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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okie Apr 09. 2023

'23년 도코 여행기(0228-0305)

'도쿄의 디테일' 책을 읽고난 후

‘가림막’은 단순히 책상 위에 올려놓는 물리적 도구가 아니다. ‘가림막’은 개인에게 지정된 영역을 부여하는 '사회적 도구'이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사회적 약속'이다.


미국 고등학교를 재학중이던 시절, 매우 친하게 지냈던 나의 친구 '메구미 아오키'가 도쿄에서 브런치 카페를 금년도 2월에 오픈했다. 응원도 해주고 여행도 할 겸, 국내 친구와 함께 도쿄행 티켓을 끊었다. 근데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충격적인 소식을 카톡으로 접했다.


원래는 내가 먼저 도쿄에 가 있고, 친구는 이틀 뒤에 합류할 예정이었으나, 친구가 코로나 양성이 뜬 것이다(일본은 3차 접종을 안 했을 시, 출국 72시간전 반드시 코로나 음성이 떠야 입국이 가능하다). 당황했지만 이러한 일을 겪은 적이 처음은 아니었어서 괜찮았다. 2016년 친구와 함께 싱가폴을 가려 했으나, 친구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비행기를 놓쳤고, 그때도 혼여행을 했었다. 


친구와 같이 여행을 하지 못한 건 너무 아쉬웠지만, 또 혼자 여행을 하면서 더욱 더 자세히 관찰하고 느낀 점이 무척이나 많았다. 일본은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매우 정교한 디테일로 이루어진 국가다. 내가 직접 보고 경험한 일본의 "사소한 디테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신호등 언제 바뀌어요?

대한민국에서는 신호등을 건널 때, 초록불이 몇 초 남았는 지는 알 수 있어도, 빨간불이 언제 초록불로 바뀌는 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심심치 않게 횡단보도 앞에서 “대체 언제 바뀌는거야”와 같은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근데 일본은 빨간불이 언제 바뀔지에 대한 시간이 떠서, 언제 바뀌는 지에 대한 불만 섞인 푸념을 들을 필요가 없다.


2. 프로혼밥러들을 위한 가림막

대한민국에서의 스타벅스를 가보면, 10인 이상이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을 볼 수 있다. 그 테이블에서는 주로 1-2명 정도의 그룹이 와서 앉는다. 가림막의 존재 없이 다 같이 앉아 있기에, 멀리서 볼 때는 사실상 누가 일행인지 식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하다. 일본에서는 식당이나, 스타벅스 등에서 매우 흔하게 책상 위에 ‘가림막’이 놓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혼자 온 사람들은 그 자리에 앉아 ‘공식적으로 허락된 개인의 영역’을 자유롭게 즐긴다.


‘가림막’은 단순히 책상 위에 올려놓는 물리적 도구가 아니다. ‘가림막’은 개인에게 지정된 영역을 부여하는 '사회적 도구'이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사회적 약속'이다.


3. Welcome to 小人왕국

일본은 위가 작은 사람들이 정말 좋아할만한 식당들로 가득 차있다. 츠키지 시장에만 가도 ‘Half’ 사이즈로 음식 주문이 가능하며, 스타벅스에서는 작은 케이크를 3000원 정도에 먹을 수 있다. 위가 크든 작든, 너나 할것없이 내 양에 맞춰서 주문이 가능하다.


4. 엘리베이터에 위, 아래 버튼 2개만 있는 거 아니었어요?

대한민국에서는 흔히 엘리베이터를 탈 때 위, 아래 버튼 2개만 있다. 근데 일본을 가보니 버튼이 4개가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 하고 보았더니, 장애인분들을 위해 낮은용 위아래 버튼이 추가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정말 많았다. 편의점 도시락 안에 있던 이쑤시개(도시락을 먹고난 후까지 고려하는 니뽄의 customer service란..)라던가, 장애인들이 놀이기구를 어떻게 탈 수 있는 지 안내해주는 디즈니랜드 등… 


도쿄는 수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맞출 수 있도록 많은 부분에서 최대한의 디테일을 담고 있었다. 이러한 디테일들이 지금의 공예와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으로 성장하는 데 분명히 큰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30년만에 처음으로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갈 때는 번역기 없이 여행할 수 있길..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는 스타벅스]
[빨간불이 몇초 뒤에 바뀔지 안내해주는 도쿄의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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