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딱 기다려, 내가 간다
부제-뒤늦은 미국 여행기 9- 미동부/캐나다 패키지 여행기
오늘은 미국/캐나다 동부를 돌아보는 패키지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하루 여정을 함께할 가이드는 이 중사라는 분이었다.
이번 여행처럼 많은 가이드를 만난 적도 없었다. 뉴욕에 처음 왔을 때 잠깐 만난 가이드는 하도 짧은 시간 동안의 만남이어서 이름은커녕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두 번째 만났던 가이드는 워싱턴, 나이아가라 여행을 함께 한 데다 버스에서 미국/캐나다 초기 역사를 자세히 설명해 줘서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버스에서 좀 졸기라도 하면 "몇 번째 누구, 들어야지 자나요?" 하면서 꼭 학생 다루듯 해서 졸린 눈을 비벼가며 열심히 들었다. 그 많은 이야기 중에 머리에 남아있는 게 없어서 안타깝긴 하지만 말이다.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올 여행을 함께 한 정유진 가이드님은 별명이 '김국진'이라고 해서 기억에 남는다.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데 사람들이 개그맨 김국진 씨를 많이 닮았다고 하나보다. 이왕 닮는 거, 개그 감각까지 닮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한 군데라도 더 데려가 주려고 애쓰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특히 그다지 크지 않은 벤에 10명이 가져온 무거운 가방을 테트리스 하듯 매일 넣었다 뺐다 하느라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짠하기도 했었다. 패키지여행의 마지막 날을 함께한 가이드는 이 중사님이다. 정유진 가이드에게 '이 중사'라는 분이 나온다고 했을 때 왠지 남자분일 것 같았는데 만나보니 여자분이었다. 걸걸한 여장부 스타일의 이 중사님은 옷도 완전 군인 복장이었다. 성격도 화끈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더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유쾌한 분이었다.
우리가 머물던 뉴저지와 맨해튼 사이에는 Hudson River가 있고 그 강을 건너야 맨해튼으로 들어갈 수 있다. 보통은 George Washington Bridge를 건너거나 Lincoln Tunnel을 건너서 간다고 하는데 교통 체증이 없으면 15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항상 길이 막혀 1시간에서 1시간 반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를 태운 이 중사 가이드님도 바로 이 점을 걱정했다. 마침 우리가 출발하는 시간이 출근시간과 겹쳐서 두 곳 중 아무 데나 가더라도 막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설마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이 중사 가이드는 Lincoln Tunnel을 선택했고 호텔에서 그 입구까지도 30분은 족히 걸린 것 같았는데 문제는 Lincoln Tunnel 입구였다. 입구에 딱 들어서자마자 차가 서더니 거짓말 안 보태고 딱 두 시간을 10미터도 채 움직이지 못하고 서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꼭 거짓말 같은 상황이었다. 이 중사 가이드는 너무도 자주 겪는 일이라면서 자기는 일 때문이 아니라면 맨해튼에는 발도 들여놓지 않는다고 했다. 두 신간을 좁은 차 안에 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무엇보다 볼 것도 많고 갈 데도 많을 텐데 그냥 그러고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도 방법이 없었다. 길만 알면 내려서 걸어가고 싶을 정도로 답답한 상황이었다. 인내심이 거의 바닥나는가 싶을 때 차가 움직이더니 체증이 좀 풀렸는지 금방 맨해튼으로 들어왔다. 퀘벡까지 여행을 함께한 일행들이 모두 인내심이 강한 사람들이어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예정보다 너무 늦게 들어와서 시내 관광 일정이 변경되었다. 자유의 여신상을 밖에서 한 바퀴 도는 페리 호의 시간이 정해져서 그 일정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미국의 독립 백 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에서 선물로 보내준 자유의 여신상은 뉴욕의 랜드마크이자 미국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기도 하다. 뉴욕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자유의 여신상을 보려고 페리를 탄다고 한다. 페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자유의 여신상을 실컷 보고 배경으로 사진도 맘껏 찍을 수 있었다. 동상이 있는 섬에 상륙하여 내부 구경도 해볼 생각인데 계획대로 일정이 진행될지는 모르겠다.
두 번째 일정은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방문이었다. 이곳은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폐허가 된 자리에 세워진 건물로 104층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360도로 뉴욕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맨해튼의 스카이라인과 자유의 여신상도 볼 수 있다. 건물의 아래쪽 그라운드제로는 그때의 희생자를 기리는 메모리얼 파크인데 여기저기 떠다니는 국화꽃이 그들의 영혼을 상징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세 번째 일정은 센트럴 파크였다. 물론 그 넓디 넓은 공원을 다 갈 수는 없었고 뉴욕을 배경으로 했던 '나 홀로 집에' 2편에 나왔던 곳으로 데려가 주었다. 꼭 거기가 아니어도 전체적으로 사람들이 유유자적 산책하거나 누워서 책을 읽는 모습들이 평화로워 보였다. 시간이 되면 우리도 진정한 뉴요커처럼 이곳에 다시 와서 여유 있게 산책도 해보고 잔디에 앉아 햇빛을 즐겨보자고 했지만 역시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아침에 나오는 길이 막혔으니 저녁에 들어가는 길도 장담할 수 없다며 일정을 조금 서둘러서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열흘간의 여행을 함께한 일행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내일부터 둘이서 즐길 맨해튼에서의 자유일정을 기대하며 여행의 1부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