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가니, 합리화를 시작했다.

일생일대의 수능을 위해 -3(수시원서)

by 오도

그렇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유야무야 고3의 1학기가 끝났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2학기는 정말 수능만을 위한 기간이었다. 끝없는 상담과 쌓여가는 모의고사 문제들. 수업을 형식상 하는 경우가 많았고, 처음부터 자습을 주시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자습-밥-자습-잠의 생활이 이어졌고, 대망의 수시원서 접수날이 다가왔다.


수시 원서 카드는 총 6장. 6장 안에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넣어야 했고, 노력에 비해 높은 학교를 정했다면 불가피하게 눈을 낮춰야만 했다.


내가 원했던 ㅇㅇ대학교는 충분히 넣을 수 있었지만, 내게 다른 선택지가 생겼다.



나는 앞서 말했다시피, 사탐은 항상 1등급이었기에 가능성을 가지고 지켜보는 학생이었다. 나의 3월부터 8월까지의 모의고사-우리 학교는 전국 모의고사가 없는 달에는 사설모의고사를 실시했다.-결과를 토대로 상담을 계속 진행했고, 아직까지 상승곡선을 타고 있으니, 수시 원서를 넣기 전으로 보는 마지막 모의고사인 9월 모의고사를 보고 노선을-ㅇㅇ대학교를 쓸지 말지-확실히 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9월 모의고사가 끝났고, 내가 여태껏 본 모의고사들 중 성적이 가장 잘 나왔다. 담임선생님은 9월 모의고사에 여태껏 잘 보았던 모의고사 성적을 합쳤다.


그 결과는 13211.

(순서대로 국어, 수학, 영어, 사탐 2개이다.)


수학이 문제였지만, 솔직히 저 정도면 너무 만족했다. ㅇㅇ대학교는 무조건 붙고, 웬만한 인서울은 거의 할 수 정도였으니까. 이게 내 또 다른 선택지였다. 인서울. ㅇㅇ대학교는 인서울이 아니고, 지방국립거점대학교였기 때문에, 인서울을 선택하면 ㅇㅇ대학교를 포기해야 했고, ㅇㅇ대학교를 선택하면 수능을 잘 봐도 무조건 ㅇㅇ대학교를 가야만 했다.


그래서 내 가능성을 믿어주신 선생님들이 너무 감사했지만

나는, 불안했다. 내 목표는 항상 ㅇㅇ대학교였는데, 이제 와서 고3이 되고 성적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ㅇㅇ대학교를 포기하는 게 맞는 선택인지 확신이 안 섰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객관적으로 판단이 되니, ㅇㅇ대학교를 쓰면 수능을 잘 봐도 ㅇㅇ대학교에 가야 했으니 아까운 상황이라는 것이 단번에 이해가 갔지만...

저 당시에는 너무 불안했다.


내가 수능을 못 볼 수도 있는 거잖아...


이 불안이 계속 나를 잠식했다.


그러나 수많은 상담을 하고, 직접 조사도 하며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원하던 ㅇㅇ대학교가 더 이상 예전의 명성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입결이 처참했다는 것이었다. 그걸 증거로 선생님들은 나를 끈질기게 설득하셨고, 그래서


결국, 나는

'학교장 추천제'를 내 수시의 카드로 사용하기로 했다. 학교장 추천제란 수시원서 접수를 할 때, 각기 다른 항목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이다. 다른 것들을 예시로 들어보자면 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특성화고 전형, 농어촌 전형 등이 있었다. 이 전형들은 조건이 있고, 학생이 쓸 수 있냐 없냐가 비교적 명확히 갈리는 반면, 학교장 추천은 기준이 조금 모호했다. 학교장 추천제는 말 그대로 '학교장 추천'이기 때문에 학교장의 인증 절차가 있었는데, 그게 애매한 기준이었다.

쓰고 싶다고 맘대로 써주는 전형도 아니었거니와, 보통 인서울 학교장 추천제는 최저등급이 있었기에 그 기준을 맞출 수 있는 학생으로 판단되어야 써주었기 때문이다. 보통 인서울 학교들은 3합 7과 2합 5의 기준이었는데, 내 성적 13211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나는 순탄하게 학교장 추천제를 쓸 수 있었다.


그렇게 수시 원서 접수를 시작했고, 나는 6장의 카드 중 무려 5장이나 학교장 추천제를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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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엔 정시하는 아이들을 위한 자습반이 존재했는데, 아침 조회가 끝나면 하나의 교실로 이동해서 저녁 6시까지 자습을 하는 곳이었다. 자습반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고3 2학기 때부터 생겨나는데, 수시 원서를 하향으로 쓴 학생들은 거의 붙은 게 확실했기 때문에 학급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공부할 분위기가 안 나오기 때문이었다.


나도 당연히 자습반에 들어가려 했지만, 나는 수능 전날까지도 과외를 했다.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과외가 있어서 5일 중 이틀만 4시 반에 하교할 수 있냐고 자습반 담당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들려온 대답은 "학원이나 과외 다니면 들어올 수 없어."였다. 뭐 이리 융통성이 없는지 학교에 대한 불만이 들었고, 내 공부는 정말 나 혼자 챙겨야 할 것 같았다.


사실 수시원서 접수가 끝난 고3을 학교가 챙겨주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편의를 봐주지 않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상담을 했다.

결석을 해도 되느냐고.


물론 담임선생님은 반대를 하셨고, 무단결석은 내가 지켜온 모범생 이미지를 망가뜨릴 거라고 하셨다.-실제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아니었지만, 요약하자면 그랬다.- 나는 아파도 학교에 가서 아프자는 주의였는데, 그 점도 선생님이 반대한 이유셨다. 내가 여태 지켜온 개근이 너무 아깝다면서, 좀 더 생각을 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고심 끝에, 다시 상담을 했다.

조퇴를 해도 되느냐고.


물론 이번에도 담임선생님은 반대를 하셨다. 그 대신 다른 선생님들과 논의하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며칠 후, 담임선생님이 상담을 할 수 있느냐고 여쭤보셨다.

"교감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었어. 그래서 네 상황을 다 말씀드렸고, 교실에서 공부하기 어려우니 집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것도 다 전달드렸어."

"네..." 나는 내가 잘못해서 부르신 줄 알았다. 아무리 수시가 끝난 교실이어도 집에서 하고 싶다는 게 너무 큰 욕심인 건가 싶었다. 그런데


"교감선생님이 네 사정 다 이해하셨어. 그리고 자습반 못 들어가는 건 담당 선생님하고 얘기해 봤는데, 자습반만의 규칙이 있는 거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하시더라. 학생회실이나 스튜디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도 선생님들이 생각해 봤는데 거기서 수업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것도 좀 힘들 것 같아. 그래서 너네가 원래 시험기간에 복도에서 자주 공부했잖아, 이번에도 그렇게 하는 건 어때? 대신 수업하신다고 하시면 그 담당 선생님께 양해 구하고 밖에서 하고. 안된다고 하시면 수업 듣고."


나는 시험기간에 원래 밖에서 자주 공부를 했었다. 밖에서 하는 이유는, 일단 선생님이 없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보통 인강을 노트북으로 보는데, 복도에서는 타자 소리와 마우스 소리를 눈치 보지 않고 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이유, '너무 시끄러워도 집중을 할 수 없었고, 너무 조용해도-조용한 이유가 잠을 자기 때문이었기 때문- 교실에서의 공부는 내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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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복도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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