두 번 결혼 안 할 거야.' 하는 나와, '엄마는 안 하는 게 아니야. 아빠는 예쁜 엄마 데리고 올게.'장난치는 남편이다.
"자기 객관화가 먼저일 듯!"
썩은 미소와 함께 조용히 대답할 뿐이었다. 그리고 서로 손가락질하며 '파하하', 마주 보고 웃었다.
사주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공부의 장점이 있다. 한자에 관심이 많아졌다. 사주에서 설명하는 표현들이 시적이고 예쁘게 느껴진다. 읽을수록 옥구슬 같다. 빛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이기도 하고, 비치는 모습이 다르기도 하다. '물상론'이라고 하는 부분이 그림같이 느껴진다. 보는 만큼 해석할 수 있다는 부분도 좋고, 부분보다는 조화에서 해석되는 것들이 신기하다.
"사주 공부하다가 보니까 한자가 궁금해졌어. 공인 한자 3급을 준비해 보려고. 근데 시험이 토요일에 있어서, 시험 치러 못 갈 거 같아."
"일단 해봐, 가게 문을 닫고서라도 치게 해 줄 테니까."
이렇게 말하면 미워하는 마음도 쉽게 무너진다. 인생을 지지해 주는 남자, 쉽게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부부는 사랑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명절에 먹고 남은 잡다한 음식을 넣고 대충 끓인 잡탕인가 보다.
결혼만이 해피엔딩이 아니듯, 이혼도 해피엔딩이 아닐 것이다.
"엄마, 믿어! 너 스무 살까지는 어쨌든 버텨볼게!"
"뭘 믿으라는 거야?"
아이는 그러면서도 웃는다. 왜 이렇게 아들이 우리보다 늘 어른 같지, 아들 키우는 게 아니라 뫼시고 사는 기분인 걸까. 머리를 긁적인다. 그리고 또 다짐한다. 삶을 올바르게, 착하게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