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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Aug 28. 2024

나의 느리고 느린 달리기

런중일기 11. 아무래도 늘지 않는 달리기

올해 3월부터 시작한 나의 달리기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30분 쉬지 않고 달리기가 목표다. 프로 러너들이 보기에 얼마나 보잘것없는 목표일까 조금 쑥스럽지만, 나의 체력 수준에는 적당한 정도다. 2년 전에는 족저근막염이 너무 심해서 1년 동안 1시간 이상 걷지를 못했으니까. 잘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요즘이지만, 달리기를 시작하고는 계속 욕심이 생겨서 조금 더! 뛰었다가 다음날 뛰지 못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염증이 생기거나, 근육통이 심해지거나 관절이 아프거나. 어느 날은 달릴 때 목과 어깨가 너무 아파서 정형외과를 찾았더니 “달리다가 목이 아파서 오는 환자는 오랜만이군요.”라는 의사의 비아냥인지 놀라움인지 모를 이야기를 들었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의사는 “우리 나이 때는 달리기보다는 수영이 나아요. 수영할 생각은 없어요?”라고 물었다. “어깨를 못 돌리는데 수영이 나을까요?”라고 묻는 대신 “달리기가 더 좋아서요.”라고 대답을 했다. 어깨가 아픈 이유는 목디스크가 있기도 했지만, 달릴 때 아픈 이유를 러너를 경험해보지 못한 의사는 말해주지 못했다. 유튜브 검색을 통해 혼자 그 이유를 찾았는데, 달릴 때 팔을 흔드는 자세가 문제였다. 


하나. 양쪽 손을 흔들 때 몸의 중심축을 넘나들지 말 것. 손이 반대쪽으로 몸의 중심축을 넘어 흔들게 되면 라운드 숄더인분들은 더욱 어깨가 굽어지기 때문에 목과 어깨에 무리가 간다는 것이었다.


하나. 어깨가 아프거나 소리가 날 때는 팔을 세게 흔들지 말 것. 어느 날 어깨에서 소리가 나길래. 소리가 안 날 때까지 안 나는 방향을 찾아 흔들었더니 더 무리가 갔다. 어깨에서 소리가 난다면 팔 흔들기를 멈추고, 가볍게 달려야 했다. 어깨충돌증후군이 있다면 더 주의할 것.


하나. 고개를 숙이면서 달리거나 상체를 너무 앞으로 숙이지 말 것. 거북목 증후군 또는 일자목인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자세로 달리면서 목에 더 무리가 갈 수 있다.


하나. 통증이 있는 경우 달리는 것보다는 걸을 것. 이게 나에게 가장 큰 문제였다. 달리기 실력은 나아지지 않고 통증을 줄이고 자세를 교정하는 재활 운동이 달리기보다 훨씬 절실한 것이 나의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 나의 달리기는 시작과 비교해 나아진 것은 없다. 목의 통증, 정강이 통증이 없어진 게 성장한 점이라고 꼽을 수 있을까? 러너의 복장을 하고 달리지 않는 안경 낀 여성을 한강길에서 목격한다면 "그건 접니다."


천천히 달리기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걷기의 장점은 언제든 여유롭게 멈춰서서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강의 수질과 바람의 방향, 강물의 높이, 갈매기의 먹이 쟁탈 싸움, 강을 튀어 오르는 물고기 등을 호기심 있게 오래 관찰할 수 있다. 매일 그 자리에 혼자 머무는 왜가리의 외로움과 경계심을 매일 찾는 반가움도, 폭우에 떠밀려 온 개구리를 압사에서 구해주는 나의 느리고 느린 달리기. 나는 이 순간을 달리기로 향해가는 과정이라고, '런중일기 1화'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달리는 인간은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상처로 얼룩진 몸과 마음을 씻어내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제는 날이 좀 선선해져 아침 6시 반 달리기를 경험해보았다. (그래도 1km 남짓 달렸으니 나는 달렸다고 감히 말해본다.) 이른 아침인데도 달리는 사람을 마주하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체온 조절이 어려워 덥다고 달리기를 쉬는 동안에도 이렇게 달리는 인간은 언제 어디에도 존재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실내 달리기라도 했으면 되잖아?'하는 생각이 방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는 인정하고 나의 게으름을 탓해야겠다. 내일은 실내 유산소 운동이라도 하며 달리는 인간으로 한 발짝 앞으로 나가야겠다. 뒷걸음질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 병원 좀 그만 가고 싶다. 


부상 없는 안전 러닝을 바라며.


2024년 8월 27일 화요일에 발견한 이야기.

※ 밀리로드에서 동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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