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모든 걸 훤히 내려다 보고 올려다 볼거야
이사 짐을 내려 놓았다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등으로 얇은 면 티의 촉감이
축축하게 달라 붙었다
조금은 해지고, 조금은 낡은
나무판으로 된 거실 바닥에 주저
앉았다
봐봐, 나는 그동안
작은 창 아래서 하늘을
제대로 보지 못했나 봐
하늘이 가까이 올려다 보여
봐봐, 큰 창이 있어
나는 이제 이십 층이란 거실
바닥에서 큰 창으로 하늘을 훤히
올려다 보고 있어
앞 동의 건물로 가려져 있던,
작은 창으로는 울퉁불퉁 직사각형의
오밀조밀한 벽만 쳐다 봤었어,
그 벽으로 가려진 좁은 세상에서 나는
나의 눈을 가리고, 나의 시선을 가두는
거짓말들과 살아 왔었어
봐봐, 그런데 이제는 큰 창이
있어
비가 내리면 그대로 그 창을 타고
흘러 내려서 나는 창을 타고 흘러
내리는 빗물의 모양을 가까이서 볼 수
있너, 바람이 불면
그 바람의 숨소리가 창을 통해
나의 귀로 들어 올거야,
햇빛이 떠오르면 하늘 중앙에 떠 있는
빛나는 햇빛의 눈부심까지
나는 이 큰 창으로 받아 들일 거야
봐봐, 이제는 벽으로 가려지지
않은, 거짓말들로 나를 가두지 않는
큰 창이 있어
봐봐, 이 큰 창으로 나는
이제 사실 그대로를 내려다 보고
올려다 볼 거야,
봐봐, 이제는 내게 벽으로 가려지지
않은
큰 창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