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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화 Freshorange Oct 17. 2023

2023년 4월 19일 남편과 뉴욕으로 떠나다

뉴욕!!!! 딱 기다려, 내가 간다

부제- 뒤늦은 미국 여행기 2-미동부/캐나다 패키지 여행기


 작년 여름 이맘 때쯤,  큰 고민 끝에 퇴직을 결심하고 나는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에 들떠 있었다. 3년 가까이 세계를 멘붕에 빠뜨렸던 코비드 19 시국이 그냥 일상처럼 되면서 해외여행의 문이 점점 넓어지고 있었고 퇴직하고 시간 여유가 생기면 코로나 때문에 미뤄두었던 결혼 30주년 기념여행을 할 수 있겠다란 생각만으로도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기쁨을 만끽했기 때문이었다. 어디로 갈까, 얼마동안이나 갈까 하는 고민은 길게 할 필요가 없었다. 첫 여행지는 당연히 미국, 뉴욕이었다. 

 작년 2월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연매출 100억 정도는 족히 되는 패션회사에 입사했던 막내딸이 적성에 맞는 회사를 찾았다고 신나 하면서 잘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6개월쯤 지나고 회사에서 받는 온갖 스트레스를 못 이기고 퇴사하기를 원했고 퇴사 후엔 영어공부를 하러 영어권 국가로 어학연수를 가기를 원했다. 처음엔 참아보라고,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회사가 천국은 아니라고 설득했지만 워낙에 힘들다고, 어학 실력을 좀 키워서 좀 더 조건이 좋은 곳으로 가고 싶다고 하는 딸에게 결국 지고 말았다. 이왕 가는 거 패션디자이너로서의 감각도 함께 키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뉴욕으로 보내게 되었다. 사실 딸을 핑계로 뉴욕에 가보고 싶은 나의 사심이 더 크게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딸아이는 2023년 3월에 먼저 떠나기로 하고  나는 4월 중순쯤 가기로 하고 여행 일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20년 전에 어학연수차 가서 한 달 동안 마음껏 싸돌아 댕긴 기억이 있어서 처음엔 모든 일정을 내가 알아보고 계획하려고 했었다. 그렇게 며칠 하다 보니 설레고 좋기도 했지만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다 여러 여행사의 미국 동부 여행 패키지 상품을 살펴보게 되었다. 뉴욕의 맨해튼에서만 머물러도 좋겠지만 이왕 가는거 미국, 캐나다 동부 여행도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먼 거리를 우리끼리 가는 것은 너무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해서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지 알아보게 되었다. 몇 개 여행사의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 패키지여행상품을 이용한 후에 귀국일정 조정이 가능한지 묻는 메일을 보냈고 답장을 받은 후에 한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선택해서 함께 여행한 후에 10일 정도 맨해튼에 더 머물기로 했다. 자유여행기간의 숙소와 먹거리 등을 결정하고 예약하는 것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작년 10월 중순쯤 여행 일정과 숙소, 할 일 등이 어느 정도 결정된 후에는 하루하루 일각이 여삼추였다.  다행히 오래 해왔 던 일을 마무리하고 정리하느라 바쁜 일도 많아서 때로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도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내년 4월은 오긴 오는 건가? 내년 4월이 오기 전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쓰잘대기 하나 없는 걱정으로 밤을 새기도 했었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돌아간다고 하루하루 가다 보니 어느덧 4월이 왔고 유난히도 느리게 가는 시간을 묶어서 3일씩 써버리고 싶을 때쯤 떠나기로 한 4월 19일 전날이 되었다. 젊었을 때는 아침 일찍 공항에 가야 하면 새벽 2시나 3시쯤 리무진을 타고 갔었는데 새벽부터 체력을 소진하기엔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 더구나 미국으로의 긴 비행시간을 앞두고 있어서 떠나기도 전에 아프면 안 되지 싶어 공항 근처에 호텔을 예약하고 전날 여행가방을 들고 집을 떠나왔다. 비행 출발 하루 전에 공항 근처에서 쉬고 푹 자고 나서 드디어 4월 19일 10시 50분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인천 공항을 이륙했다. 그때의 기분을 생각하니 다시 설레고 마치 지금 비행기를 타고 있는 듯, 이 글을  쓰는 지금 가슴이 두 근 반 세 근 반 벌렁 거린다. 

 여행은 떠나기 전 설렘, 여행지에서의 즐거움, 돌아와서 이렇게 추억이 되어 다시 느끼는 두근 거림을 주는 것으로 충분히,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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