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 소설 ‘이미’

"학생 여기 와서 그런 이야기하면 안 돼! 학생이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은데....."
"목사님 정부에서 문자로 여럿이 모여서 식사하지 말고 예배도 집에서 하라고 하던데요 이렇게 하면 어떻게... "
"어허! 학생이 잘 몰라서 그런데 잘 들어봐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긴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우리 교회에서는 걸린 적이 없어 그 이야기는 둘 중 하나라는 거야 정부가 교회를 탄압하려고 꾸며낸 것이든지 아니면 하느님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는 거지"
"목사님은 그렇게 이야기하시면 안 되죠 여기 교회에 나이 드신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혹시라도 감염되면 큰일 나잖아요"
"그래서? 감염자 안 나왔잖아"
"아니 그럼 인터넷이랑 텔레비전에서 하는 이야기가 다 거짓말이라는 거예요? 그럼 전 세계가 코로나가 없는데 거짓말에 속고 있는 거라고요? 말이 안 되잖아요"
"학생 말 잘했어 맞아 코로나는 분명 존재하는 바이러스인 게 맞는데 그래서 우리 교회 사람들이 걸렸어? 안 걸렸잖아 항상 식당이나 카페에서 걸리잖아 선별적으로"
"선별적으로요?"
"그래 우리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 하느님이 바이러스 감염자를 선별적으로 선택하고 계신다고, 예수님을 믿으면 바이러스는 절대 걸리지 않아 수치가 증명하잖아 우리 교회가 증거야 아주 과학적인 증거지"
"예?! 과학적 증거요?"
"그래 생각해봐 처음에 이단 종교 무리 신천지 같은 곳에서 바이러스가 퍼졌지? 그리고 그다음에 차례차례 다른 이단 교회들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잖아 안 그래?"
"어이가 없네요 그럼 여기 교회 다니는 분들만 하느님이 지켜주시고 계신다는 거예요?"
"그래 맞아 분명 하느님이 지켜주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 교회는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고 있잖아 내 이야기가 틀렸다면 벌써 1년 동안 예배를 하고 있는데 한 명도 감염자가 없었던 것을 어떻게 설명할 거야"
"목사님, 목사님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시는 분이에요 여기 계신 분들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예수님의 존재를 확인하는 사람이 되면 안 돼요"
"학생, 학생이 아직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이 목사님은 하늘과 소통하는 사람이야 오랫동안 진실한 믿음을 가졌기에 하느님이 주신 능력이지, 우리 교회 신도 모두가 나를 통해 하느님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우리 교회에 나오고 있어 그러니 학생은 괜히 남의 교회에 와서 행패 부리지 말고 너희 교회로 돌아가"
"저 교회 안 다니는데요"
"목사님은 딱 보면 알아 너 교회 다니는 거 알아 딱 보여, 너희 교회 어떤 사람이 우리 교회 염탐하고 오라고 시킨 건진 모르겠지만 그런 이단 교회 빠져들면 안 돼 진정한 믿음만이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어"
"에휴 목사님 말씀 잘 알았어요 그래도 제발 부탁이니깐 모여서 같이 식사하는 거랑 마스크 벗고 예배드리는 것만 피해 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어허! 어른들 일에 자꾸 쓸데없는 참견을 하네 하느님이 다 내려다보고 계신다. 이 목사님은 그게 다 느껴져 너 자꾸 이러면 큰소리치면서 내 보낼 테니 좋은 말할 때 얼른 돌아가! 우리 교회는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어서 돌아가!"
"예 다시 한번 부탁드릴게요 꼭 부탁드릴게요"
여학생은 목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뒤돌아서서 교회를 빠져나간다.

교회 정문을 통해 나온 여학생은 모둥이를 돌아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여학생을 보며 말한다.

"벌써 왔어? 거긴 어땠어?"
"여기 교회도 마스크도 없이 노인들이랑 아이들 데리고 예배드리고 있어 목사한테 아무리 말해도 못 알아듣네"
"여기도 마찬가지야 하느님이 지켜주기 때문에 바이러스 따위는 걱정 없다고 하네"
"그나저나 올라가서 뭐라고 보고하지? 많이 화내실 텐데"
"어쩔 수 없지 뭐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야지"
"하느님은 도대체 예전에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저런 무책임한 믿음이 생기게 되었을까?"
"아무 말도 안 하셨대 항상 보여주기만 하셨대. 자기들끼리 마음대로 해석하고 있는 거지 뭐"
"일단 올라가서 오늘 보고 온 교회들도 설득 못했다고 보고 드리자"
"그래.... 그나저나 걱정이네 인간들......"
두 여학생은 등 뒤에 메고 있는 백팩을 열었다. 이윽고 백팩에서 숨겨둔 새하얗고 커다란 날개가 펴졌다. 그러곤 해가 지는 방향으로 뛰어올라 날아갔다.
잠시 후 도시 곳곳에 십자가 세워진 건물들에서 수많은 하얀 날개들이 쏫아 올라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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