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일 질투합니다.

그렇지만 매일 사랑합니다.

by 오도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대사 중에 이런 게 있어요.


"학교만 가면 난 초능력이 생겨요. 투명인간이 돼요. 애들이 아무도 절 못 봐요. 말도 안 걸고. 학교 안 가도 돼요. 어차피 아무도 몰라요 내가 안 가도."


"왜.. 애들이 왜 그러는데?"


"난 다른 애들이랑 다르니까. 사는데도 다르고 엄마랑만 살고... 그런 것들. 사람들은 원래 자기랑 다르면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저는 이 대사가 참 정곡이 찔렸다고 해야 하나요. 이상적인 말로, 작가로서, 말해본다면 전 이렇게 말하겠죠.


'아니야, 사람들이 싫어하는 게 아니고 질투하는 거야. 너무 잘 살아서. 질투하는 거야. 기대하는 모습이 있잖아. 자신보다 가난하면 어떨 거라는 기대. 자신보다 공부를 못하면 어떨 거라는 기대. 자신보다 가족이, 친구가 없으면 어떨 거라는 기대. 그런 기대들에 네가 부합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질투하는 거야. 신경 쓸 거 없어.'

라고 말이죠. 근데요, 이렇게 말은 해도 저도 사실 질투 하거든요. 제가 생각했을 때 저보다 못난 사람들이 있잖아요. 살면서 저 사람은 나보다 안 됐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들 있잖아요. 사람을 급으로 나누면 안 되지만, 다들 망했으면 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나보다 잘되면 배알 꼴리고 기분이 안 좋잖아요. 망했으면 좋겠고. 처음에는 그게 다 그 사람을 내가 싫어하니까,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근데 아닌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그 사람이 정말 내게 잘못을 해서 망하길 기도하는 경우보다, 그 사람은 내게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망하길 기도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하다못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만 보아도 질투가 나더라고요. 친함의 정도에 따라서 바뀌지도 않아요. 아무리 친해도요, 질투가 나더라고요.


그런 친구가 있었어요. 이 친구라면 내가 정말 급한 일이 있더라도, 그걸 다 내팽개치고 이 친구에게 갈 수 있겠다 싶은. 근데요, 그 친구가 글을 쓴다는 거예요. 소설을요. 그때 제가 너무 싫었어요. 눈치를 보며 어떤 소설을 쓰냐. 무슨 내용이냐. 물으면서 혼자 부들대는 제가 너무 싫었어요. 그 친구는 이미 연재를 하고 있었는데, 응원해 줄 수가 없겠더라고요. 잘 될 거라고 말하기가 싫더라고요. 사람을 질투하는 게, 망하라고 저주하는 게 이렇게 쉬운데 왜 칭찬은 이리도 어려울까요.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잖아요. 세상에서 수많은 재능의 벽 앞에 부딪히는데, 우리가 글은 매일 보니까. 그래서 특히나 글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질투가 나서 미치겠더라고요. 내가 실력이 안 되는 걸 인정하지 못하니까. 내가 못하는 걸 저 사람은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짜증이 나더라고요.


사실 그냥 내가 못하는 걸 인정하면 되는데, 그만큼 좋아하니까 놓지도 못하고 계속 미련하게 붙잡는 거죠. 우리 인간관계도 똑같잖아요. 이 관계가 나한테 독이 되는 걸 알고, 언젠가 그만둬야 한다는 걸 알고, 이 관계에서만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데도 놓지 못하는 관계들이 있잖아요.


수많은 질투와 오만들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근데 저는 솔직히 이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런 말 하면 제가 나쁜 놈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요.


저는 제가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요. 다른 사람들도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요. 글을 쓰는 친구를 보며 속으로 부들댔지만, 그 깊숙한 곳 어디에는 그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도 분명히 같이 공존하거든요. 그 친구의 재능을 부러워하는 거지, 그 친구를 싫어하는 건 아니니까. 정확히 말하면 그 친구랑 경쟁하는 게 싫은 거죠. 각자 다른 걸 잘하면 좋잖아요. 사람은 달라서 끌린다는데, 둘 다 글을 업으로 삼아버리면 우리는 너무 똑같아져 버리니까, 혹시 이 관계가 경쟁으로 치닫아서 피곤해져 버리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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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뭔가 아무 말 대잔치를 한 것 같기도 해요. 근데 이렇게 속에 있는 말을 편안하게 털어놓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재능은 질투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였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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