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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관찰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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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루 Dec 21. 2023

무슨 색 좋아하세요?


"무슨 색 좋아하세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더 솔직히 말하면 가장 좋아하는 색을 선택하지 못해서 버벅거렸다.


"음... 저는 연보라색이요."


이렇게 답하고 나자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색들이 우후죽순 떠올랐다.

그러나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으로 비치는 게 싫어 말을 아꼈다.


순백의 흰색, 칠흑의 검은색, 오묘한 민트, 무게감 있는 진노랑...


'다른 색 말할 걸 그랬나.'


나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쓸모없는 후회를 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색이 여러 개 더라도 괜찮지 않나? 좋아하는 색이 꼭 단색일 필요는 없지 않나?'


사실 나는 '단색'을 좋아하기보다 '색의 조합'에 강한 끌림과 아름다움을 느낀다.


예를 들면


주황색도 이쁘지만, 다홍-주황-연분홍이 켜켜이 블렌딩 된 색은 훨씬 더 신비롭고 경이롭다.

수평선 위로 펼쳐진 노을처럼 말이다.


유사색 조합뿐 아니라 대비가 가장 강한 보색 조합도 그렇다.


서로의 영향으로 색이 보다 선명하고 생동감 있어 보인다.

인지가 잘 되는 장점이 있어 보색 대비는 표지판, 로고, 상품 등에 적용되기도 한다.


파란 바다 위에 노란 부표.

휴대전화 초록색 통화 버튼과 빨간색 끊기 버튼.

연두 바탕에 보라색 글씨의 CU 편의점 간판.


이처럼 나는 여러 색의 조합을 좋아하다 보니 가장 좋아하는 하나의 색을 꼽기가 어려웠던 건 아닐까.



이러한 나의 취향은 관계의 측면에서도 엿보인다.


나는 '독보적인 존재'보다 '조화로운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시너지가 나는 존재 말이다.


예를 들면


비슷한 결의 사람에게는

"너랑 비슷해서 좋아, 말하지 않아도 잘 통해서 같이 있으면 즐거워."

이런 말을 듣는 사람.


반대 결의 사람에게는

"너랑 달라서 오히려 좋아.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 줘서 일하기 편해."

이런 말을 듣는 사람.


자신만의 색이 뚜렷한 것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서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굳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조화로움에 무게를 두고 싶다.


유사한 색과도 조화롭고,

반대 색과도 조화로운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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