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아온 오리 Apr 11. 2024

이혼도 행복하고픈 선택 과정이다.

함께해 불행하고 상처만 된다면 깔끔하게 물러나 주는 것도 인간의 인격이다


"뭐해?"


"그냥 집에 있어."


"아빠 커피나 사 드리려고 미팅 있는 김에 들렸는데, 애랑 나와. 저녁밥이나 같이 먹자."


염치 없지만 나는 아들의 손을 잡고 집 인근의 번화가인 전철역 거리고 걸어 갔다. 그곳에는 나와 내 아이를 웃으며 반겨 주는 내 핏줄인 남동생과 친정 아빠가 서 계셨다.







"애들 때문에 웬만하면 참고 사는 거지. 나라고 이혼하고 싶지 않았겠냐."


친구는 말로 다 어찌 하겠니란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널 보니 참을 게 있고 도저히 못 참을 게 있는 거 같다. 나라도 네 상황에서는 바로 이혼 했을 거 같아. 근데 참 너 보니까 화가 난다. 아니 돈 일원 한푼 안들고 몸만 들어와 산 사람이 무슨 낯짝으로너한테 재산분할 하자고 버틴다니, 뻔뻔하게. 진짜 대박이다."


"내 말이! 뻔뻔하게 매일 대문 열고 들어오는 그 얼굴 쳐다보는 것조차 토할 거 같고 혐오스럽다. 나야말로 그 인간 하는 짓들이 너무..."


나는 말을 잊지 못했다. 더는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너무 싫은데 표현할 말도 없었다.


남동생이 어린 조카가 걱정돼 챙겨 주고팠는지 저녁밥을 사 주었다.

아들도 자신을 챙겨 주고 자신이 힘들까봐 걱정해 주는 외삼촌과 외할아버지 마음을 아는지 맛있게 밥 한 그릇 반을 운 고기와 해치웠다.

요즘 입맛이 없다고 깨작거리고,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까지도 남기는 아들이 걱정 됐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니 엄마인 나는 마음이 놓여서 나도 즐겁고 편하게 남동생이 사 주는 저녁밥을 배부르게 먹었다.

아들은 다 먹고 외할버지가 사 주는 아이스 티를 마시며 외삼촌과 짧지만 즐거운 대화도 했다. 나와 아들은 그 순간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어제는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는 아들의 친구 모임 팀들의 제안으로 7년 만에 찜질방에를 갔다.


"아빠랑 안 놀아?"라고 물을 정도로 점점 더 아빠를 대면 대면하고 불편해 하는 어린 아들과 내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남의 편은 선거날이라고 집에서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 남의 편 때문에 나와 아들은 집에 있기도 싫었다.


나와 아들은 아들 친구의 가족들과 오전 10시부터 만나서 찜질방에서 따스한 온도에 몸도 뜨끈히 지졌다. 땀도 뱄다. 네 명의 아들들도 어른들의 규칙으로 핸드폰을 사물함에 잠궈 두고 처음으로 핸드폰 없이 찜질방을 누비며 즐길 거리들을 찾아 돌아 다녔다.


오후 3시가 넘어, 처음으로 네 명의 엄마들은 아이들 없이 엄마들끼리 목욕탕에 들어가 목욕을 즐겼다. 세 명의 아빠들은 네 명의 아들들을 목욕탕에 데리고 들어가 골고루 살뜰히 챙기며 함께 씻었다.

두 명의 아이가 사물함 열쇠를 잃어버려서 우리는 다시 찜질방으로 들어가 누비고 다니는 헤프닝을 겪기도 했다.

다 함께 나와서 옆에 자리하고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각자 음료수 하나씩 들고 마셨다.

하나의 추억을 함께 남긴 날이었다.


그리고는 각자 잠시 집에 들렸다가 집 인근 번화가에서 만나 즐겁게 웃고 떠들며 무한리필 고기집에서 저녁밥을 함께 했다. 다 먹고 나와 집 쪽으로 함께 걸어가는데 언니가 나의 아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머, 쟤 웃는 것 좀 봐."


나의 아들이 너무나도 즐겁고 크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웃었다. 이렇게 매일 마음 편하게 아들과 웃고 살았음 좋겠단 생각만 들었다.

마음 편한 사람들과 종일 소소하게 일상을 보내고 웃을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가 상처 받을텐데, 그 나이에 제대로 된 직장도 구할 수 있을지 장담도 없는데 왜 이혼을 하세요?"


누군가는 그렇게 물을 수도 있을 거 같다. 다들 그렇게 참고 산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참아 주고 인내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우물이 말라 버렸다. 그래서 그 우물에 다시 물을 채우고 싶다.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어서 계속 어린 아들과 나에게 상처 주고 미안함도 없이 그 상처에 더 상처를 덧입히는 남의 편과 살기에는 나와 어린 아들의 행복은 너무나도 우울하게 묻히는 거 같다.


본인으로 인한 상처로 벌어진 이혼 소송이다. 상처 받은 원고와 어린 아들을 위해서라도 지저분하지 않게 물러나 주는 것도 나는 피고가 사람으로서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빈 몸으로 들어 왔으면 빈 몸으로 나가 주는 게 당연한 인간으로서의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편하게 웃고, 편하게 먹으며 소화 시키고, 무엇보다 마음 편하게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

이혼도 행복하고 싶은 간절함으로 선택하게 되는 또 다른 과정일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