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계획하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유
어느 날 갑자기,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18층짜리 회사건물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회사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들어온, 나의 사회생활이 처음 시작된 곳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러니까 연봉/워라밸/분위기는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다. 업계에서는 탑이라 업계현직자는 모두 이리로 오고 싶어 하고, 조건을 맞춰줄 다른 곳이 없어서 오히려 나는 이직이 어려운 곳이다. 나도 입사 초반엔 여길 다니는 내가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4년 차 지금, 난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근무시간에 특별한 일만 없으면 아무도 나를 터치하지도, 말을 걸지도 않는다. 편하다. 근데 그만큼 하는 것도 없다. 내가 직접 할 것을 찾아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글쎄, 회사 배부르라고 괜히 일을 벌이고 싶진 않다. 내 회사가 아니지 않은가. 회사 밖에서 자아실현을 하거나 부업을 해보라고? 글쎄,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그 시간이 의미 없다면 이건 잘못된 것 아닐까? 나는 생각보다 스스로의 성장과 발전, 성취에서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 시간의 1 초도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내가 발전하며 행복하고 성취할 수 있는 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거든.
나보다 5년은 더 일한 사람들을 보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저 사람들도 결국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 살고 있는데 실행이 안 돼서 혹은 용기가 없어서 어물쩍 머무르는 게 아닐까.
더 큰 일을 할 수 있고 포부가 있는 내게 18층짜리 회사는 작고 볼품없기 그지없다. 이런 나를 회사에 가둬놓는건 너무나 아까웠다. 그렇게 내가 살고자 하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했고, 그 결론은 퇴사하고 내가 즐거움을 느끼며 세상에 의미를 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 그리고 그것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남편을 납득시킨 후 완벽히 난 이곳에서 벗어날 것이다. 내년 1 월에는!
회사라는 튼튼한 우산을 버리는 건데 불안하지 않냐고?
전혀- 나는 나를 믿는다. 나는 직관을 믿는 편인데, 신기한 건 그 직관이 찾아오는 시기가 매번 또래보다 좀 빨랐다. 초등학교 때는 내 인생 전반의 방향에 대해, 중학교 때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리고 희망하던 특목고의 합불을, 고등학교 땐 내 성향에 맞을 진로를,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것까지.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일들에 나의 직관은 대체로 적중했다.
나는 생각보다 강하고 줏대가 있으며, 예술분야에서 일할 사업자의 기질이 있다. 누가 내 위에서 지시하는 걸 못 견뎌한다. 내가 피곤하더라도 내가 만족할 일을 하는 게 속 편하고 좋다. (혹시나 하고 사주를 보러 갔는데 내 생각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는 신기한 이야기도 있다.) 내 직관이 지금은 나의 일을 찾을 시기라고 말하고 있고, 오랜 시간 관심 있었고 팔로 업해왔으며 나의 시간과 돈을 투자한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세상에 알리는 것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