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서준이가 없어지던 날

by 하린

서준이가 없어지던 날,

나는 아직도 그 하루를 또렷하게 기억한다.

서준이는 내 동생이다.

우리는 같은 유치원, 아니 근처 교회에서 운영하는 선교원에 다녔다.

집 근처엔 다섯 살을 받아주는 유치원이 없었고,

엄마는 “누나랑 같이 다니면 잘 챙기겠지” 하는 마음으로

나랑 서준이를 한 곳에 보냈다.


하지만 서준이는 누나 말을 듣는 애가 아니었다.

그 애는… 진짜 어마어마한 장난꾸러기였다.

매일 나를 때리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아빠 없을 땐 겁주기용으로 쓰던 검은 몽둥이를

장난감 삼아 휘두르다가 내 쌍코피를 터뜨렸다.

명절엔 사촌들까지 괴롭혀서

친척들이 서준이를 ‘고양이’라고 불렀다.

할퀴고, 물고, 들쑤시고.


그래도 매일 같이 유치원 다녔고,

그날도 평범하게 집에 돌아온 날이었다.


엄마는 그때 대가족 살림을 사느라 바빴고,

할아버지, 할머니, 결혼 준비 중인 작은삼촌까지, 우리 7 식구가 한집에 살던 시절이었다.

나는 방에 있었고, 엄마는 분주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서준이가 안 보였다.


엄마랑 할머니는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우리 집 장손이 사라졌다!”

동네 파출소는 집에서 1분 거리.

엄마는 파출소에 달려가 실종 신고를 했고,

온 동네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선교원, 놀이터, 시장, 동네 초등학교,

할머니 손잡고 종종 오르던 동네 뒷산까지.

온 동네를 뒤졌지만, 서준이는 나오지 않았다.

그날따라 어둠이 빨리 깔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퇴근해 돌아왔다.

그땐 젊은 사람이나 삐삐를 들고 다녔고, 핸드폰은 없던 시절.

손자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는 “뭐꼬 이게!” 하며 노발대발,

집 안이 난리가 났다.


해가 거의 다 진 저녁,

슬슬 어둑해지던 골목길.

그때였다.


저 멀리에서

흙투성이 두 꼬맹이가 손을 잡고

“깔깔깔깔!” 웃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엄마, 저거 서준이 아이가?”


정말이었다.

한 명은 서준이, 한 명은 친구 우락이.

얼굴은 시커멓고, 옷은 흙과 나뭇잎으로 뒤범벅.

걸어오는 내내 해맑게 웃고 있었다.


엄마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물었다.

“서준아, 니 어디 갔다 왔노?”


서준이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저~쪽에 산에 갔다 왔다! 우리 등산하고 왔대이.”


꼬맹이 둘은 그날

동네 골목길을 탐험하다가

도로를 건너 동네 뒷산까지 올라갔다고 했다.

할머니, 엄마, 아빠와 늘 다니던 길이 아니라

길도 없는 덤불 많은 산길을

자기들이 만들어가며 엉금엉금 기어올랐단다.


서준이는 “야호!”도 외쳤다고 자랑했다.

풀숲 사이를 지나던 중,

동네가 아래로 쫙 펼쳐지니까

정말 외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웃긴 게,

다섯 살짜리가 꼴에 어디서 “야호! “ 하는 걸 봤다고

그렇게 신나게 흉내는 냈을까.


엄마는 서준이를 데리고 파출소에 다시 가서

아이 찾았다고 보고를 하고, 감사인사를 드렸다.

경찰 아저씨가 서준이에게 말했다.

“이놈! 다음부터 엄마한테 말 안 하고 돌아다니면

아저씨가 잡아간다!”


그렇게 그날의 소동은 끝났다.


우리는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기진맥진했지만, 모두 안도했고,

그날 이후 서준이는 한동안 혼자 못 나갔다.


지금도 기억난다.

그날, 동네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는데

불빛도 있고, 밥 짓는 냄새도 났고,

차도 지나다니고, 동네 아이들 목소리도 들렸는데

그 모든 게 멈춘 것처럼 느껴졌던 순간.

엄마와 할머니만이,

정지된 풍경 속에서

세상이 무너진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며 뛰어다니던 그 하루.


내 기억 속의 그날은,

정말 서준이가, 내 동생이,

없어졌던 하루였다.

그리고,

무사히 돌아와 줘서 다행이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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