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녀는 변론에 직접 나왔고요. 상간녀로 인해 가정 파탄 났고 이혼 소송 중이라 일반 민사 법원이 아닌 가정 법원으로 이송 됩니다. 이송 돼자마자 변론 기일 지정서 제출하고 변론 기일 잡히면 그 날 판결 요구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위자료 책정이 높아지는 부분에 대한 참작이 됩니다."
오전에 상간녀 1차 변론 기일이 있는 날이었다. 어제 상간녀가 변론일을 앞두고 낸 답변서는 법원용 답변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상황에 대한 하소연이었다. 본인 입으로 본인이 이혼남이 아닌 걸 알고 대판 싸우고도 만남을 계속 가졌다는 걸 본인이 적어서 시인을 해 놨다.
이혼 남인 줄 알았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도 없는지 그 부분에 대한 증거 제출도 전혀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달라진 것도 없고, 크게 변경된 사항이 없어 변호사는 그 외에는 다른 말이 없었다. 그동안 안해 줬던 말만 확실하게 해 줬다.
어차피 둘 다 승소 각은 맞다고, 법적인 정리 기간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상간녀가 변론 답변서를 낸 당일 날 이혼 답변서도 나란히 제출이 됐다.
이혼과 상간에 대해 인정 했다. 하지만 특이하고 상식을 벗어난 언행은 계속 됐다.
분명히 아들이 본인한테도 무슨 일 있어도 엄마랑 살겠다고 말을 했었다. 그런데 아이 의견은 싹 무시하고 아이는 아빠랑 살아야 한다며, 자신이 화가 나 욕을 했다고 자신을 이상한 사람 만들고 아이랑 자기 사이를 갈라 놨다는 등으로 써 놨다.
내가 정서가 문제가 있고 씀씀이가 커서 혼자 벌어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식으로 써 놨다. 변호사랑 나는 통화하며 기가 막혀 했다.
아들이 아빠 안 따라 간다고, 엄마랑 살 거라고 자신의 의사 표시를 한 사실은 경찰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경찰한테도 엄마가 더 편하고 좋다는 대답까지 했었다.
경찰과 통화하고, 아이와 함께 상담한 증거까지 있다.
정서 문제 있는 엄마한테 매일 안아 달라 애교 부리고 사랑하다는 말을 수시로 한다니 참 저 사람 뭐지 싶었다.
아빠는 사랑한단 말 왜 안 해 주냐 애원을 해도 아들은 절대 아빠에게 사랑한단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을 정도인데 내가 갈라 놨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상간녀 보호 하겠다고 앞 뒤로 상간녀 걱정만 하며 건들지 말라며, 유서를 써 놓고 나가 아무렇지 않게 박람회 준비를 하고 있던 '경찰이 봐도 누가 봐도 네 정서가 이상하세요.' 라고 외치고 싶었다.
정서는 누가 이상한 건지 기가 막혔다.
드레스 룸에 걸려 있는 옷들의 대부분의 남의 편 거다. 신발 장에 3분의 2가 넘는 양이 다 남의 편의 신발이다. 옷도 너무 많고 신발도 많아서 옷을 걸고 신발을 정리해 놓기도 힘들 정도다.
지인들이 집에 오면 무슨 남자 옷이 여자 옷보다 훨씬 더 많냐고 다들 놀랜다. 집 앞에 단골 세탁소 아주머니가 "그 집 아저씨는 옷을 자주, 잘도 사와."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런 세탁소 아주머니가 나보고는 "자기는 옷 사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는데..."라고 하실 정도다.
오죽하면 친정 아빠가 내 생일에 옷 좀 사자고 백화점에 데리고 가시기 시작한 게 3년 전부터다.
나는 가끔씩만 제대로 한 벌을 사서 깔끔히 관리해 몇 년을 입는다. 신발도 그 계절에 하나만 사서 해질때까지 신는다.
변호사는 이혼 1차 변론 기일에 아들과 한 번은 참석해야 하셔야 겠다고 제안 했다.
아들 입으로 판사와 피고인 남의 편 앞에서 아빠 따라 가기 싫고 엄마랑 산다는 의견을 분명하게 다시 보여 주는 게 좋단다. 그리고 경찰 통화 증거내 제출하고, 이런 상황에서 집에 들어오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피고를 접근 금지 처분부터 해 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나는 이제 아들과 터 놓고 얘기를 하기로 했다.변호사가 이제는 그래도 된다고 했다.
"아들, 아빠가 너를 데려 가고 싶다고 의견을 말했어. 너는 어때?"
"싫어."
"아빠 따라 가기 싫어?"
"응. 싫어."
"이래도 저래도 엄마랑 살고 싶어?"
"응."
"경찰 아저씨한테도 그렇게 말했듯이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응. 아빠 따라가기 싫어."
아이는 망설임 없이 분명하게 대답 했다.
경찰도 변호사도 아이가 인사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했다. 하기 싫은데 일부러 크게 이름을 부르며 인사 하러 나오라 시키는 건 정서 학대란다.
나는 아들에게 네가 인사 하고 싶으면 해도 되고, 인사하기 불편하고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말해 줬다.
나는 상간녀와 남의 편의 이혼 답변서를 보고 처음엔 기가 막혀서 화가 났고, 그 다음엔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진짜 둘 다 뭐 하는 거지 싶어 웃음이 났다.
변호사도 이거는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신 꼴이라고 하며 어이 없어 했다. 판사가 봐도 상식 이하인 답변서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진짜요?"
"네. 판사님도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보시면 되요. 그런데 이건 너무..."
인정을 했으면 미안해 해야지, 미안함은 전혀 없고 자신들의 앞 뒤가 안맞는 주장들만 하고 있는 답변서인 것은 누가 봐도 분명했다.
증거로 낸 것들도 어설프고, 급하게 그냥 만든 듯한, 전혀 본인들한테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란다.
나는 어제 밤에 새벽에 잠들어야 했다.
신혼 때부터 한 번도 안 빠지고 매일 오전 11시 30분에서 1시 30분 사이에 점심밥 잘 챙겨 먹으라고 보낸 톡들, 생활비 받으면 이모티콘과 함께 '수고 했다. 고생 했다. 고맙다.'고 답한 톡들, 매년 혼자서 차린 시아버님 제자상 사진, 매일 신경 쓴 밥 차림 사진들을 변호사에게 증거로 보냈다.
경찰이 걱정돼 확인 전화해 상담한 통화 내용도 다 변호사한테 넘겼다.
나를 아는 지인들이 이 답변서를 보면 다들 욕을 할 것이다.
"요즘 언니처럼 맞춰 주고 다 해 주고 잘해 주는 여자가 어딨어? 미친 거 아냐?"
아는 분들은 이미 정말 미친 거 아니냐며, "동네에서 다 아는 현모양처를 뭐라고?"하며 분개하고 있다.
오히려 본인이 밖으로만 돌고 밖에서 돈 버는 남자라고 와이프한테 갑질 하고 아들과도 놀아 주지도 않았는데 무슨 말이냐고 말이다.
누굴 정서 이상으로 모냐고 어이 없어 했다.
빨리 끝났음 좋겠다. 저 이상한 인간을 내가 남편으로 믿고 살았구나 싶어 너무 자괴감이 든다.
가족들은 저 인간은 애에 대한 애정으로 데려가고 싶은 게 아니라 양육비 때문에 그런 거지, 뻔하다고 말한다.
항상 모든 게 지 돈 챙기는 게 일 순위 였던 사람이었던 것은 맞다. 내 생각도 결국 양육비 때문이구나 싶었으니까!
상간녀와의 통화 내용 증거 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본인 목소리로 "집에 있으면 저 새끼(아들)가 자꾸 뭐 만들어 달래서 짜증나."라고 분명하게 말한 증거가 있다.
나는 기가 막히고 우울했다.
아들을 사랑으로 보는 게 아니라 양육비 수단으로만 보다니, 진짜 저 인간은 뭘까 싶은 게 화가 났다.
징글맞게 정이 떨어지다 못해 사람이기를 포기했구나 싶은 생각만 든다. 아들 데려가도 아들을 위해, 아들 뒷바라지 위해 헌신할 인간이 절대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친정 식구들도 알고 지인들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 입도 사람 입이라고 저렇게 짐승 같은 요구를 당당히, 뻔뻔히 요구하는지 정말 사람으로 안 보인다.
아이가 그걸 모를까!
오죽하면 지 아빠가 아빠한테는 왜 사랑한다는 말 안하냐고 뭐라 해도 어떻게 애가 아기 때부터 단 한 번도 지 아빠한테 사랑한단 말을 절대 안할까 싶다.
나는 이제 끝까지 해 주련다.
판결 나자마자 둘 다 모든 걸 압류하고, 위자료 안 주려 하면 채무불이행자로 등록해 신용 불량자로 만드는 막판까지 진짜 밀어 붙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