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hichloe Nov 11. 2023

4년 차 직장인의 잃어버린 나 되찾기

나를 찾는 루틴, 그 Prologue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나만의 쉼 루틴을 갖고 있었다. 2인 1실 기숙사에서 지냈던 나는 룸메가 없을 시간에 일찍 방에 들어와 달달한 간식을 먹으며 혼자 생각을 하고 일기를 썼다. 주말마다 학원에 가기 위해 대치동을 갈 때면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숙제를 했다. 다시 기숙사에 들어가는 일요일 저녁에는 한적한 학교 뒷마당을 산책하며 새로운 일주일을 위한 다짐을 했다.


나만의 루틴을 통해 진로를 결정하기 어려웠던 시기에 내 마음속 이야기에 집중했고, 진지하게 배워보고 싶은 건축으로 진로를 바꿔(원래는 의대를 가고 싶었다) 그에 맞는 비교과활동을 준비했다.


대학에 와서도 나의 루틴은 약간의 변주만 있을 뿐 여전히 이아갔다. 특히, 시간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아주 좋아했는데, 아침은 늘 사과 한 개와 삶은 계란 하나에 집에서 내린 아이스아메리카노였고, 매일 1 시간 씩 홈트를 했다. 공강엔 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과제를 했고, 공강이 길 때는 학교 근처 연희동과 홍제천을 산책하며 아기자기한 카페와 샵을 발견하는데 재미를 느꼈다. 날씨 좋은 하루는 자체휴강하고 갤러리에 전시를 보러 가고,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국립현대미술관을 들러 한 바퀴 돌고 가기도 했다. 운전을 일찍 배운 덕에 주말엔 음악을 크게 틀고 근교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운이 좋게도(좋은 걸까? ㅎㅎ) 취직이 바로 됐고, 첫 1 년은 돈을 벌고 쓰는 재미에 즐거웠다. 또래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내가 생각했던 일을 하는 것 같았고, 그런 나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2년 차가 되고 나는 슬슬 맡은 일에 지겨워했고, 나름 업무 관련 자격증도 준비해서 취득했지만 기약 없는 승진을 위한 가점을 따기 위한 것일 뿐 성취의 느낌은 없었다.

3년 차부터 부서이동이나 이직의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누구 하나 나 괴롭히는 사람 없고 사람으로 스트레스받는 경우가 없는 건 다행이지만, 회사에서의 시간이 너무 재미없는 것이다. 몇 억짜리 계약을 찍으면 뭐 하나, 나에겐 아무런 의미도 성취감도 없는데. 그렇게 나는 주어진 일만 하고 의욕이 떨어지는 생활을 보냈다.


문득,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보다 돈은 부족했어도 시간의 자유가 있던 대학 때가 훨씬 행복했고, 그때의 내가 진짜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지금의 문제는 무엇인가? 나의 루틴을 잃었다. 내가 나임을 되새기는 루틴을 잃었다는 깨달음에서 나는 다시 나를 되찾기로 결심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핸드폰 대신 창 밖을 보고 책을 15 분 읽는 것, 아침에 다이어리에 나의 목표를 10번씩 쓰는 것, 짧지만 10분씩이라도 매일 복근운동을 하는 것, ‘소유하고 싶은’ 명품가방이나 주얼리를 사지 않고 나 다운 단순함에 집중하는 것,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의 목차를 간단히 보고 빌려와 아늑한 집에서 한참을 읽는 것, 달달한 간식으로 스스로에게 잘했다며 선물을 주는 것.


나를 다시 되찾는 루틴을 하나씩 소개하고 공유해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직장인, 대학생 여러분들이 있다면 같이 헤쳐나가고자 한다.

이전 02화 나를 18층짜리 건물에 가둬놓기엔 너무 아까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