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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ichloe Nov 12. 2023

남편이 씻으러 간 사이, 나는 미역국을 끓인다

생일 서프라이즈 미역국과 막간 책 읽기


남편이 씻으러 들어갔다. 나는 그 사이 낮에 사 온 미역국을 조심스럽게 냉장고에서 꺼내 냄비에 옮겨 담는다. 남편 생일을 맞아 미역국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는 것이다. 직접 끓이진 않느냐고? 내가 끓이면 맛이 없거니와(...) 요리를 시작하는 순간 서프라이즈는 들통나기 때문에 직접 끓이는 건 선택지에 없다.


낮에 동네 반찬가게에 혼자 다녀왔는데, 오늘 5시부터 진행되는 롤 준결승에 모든 하루 일정이 맞춰져 있는 남편은 내가 뭘 사 왔는지 꼼꼼히 볼 새도 없이 서재에서 할 일에 집중해 있었다. 다행이었다. 그렇게 남편이 씻으러 들어간 사이, 저녁 준비를 하는 척(불고기도 데우고, 김치도 꺼내고, 밑반찬도 꺼내고) 미역국을 데우기 시작한다.


가스불 (우리 집은 인덕션이지만) 켜놓았으면 넘치거나 타지 않게 불 앞을 지켜야 하니, 난 15 분 남짓을 책을 읽어야겠다. 오늘 도서관에서 새로 빌려온 책 4 권 중 하나를 고르고, 책 읽을 때 필수품 타이머도 서재에서 부엌으로 옮긴다. 남편이 미역국이 끓기 전에 나오지는 않는지 귀는 화장실로 쫑긋 세운채, 나는 미역국 앞에서 책을 읽는다.


앗 이제 다 끓었다. 맘 놓고 책을 읽는다- 그나저나 남편 언제 나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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