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딱 기다려, 내가 간다
부제-뒤늦은 미국 여행기 4-미동부/패키지 여행기
길고 긴 하루의 여정으로 무척 피곤했지만 시차는 극복하기 힘들었다. 몸이 그렇게 피곤한대도 한국에서의 시간은 낮이라고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안 그래도 갱년기 불면증인지 뭔지 한국에서도 잠을 푹 4~5시간 자본적이 없었는데 시차 때문에 아예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워싱턴으로 향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일찍 일어나야 해서 아예 잠자기를 포기하고 패키지 일정이 끝나고 열흘간 머무르면서 보낼 일정을 짜기 위해 뉴욕 셀프트래블 책을 보기로 했다. 잠자리에서의 책은 수면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은근 기대하면서 책을 봤는데 갈 데도 많고 볼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을 찾아보니 수면제는커녕 아예 잠이 대서양 밖으로 도망가 버렸다. 젊은것도 아닌데 이러면 내일 어쩌지?라는 걱정이 처음으로 들었다. 책을 보다 살포시 잠든 것 같은데 6시 알람이 울렸다.
빠르게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그리 화려하지 않은 호텔답게 조식을 먹는 식당도, 조식뷔페도 소박했다. 그것도 많이. 잠을 못자서 이은 지 입이 깔깔하여 요구르트와 식빵 한 조각으로 아침을 때웠다.
7시 20분에 호텔을 떠나 워싱턴으로 출발했다. 뉴저지주, 뉴욕주, 댈러웨이주, 볼티모어, 메릴랜드 주를 거쳐 워싱턴에 도착했다. 원래는 국회의사당, 백악관은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일정이었는데 가이드님이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주차도 힘든데 기사에게 사정해서 내릴 수 있었다. 덕분에 백악관 갔다 왔다고 자랑할 수 있는 인증숏을 찍었다. 멀리서 겨우 외관만, 그것도 한쪽 외관만 볼 수 있었지만 말이다.
가이드님은 캐나다로 이민 왔다 다시 미국으로 2차 이민을 온 30년 차 베테랑이었는데 차에서 조는 사람들을 깨워가며 하나라도 더 설명하려는 열정이 넘쳤다. 잠을 한숨도 못 자서 차에서라도 자야겠다고 생각했던 나도 조금만 졸면 이름을 불러가며 깨우는 통에 수능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데 허벅지를 꼬집어가면 설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정확한 연도나 인물, 디테일한 것은 금방 머릿속에서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미국의 건국 스토리 전체적인 윤곽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것도 그때뿐, 지금 와서 생각하면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가이드님의 노력이 무색하다.
세 번째 일정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이었고 이곳은 입장해서 볼 수 있었지만 역시 사람, 박물관이어서 특히 학생들이 많았다. 소유하는 사람마다 죽었다는 저주의 블루다이아몬드, 프랑스의 비운의 왕비 마리앙뜨와네뜨가 착용했다는 눈물방울 귀걸이등을 짧게 보고 토마스제퍼슨 기념관을 거쳐 링컨 기념관까지 숨 가쁘게 다녔다.
식사하고 호텔까지의 거리도 만만치 않아 호텔엔 밤 9시 20분쯤 도착했다.
많이 피곤했으니 제발 시차와 상관없이 잠을 푹 자기를 빌며 오늘도 기나긴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