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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Apr 11. 2024

이혼도 행복하고픈 선택 과정이다.

함께해 불행하고 상처만 된다면 깔끔하게 물러나 주는 것도 인간의 인격이다


"뭐해?"


"그냥 집에 있어."


"아빠 커피나 사 드리려고 미팅 있는 김에 들렸는데, 애랑 나와. 저녁밥이나 같이 먹자."


염치 없지만 나는 아들의 손을 잡고 집 인근의 번화가인 전철역 거리고 걸어 갔다. 그곳에는 나와 내 아이를 웃으며 반겨 주는 내 핏줄인 남동생과 친정 아빠가 서 계셨다.







"애들 때문에 웬만하면 참고 사는 거지. 나라고 이혼하고 싶지 않았겠냐."


친구는 말로 다 어찌 하겠니란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널 보니 참을 게 있고 도저히 못 참을 게 있는 거 같다. 나라도 네 상황에서는 바로 이혼 했을 거 같아. 근데 참 너 보니까 화가 난다. 아니 돈 일원 한푼 안들고 몸만 들어와 산 사람이 무슨 낯짝으로너한테 재산분할 하자고 버틴다니, 뻔뻔하게. 진짜 대박이다."


"내 말이! 뻔뻔하게 매일 대문 열고 들어오는 그 얼굴 쳐다보는 것조차 토할 거 같고 혐오스럽다. 나야말로 그 인간 하는 짓들이 너무..."


나는 말을 잊지 못했다. 더는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너무 싫은데 표현할 말도 없었다.


남동생이 어린 조카가 걱정돼 챙겨 주고팠는지 저녁밥을 사 주었다.

아들도 자신을 챙겨 주고 자신이 힘들까봐 걱정해 주는 외삼촌과 외할아버지 마음을 아는지 맛있게 밥 한 그릇 반을 운 고기와 해치웠다.

요즘 입맛이 없다고 깨작거리고,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까지도 남기는 아들이 걱정 됐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니 엄마인 나는 마음이 놓여서 나도 즐겁고 편하게 남동생이 사 주는 저녁밥을 배부르게 먹었다.

아들은 다 먹고 외할버지가 사 주는 아이스 티를 마시며 외삼촌과 짧지만 즐거운 대화도 했다. 나와 아들은 그 순간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어제는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는 아들의 친구 모임 팀들의 제안으로 7년 만에 찜질방에를 갔다.


"왜 아파랑 안 놀아?"라고 물을 정도로 점점 더 아빠를 대면 대면하고 불편해 하는 어린 아들과 내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남의 편은 선거날이라고 집에서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 남의 편 때문에 나와 아들은 집에 있기도 싫었다.


나와 아들은 아들 친구의 가족들과 오전 10시부터 만나서 찜질방에서 따스한 온도에 몸도 뜨끈히 지졌다. 땀도 뱄다. 네 명의 아들들도 어른들의 규칙으로 핸드폰을 사물함에 잠궈 두고 처음으로 핸드폰 없이 찜질방을 누비며 즐길 거리들을 찾아 돌아 다녔다.


오후 3시가 넘어, 처음으로 네 명의 엄마들은 아이들 없이 엄마들끼리 목욕탕에 들어가 목욕을 즐겼다. 세 명의 아빠들은 네 명의 아들들을 목욕탕에 데리고 들어가 골고루 살뜰히 챙기며 함께 씻었다.

두 명의 아이가 사물함 열쇠를 잃어버려서 우리는 다시 찜질방으로 들어가 누비고 다니는 헤프닝을 겪기도 했다.

다 함께 나와서 옆에 자리하고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각자 음료수 하나씩 들고 마셨다.

하나의 추억을 함께 남긴 날이었다.


그리고는 각자 잠시 집에 들렸다가 집 인근 번화가에서 만나 즐겁게 웃고 떠들며 무한리필 고기집에서 저녁밥을 함께 했다. 다 먹고 나와 집 쪽으로 함께 걸어가는데 언니가 나의 아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머, 쟤 웃는 것 좀 봐."


나의 아들이 너무나도 즐겁고 크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웃었다. 이렇게 매일 마음 편하게 아들과 웃고 살았음 좋겠단 생각만 들었다.

마음 편한 사람들과 종일 소소하게 일상을 보내고 웃을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가 상처 받을텐데, 그 나이에 제대로 된 직장도 구할 수 있을지 장담도 없는데 왜 이혼을 하세요?"


누군가는 그렇게 물을 수도 있을 거 같다. 다들 그렇게 참고 산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참아 주고 인내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우물이 말라 버렸다. 그래서 그 우물에 다시 물을 채우고 싶다.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어서 계속 어린 아들과 나에게 상처 주고 미안함도 없이 그 상처에 더 상처를 덧입히는 남의 편과 살기에는 나와 어린 아들의 행복은 너무나도 우울하게 묻히는 거 같다.


본인으로 인한 상처로 벌어진 이혼 소송이다. 상처 받은 원고와 어린 아들을 위해서라도 지저분하지 않게 물러나 주는 것도 나는 피고가 사람으로서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빈 몸으로 들어 왔으면 빈 몸으로 나가 주는 게 당연한 인간으로서의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편하게 웃고, 편하게 먹으며 소화 시키고, 무엇보다 마음 편하게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

이혼도 행복하고 싶은 간절함으로 선택하게 되는 또 다른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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