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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May 30. 2024

미꾸라지 한 마리가 상처에 상처를 덧입힌다.

뻔뻔히 집에 들어와 창피한 줄도 모르는 인간 때문에 나와 아들은괴롭다.



아들이랑 마음 편하게 장난을 치며 자려 하고 있는데 대문을 열다가 걸쇠에 걸려 다시 닫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아들은 놀래서 서로를 쳐다 봤다.


"오늘 안 온다 그랬다며?"


"응."


아들은 나보고 가서 문을 열어 주라고 했다. 그런데 솔직히 나도 그 인간의 얼굴도 쳐다 보기 싫은 터라 한숨을 쉬며,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들은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일어나더니 가서 대문 걸쇠를 풀었다. 그리고 바로 대문을 열고 들어 오는 그 인간에게 아들이 하는 말이 들렸다.


"오늘 안 들어 온다며?"


나와 아들은 그 인간이 안 들어 온다고해 편하게 거실에 누워도 있고, 편하게 장난 치며 잠을 자려다 실망하고 다시 불편해지고 말았다.










며칠 전에 아들의 단짝 친구가 놀러왔다. 나는 둘의 밥과 간식을 챙겨 먹이고 내 할일을 했다. 남자 애 둘은 핸드폰으로 함께 게임을 하다가 아들 친구의 제안으로 집 앞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놀이터로 갔다.

시원하게 불어 오는 초저녁 바람에 나는 미소 지은 채 아들과 아들 친구가 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 봤다. 애들이 공놀이를 하고 싶어해 얼른 집으로 뛰어 올라가 공을 가지고 나오기도 했다.

 

저녁 7시가 돼 아들 친구의 엄마가 막내 딸을 데리고 아들의 친구를 데리러 왔다. 우리는 아들 친구의 책가방을 가지러 가기 위해 다 같이 우리집으로 올라 갔다. 그런데 그 인간이 일찍 집에 들어와 있었다. 속으로 욕이 나오며 불편해지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아들 친구의 여동생이 대문이 열리자마자 현관 중문 앞으로 가 집 안을 들여다 보며 구경을 했다. 현관 중문에서 거실 소파응 바로 직선으로 또렷하게 보이는 곳에 있다. 그런데 그 인간이 소파 위에서 사의 반팔티에 하의는 팬티만 입고 다리를 쭉 뻗고 누어 있는 거다. 손에 TV 리모컨을 쥐고 TV를 보며...

문제는 아들 친구의 여동생이, 이제 갓 초등생이 된 어린 여자애가 중문 앞에서 빤히 들여다 보고 있는대도 그냥 그대로 누워 있었다. 챙피해하거나 미안해 하지도 않고, 얼른 담요나 뭘로 팬티만 입은 하의를 가리거나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가 버리지 않고 말이다.


나와 아들은 챙피했다. 나는 아들 친구와 아들 친구의 여동생과 그 엄마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도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안그래도 아들이 전화를 걸어 아빠가 욕을 해 그 욕을 친구들이 들었을까봐 창피해 한 적이 한 번 있다.

하물며 어린 아들도 집에서 잠옷을 챙겨 입고 있는데 아래에 팬티만 입고 다 큰 아빠가 자기 친구의 여동생이 쳐다보는데도 가만히 누워 있으니 나와 내 아들이 얼마나 창피 했겠는가?!


아들의 친구 엄마는 아들 둘에 딸 하나를 키우며 자기가 얼마나 일이 많고 집에서도 큰 소리를 많이 치겠냐며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나는 내가 창피하고 면목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톡을 보내고 아들 친구의 여동생이 너무 놀랬을까봐 괜찮냐고 묻고 물었다. 4년째 같은 반이고 아들들이 단짝이라 항상 웃으며 털털하게 대해 주는 그 엄마가 나는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변호사한테도 그 톡 대화 내용 캡쳐 뜬 것과 상황을 정확히 시간까지 적어 문자로 전송시켰다.


나와 아들은 그날 밤 착잡한 심정으로 조용히 얘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정말이지 본인이 가족들에게 상처를 줘 놓고, 변호사도, 주변에서도 이해 못할 정도로 뻔뻔하게 집에를 들어와 어린 아들의 얼굴에 점점 더 먹칠을 하는 저 인간이 혐오스럽다. 빨리 판결이 나고 끝이 나서 다신 얼굴 좀 안 보고 살고 싶다.


오죽하면 어린 아들도 빨리 정리하라고 짜증을 부린다. 좀 편하게 살잔다.










"뭐? 팬티 바람으로? 아니 지금 지가 무슨 짓을 하고도 집에 들어와 모두를 상처 주고 힘들게 하고 있는데 널 얼마나 무시하면 팬티 바람으로 소파에를 누워 있어? 진짜 이거 어디서 배워 쳐먹지 못한, 후배들한테 미안하고 창피해서 내가."


아빠는 미쳐 버리겠다는 듯 답답해 하셨다. 속이 터질 거 같으신가 보다. 저런 걸 사위라고, 가정적으로 인간 만들겠다고 그렇게 백화점 가서 생일 챙겨 주고 자신을 돌아가신 사돈 대신 아버지로 생각하라며 다독여 준 거냐며 분개 하셨다. 이제 경찰서 후배들도 몇 번을 딸 집에 출동해 인적사항 다 봤으니 형사 사위인 거 알텐데 이거 어쩌냐며, 개탄해 하셨다.


나는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었다. 내가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었나, 어떻게 저런 남자랑 결혼을 했을까, 내가 참 등신이고 미쳤구나 싶어서 내 자신에게로 스스로 화살이 돌아 왔다. 내가 저런걸 위해 그렇게 내조를 하고, 매일 청소하며 집안을 깨끗이 하고, 그렇게 맞춰 주며 살아 왔구나 싶어 자괴감이 느껴졌다.

그나마 내가 소중하게 얻은 건 외가쪽 교육 방식으로 길들여진, 내 배속으로 낳아 엄마 껌딱지고 엄마를 제일 사랑하는 어린 아들 하나 뿐이다.


개념 없고 뻔뻔하고, 이기적이다 못해 창피함도 모르고 미쳐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우리 가정을 아주 탄으로 몰다 못해 자신이 준 상처에 상처를 덧 입히며 망나니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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