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정화 Freshorange Oct 17. 2023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

뉴욕!!!! 딱 기다려, 내가 간다

부제-뒤늦은 미국 여행기 6 - 미동부/캐나다 패키지 여행기


 이번 여행은 다양하게 호사를 누리고 있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긴 하다.  르네상스가 꽃피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메디치 가문에 대한 얘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돈에 관한 시를 낭송하는 것을 들었다. 돈이 권력, 힘, 여자 등등 모든 것을 해결해 주니 돈을 벌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돈'을 좀 쓰니 모든 게 수월하게 해결이 되었다. 물론 이번 여행에서만이다. 30년 넘게 둘이 사느라 애썼고 30년 넘게 돈 버느라 애썼으니 이 정도 호사는 충분하다고 위로하면서 말이다. 이번에 자랑하고 싶은 호사는 어젯밤 나이아가라 호텔에 머무르면서 밤새 즐긴 폴스뷰 룸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 경치는 낮과 밤이 전혀 다르다. 낮엔 웅장한 자연이 주는 거대함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을 즐길 수 있다. 밤엔 폭포 위로 쏟아지는 다양한 색의 조명이 주는 현란한 아름다움이 황홀함을 준다. 그런 황홀함을 편안히 앉아 볼 수 있는 폴스뷰 방을 배정받아서 실컷 뷰를 즐길 수 있었다. 우리 일행 30명 중 겨우 5명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아침에 즐긴 조식 뷔페도 만족스러웠다. 나는 여행을 할 때 좋은 호텔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방법이 딱 하나 있다. 양파, 치즈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물론 hold onions 등 잘난 체 하며 좋아하지 않는 재료는 뺄 수도 있다.) 오믈렛을 그 자리에서 해주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따진다. 폴스뷰를 실컷 즐길 수 있어 나에게 점수를 많이 딴 호텔은 신선한 재료로 오믈렛을 해주는 걸로 좋은 호텔의 명성을 얻었다. 뭘 빼야 할지 몰라 무조건 everything이라고 말하면 두 개나 가져다 먹었다. 여행에서는 절반 이상이 먹는 즐거움이고 이번 여행은 먹는 즐거움을 백 프로 즐긴 최고의 여행이기도 하다. 

  뉴욕으로 다시 돌아가는 팀과 헤어지고 10명만 퀘벡까지 가는 팀이 되었다. 캐나다 투어를 책임지는 별명이 김국진인 정유진 가이드를 만나 밴을 탔다. 인원이 적어서 벤이 온 것 같은데 짐도 많고 자리도 좁아 불편했다. 무엇보다 그 작은 공간에 큰 짐가방을 테트리스하듯 넣었다 뺐다 하는 가이드가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렇다고 막 돕기도 힘들었다. 가이드는 전문가여서 그런지 무거운 짐을 요령 있게 잘 들었다 놨다 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들었다간 허리라도 다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너무 이기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모른 체 할 수밖에 없었다. 가이드는 자기 나름의 스타일이 있는지 일정에 없는 곳도 잘 데리고 갔다. 그중에 하나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가 있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갔는데 토론토로 가는 길에 잠깐 들를 수 있었다. 정말 작은 교회였다. 실제로 예배를 보기도 한다는데 목사님과 한두 명 들어가면 꽉 찰만큼 조그마했다. 그래도 예배 보는데 필요한 건 다었다. 예수님과 십자가, 성경책, 단상들 말이다. 주변 풍경도 너무 이뻐서 조금 쌀쌀한 날씨를 무릅쓰고 사진도 찍고 한적한 시골 풍경을 차분히 즐길 수 있었다. 

 바다 같은 호수인 온타리오 호수를 직관할 수 있는 곳에 잠깐 머물렀다. 독서부터 십몇 대째 이어온다는 와이너리에 가서 설명도 듣고 아이스와인도 한 병 샀다.

'Bab'이라는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토론토로 향했다. 바다 같은 호수라더니 1시간 40분을 달려왔는데도 여전히 호수란다.

참 부러운 나라다. 미국이나 캐나다나. CN타워 전망대는 날씨가 안 좋아 시야가 흐려서 올라가도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 같아 패스했다. 여행은 날씨가 절반이라는데 흐리고 비 오고 좀 춥기도 하고 우리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진 않다. CN 타워 봤다는 정도의 인증숏을 찍었는데 토론토 구시청, 신시청도 별반 다른 것은 없었다. 

 그래도 폐공장 지대를 개발해 핫 플레이스로 만든 디스틸리어 디스트릭으로 가서 아이쇼핑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캐나다 현지인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마치 현지인처럼 잠깐이라도 분위기에 젖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날마다 별일 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전 05화 Poor Niagra Falls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