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을 읽고 맞절을 하고 축복을 보내라

결혼하는 친구에게 주고 싶은 것, 좋은 문장을 옮김

by 오복파크

나의 가장 오랜 친구가 결혼을 한다. 약속을 잡는 거 보니 청첩장을 주려는 것 같다. 나도 친구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었다.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좋은 문장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결혼과 관련된 책을 짧게 유영하다가 만난 책 <결혼 생활, 기대 이상입니다>. 제목에 호기심도 들었지만 절판된 책이라 더 그랬다.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방문해 책을 얻었고, 모든 글이 좋지는 않았지만, 너무 좋아서 통째로 옮겨적는 글들이 있었다. 이건 그 중 하나.







지금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당신 짝이 되겠다는 서약을 하며 떨리는 몸과 마음으로 당신을 응시하고 있는 한 존재, 그를 정면으로 마주 보아라.


혼인은 둘의 연애와 맹세와 계산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둘은 스스로도 감지할 수 없는 무의식, 혹은 인연의 이끌림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 둘은 애정으로 묶였지만 애정처럼 변하기 쉬운 것도 없다. 애정이란 무엇인가. 상대의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용납하는 것이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상대의 몸이 바로 당신 인생의 핵심이다. 상대의 몸(마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것이

혼인의 본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몸이란 것은 단순히 8등신과 식스팩이 아니다. 욕망과 습관의 거처다. 당신 파트너의 욕망과 습관이 무엇인지는 혼인 이후에야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새삼스레 그걸 고치려고 해서는 안된다. 상대의 몸(마음)을 나에게 맞춘다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내가 상대에게 억지로 맞춘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사랑의 힘으로 그걸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순진하고 유치한 생각이다. 몸의 역사 혹은 호르몬의 메커니즘을 무지한 채 환상을 가져서는 서로 에너지를 소모할 뿐이다.


이제부터 두 사람의 인생이다. 바꿀 게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욕망과 습관이 이전의 것들을 서서히 덮어나갈 것이다. 그게 혼인의 진정한 의미이고 오늘부터 함께 쓰는 두 사람의 역사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해온 선배로서 구체적인 방법 세 가지만 알려주겠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부 간단한 것들이다. 까다롭고 어려운 일은 실제 삶에서 필요치 않다.

단순하고 간단한 일을 꾸준히 하는 것, 바로 그게 어려운 일일 뿐이다.


첫째, 매월 첫날 서로 손을 마주 잡고 한 달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보내라는 축복을 보내라. 쉬워도 너무 쉽다고? 10년, 20년 후에도 매달 1일을 그렇게 보낸다면 당신 둘은 드물게 아름다운 부부가 될 것이다. 행여 매일 그렇게 하겠다는 욕심은 버려라. 일 년도 못 가 지치거나 의무감이 돼버릴 것이다. 카드를 쓰거나 메시지를 남기는 것도 마찬가지. 번거로운 건 생략하는 것이 낫다.


둘째, 해마다 설날 아침엔 서로 정중하게 맞절을 해라. 젊은 여러분은 모실 어른들이 계시니 어차피 한복을 차려입을 것이다. 어른들께 세배를 드린 후 둘이 고요한 방에서 맞절을 해라. 고개를 깊이 숙인다는 건 묘한 일이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지도 모른다. 그 맞절이 20년, 30년 쌓이면 여러분은 반드시 훌륭한 인간으로 성숙해갈 것이다.


셋째, 해마다 한 권씩 같은 책을 읽어라. 한 권이 너무 적다 싶으면 두 권도 좋지만 욕심을 내 한 달에 한 권을 읽고자 한다면 너무 버거운 계획이다. 지켜지지 않는 약속은 민망해서 못쓴다. 그러니 느슨하게 한 해에 한 권쯤만 잡도록 하라. 두 사람 앞에 꽤 긴 인생이 천천히 밀려올 것이니 서두를 것이 전혀 없다. 계획은 느슨할수록 좋다. 같이 읽는 책이 30권, 40권 쌓인다면 당신 부부는 반드시 존경받는 부모가 될 것이다.


아름다운 부부, 성숙한 인간, 존경받는 부모, 인간이 지향할 가치 중에 이 셋 이상 가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셋 다 단숨에 이뤄지는 것들이 아니다.


이 세 가지 외엔 서로에게 까다로운 의무를 지우지 말라. 의무는 굴레가 되기 쉽고 굴레란 언젠가는 벗어던지고 싶어지니까. 새로 시작하는 두 사람의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이건 축하라기보다 응원의 박수다.


혼인은 만만찮은 프로젝트다.

힘들거든 말 대신 서로의 몸과 마음을 꽉 안아라.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의 몸과 마음뿐이다.


여러분은 오늘, 세상에서 가장 귀한 바로 그것을 얻었다.




출처 결혼 생활, 기대 이상입니다 (같은 책을 읽고 맞절을 하고 축복을 보내라 中, 김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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