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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Oct 15. 2024

큰 창

이제 나는 모든 걸 훤히 내려다 보고 올려다 볼거야



이사 짐을 내려 놓았다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등으로 얇은 면 티의 촉감이

축축하게 달라 붙었다


조금은 해지고, 조금은 낡은

나무판으로 된 거실 바닥에 주저

앉았다


봐봐, 나는 그동안 

작은 창 아래서 하늘을 

제대로 보지 못했나 봐


하늘이 가까이 올려다 보여


봐봐, 큰 창이 있어

나는 이제 이십 층이란 거실 

바닥에서 큰 창으로 하늘을 훤히

올려다 보고 있어


앞 동의 건물로 가려져 있던,

작은 창으로는 울퉁불퉁 직사각형의

오밀조밀한 벽만 쳐다 봤었어,

그 벽으로 가려진 좁은 세상에서 나는

나의 눈을 가리고, 나의 시선을 가두는

거짓말들과 살아 왔었어


봐봐, 그런데 이제는 큰 창이 

있어


비가 내리면 그대로 그 창을 타고

흘러 내려서 나는 창을 타고 흘러

내리는 빗물의 모양을 가까이서 볼 수 

있너, 바람이 불면

그 바람의 숨소리가 창을 통해

나의 귀로 들어 올거야,

햇빛이 떠오르면 하늘 중앙에 떠 있는

빛나는 햇빛의 눈부심까지

나는 이 큰 창으로 받아 들일 거야


봐봐, 이제는 벽으로 가려지지 

않은, 거짓말들로 나를 가두지 않는

큰 창이 있어


봐봐, 이 큰 창으로 나는

이제 사실 그대로를 내려다 보고

올려다 볼 거야,


봐봐, 이제는 내게 벽으로 가려지지 

않은

큰 창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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