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플라스틱 통을 열어
옹기종기 모인 밀도를 투박한 손에 반 움큼 담아본다.
포동포동 탱글한 것이
별이 떨어져 나간 듯 정수리의 움푹한 구멍을 내비치며
딩글댕글 굴러다니는 모습이 꽤 우습다.
반들반들 촉촉한 표면을
엄지의 지문으로 어루만지듯 읽어본다.
‘쏴-’
어느새 부서지는 포말에
속절없이 닦여나가는 알맹이들.
미처 다 빠져나가지 못한 물방울이
껍질에 알알이 맺혀 있는 순간은 제법 아름답다.
혹여나 과육이 터질까 살금살금 움켜쥐고는
마지막 남은 물기를 탁탁 두어 번 털어
입안으로 힘차게 넣어본다.
데굴데굴 굴러 들어오는 맑고 동그란 감촉.
혀를 구부려 적당히 고정하고
씹는다는 표현이 무색할 만치 살며시 이를 다무는 순간,
‘토독 – 토도독 -’
정적 속의 고요한 파열음.
현실에서 밀려나는 찰나의 향긋함.
달콤 말랑한 즉흥적인 감각들의 교차점에서
혀끝에 느껴지는 뭉긋한 농도에 퐁- 하고 빠져들었다.
한 알씩, 천천히 음미하다 이내 목구멍으로 사라지는 감각의 여운.
어느새 내가 삼킨 것보다 더 많이 나를 삼켜버린
푸르지도 않은 푸른 열매의 나긋한 속삭임.
그 반 줌의 감각에
나는 그만 파랗게 물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