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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Jun 26. 2024

경찰은 판사에게, 변호사는 경찰에게!

중간에서 내 아들은 힘들고, 중간에서 나는 바보가 된 느낌이다.



"엄마, 그 젊은 경찰 아저씨는 우리가 왜 싸우는지 우리 상황 잘 모르잖아. 그래서인지 나한테, 그래도 '네가 아빠한테 얼굴 안 보여 주면 서운해 하시지 않을까' 그러더라. 그러니까 이제 경찰 부르지마."


"그랬구나, 알았어. 이제 안 부를게."


"내가 얘기하면 되지 않아? 엄마랑 산다고 얘기 했고, 아빠랑 안 살 거라고?"


내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거 같았다. 좀 싫고, 불편해서 자기가 말한다고 경찰을 불렀는데 경찰이 그런 아이한테 얼굴 안 보여 주면 서운해 하시지 않냐고 했단다. 어리니까. 젊은 경찰이니까, 상간녀 소장이 어떤 내용이고 어떤 증거인지, 이혼 소장이 어떤 증거들이고 어떤 내용인지 모르니까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왠지 내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엄마랑 살겠다는 아이를 지도 아빠라고 양육권을 주장한 아빠한테서 지키겠다고 애를 썼다. 혼수도 1원 한푼 안 하고, 집도 없다고 해 친정 엄마가 내 주신 집에 빈 몸으로 들어와 살던 사람이 당연하다는 듯 재산 분할을 요구해 재산 지키겠다고 변호사한테 한 번 톡을 보내면 진짜 게 하소연을 하고, 증거를 정말 꼼꼼히 방대히 제출하며 나는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

면접 보러 다니랴, 애 지킨다고 바둥대랴, 하루하루 나는 어쩌면 조금씩 지쳐 가는 나를 나와 아이를 위해 이 악물고 버티고 있는 거 같다.


나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가운데서 내가 이게 지금 무슨 짓이지 싶었다. 한숨도 못잤다.










"OO아! 아빠가 인사하라고 일부러 거실로 불러 내는거 싫어? 좋아?"


"싫어요."


"들으셨죠? 욕하고 때리는 것만 폭력이 아니에요. 불편하고 하기 싫은데 계속 하라고 강요하면 정서적으로 좋겠어요? 그것도 정서 학대입니다. 애가 하고 싶으면 하게 하고 하기 어 하면 강요하시면 안돼요."


결국 내 또래 돼 보이는 중년의 경찰 분이 주의만 주고 가셨다. 나는 변호사에게 모든 일을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그리고 내가 할 만큼 한 거 같다고 했다. 지쳐 가는 거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판결문 나왔냐고 판사한데 얘기하라하고 변호사는 경찰한테 반복 되는 일에 조취 취해 달라고 하면서, 둘 다 아무것도 안 해 주는데 내가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보고는 내가 세대주이지만 판결이 나기 전에는 혼인 유지 중에 집에서 내쫓을 수는 없다고 하면서, 상간녀 소송 했다고 3월부터 생활비 다 끊어 버리고 두 세 달을 애 학원도 못 다니게 했으면서도 양육권을 주장하는 피고 그 인간의 행동은 그냥 지켜만 봐야한다.

남동생이 너무 기가 막히다고 웃었다.


"변호사도 너무 믿지마 누나. 이번 달에 끝내려 합니다, 하고 법원에서 절차가 어쩌니 저쩌니 시간만 끄는 게 우리나라 법이야. 나도 소송 해 봤어. 나도 이해는 안가. 혼인 관계 유지 중이면 그 쪽도 판결 날때까지 생활비는 계속 주고 나서 주장을 해야지, 상간녀 소송 했다고 생활비 딱 끊어 버려 놓고, 애 학원이고 뭐고 나 몰라라 해 놓고, 양육권을 주장하는 게... 결국 혼인 유지 관계 중인데 누나만 다 참으라는 거야. 저쪽이 무슨 짓을 하든."




아침이 되었다. 피고인 그 인간은 이제 아예 출근도 늦게 했다. 보라 듯이 소파에 자리 잡고 누워 있다. 아들은 엄마한테 안겨 배가 아프다며 밥도 두 수저만 뜨고 말았다. 아이가 안쓰러웠다.


식탁 뒤로 와 바닥 아래에 눕듯이 앉기에 머리 받쳐 고 배를 쓰다듬어 줬다.


"불편해?"


"조금 불편해."


우리는 속삭이듯 말을 주고 받았다. 아이는 불편해서 밥을 안 먹는 거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밥 먹고 등원하고 등교하는 게 당연시 되던 아인데 요즘 입맛 없다고 아침밥을 깨작거리거나 안 먹는다. 체육도 들은 날이고 나는 그 모습이 안쓰러운데 양육권 주장하고 나선 피고 그 인간은 그런 건 신경도 안쓴다.


저녁에 퇴근하고 아이 보고 인사하고 가라하더니 인사하면서 자기랑 얘기하거나 안아 주는 모습을 열흘 전부터 동영상을 찍었단다. 경찰에게 그걸 보여 서 알았다. 그제서야 아들이 내게 말했다.


"아빠가 오늘 뭐했어? 하면 내가 몰라라고 대답 했는데 그걸 동영상으로 찍더라고. 열흘 전부터."


증거 낼게 진짜 없나 보다. 답변서 내고 나서 진짜 어떻게든 어줍잖게 증거 만들겠다고 별 짓을 다 하는 구나 싶었다.










아이를 등교 시키는데 참은 건지, 아니면 서러워서인지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정말이지 아들 때문에 참으려 애를 쓰는 데도 자꾸 쏟아져 내렸다. 겨우 운전대 잡고 아들이 못 보게 등교 인사를 하고 학교로 들어 가는 걸 차 안에서 지켜 봤다.


친정 아빠도 우셨다. 강력계 형사 반장 30년 넘게 했으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이고 뻔뻔하고 이상한 놈인지 몰라 봤는지, 혼인 신고도 늦게해 가면서 숨길 만큼의 가정사 뒷 조사도 안 하고 결혼을 시킨걸 뼈져리게 후회를 하셨다.


이 와중에 피고인 그 인간은 결혼 반지 내 놓으란다. 이혼도 인정하고, 불륜도 인정한 놈이 미안해 하지도 않으면서 재산 분할과 양육권을 주장하고 나서더니 이사할때 잃어버린 결혼 반지 내 놓으라고 으름장이다. 이사할 때 이사 업체 때문에 선풍기 목도 부러져 있어, 향수도 없어졌고, 액세서리도 몇 개 없어졌었다. 그때는 그 얘기 하니까 너무도 쿨하게 "증거도 없는데 무조건 신고를 하면, 그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면 그만인데 이제와서 뭐 어째."라고 하더니 그때 일을 잊었는지 결혼 반지 내놓으란다.

어차피 이 인간이랑 나랑 이렇게 되려고 이사하면 결혼 반지도 사라졌나 보다 싶어 나는 오히려 잘됐다 싶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오늘 상간녀 위자료 소송이 이혼 소송 중인 가정 법원으로 완전히 이송 됐단다. 또 변론 기일 잡는다 뭐 한다 시간 끌겠지, 끝난다 끝난다 하면서 끝이 없겠지 싶어 나는 이제 기도도 마음도 내려 놨다.


서로 저쪽에다 요청하라며 아무 것도 못해 주는 경찰과 법원 사이에서 나는 지쳐 간다. 참았던 눈물이 쏱아져 내린다. 아들 말대로 우리가 왜 싸우는지 상황도 잘 모르는 젊은 경찰분 말 한 마디에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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