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 서준이가 태권도장 다니는 게 진짜 싫었다.
맨날 도장만 갔다 오면 배운 걸 나한테 써먹었다.
갑자기 “태! 권! 도!” 구령 외치면서 발차기를 날리질 않나,
품새 연습한다고 나를 발판 삼질 않나.
저녁엔 아빠 앞에서 쥐 죽은 듯 있던 애가,
낮에는 태권도장 형아들 인맥 자랑하면서
누나야는 내한테 쨉도 안 된다고 거드름을 피우는데,
진짜 얄미웠다.
그런 날은 아예 현관에서부터 마음을 굳게 먹고 들어가야 했다.
아, 또 맞겠구나…
그런데 하루는 달랐다.
그날은 서준이가 이상하게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문 열고 들어오자마자 신이 나선 나를 불렀다.
“누나야, 누나야!!”
“왜?”
“누나야, 누나는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아나?”
… 뭐래는 거야, 이 꼬맹이가.
나는 그때 진심으로 대답했다.
“애기는 결혼을 해야 생기지.”
내 머릿속에는 아주 명확한 순서가 있었다.
결혼식을 하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턱시도 입고,
사진을 찍고,
그리고 그 집에 새가 씨를 물어다 주면
아빠가 그걸 옥상에서 꺼내와서
엄마한테 주면,
엄마가 그걸 먹고…
그러면 아기가 생긴다.
엄마가 내가 어릴 때 그렇게 말해줬었다.
그런데 서준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다~”
뭐?
“그러면 어디서 생기는데?”
서준이가 말한다.
“남자 하고 여자 하고 있잖아…
빨가벗고 있잖아...”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어디서 이런 더러운 소리를 듣고 왔지?
절대 안 믿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쪼매난 게 잘못된 정보나 주워 들었는지…
“야, 거짓말 치지 마라. 알지도 못하면서~ 누가 카든데? “
“아이다 맞다~ 우리 태권도장에 6학년 형아야가 카는거 들었거든~”
“아이다, 내가 더 안다. 저리 가라!”
나는 그렇게 그날의 충격을 내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나,
나는 중학생이 되었고,
조숙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야동’이라는 걸 접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그때 서준이가 했던 말이,
사실이었다.
그날 “빨가벗고…” 하던 그 눈빛이
뭘 진짜로 알고 확신에 차서 하던 말이었다는 걸.
이런 젠장,
이 어린놈이 나보다 먼저 인생을 안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