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딱 기다려, 내가 간다
부제-뒤늦은 미국 여행기 5- 미동부/패키지 여행기
미국이란 나라가 사람도 많고 땅덩어리도 크고 넓은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미국, 캐나다 동부 여행을 하려고 하니 너무나도 실감이 난다.
물론 완전 수박 겉핧기로 중요한 도시 몇 개만 점만 찍는 여행이라 더 그런지 모르지만 일단 차에 탔다 하면 서너 시간 가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일단 차에 타면 관광지에 잠깐 들러 점찍고 두세 시간 달려서 휴게소에 들르거나 식사하고 또 차에 타면 두세 시간 달린다. 패키지여행 상품이니 당연하다 싶다가도 한 번씩 괜히 이런 방법을 선택한 것인가 후회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디에서 잘 것인지, 어디를 갈 것인지, 무엇을 먹을 것인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점 때문에 선택을 했으면서도 말이다.
오늘의 일정은 아침 먹고 달리고 달려 캐나다 국경을 넘어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는 것이다. 워싱턴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네 시간이 넘게 걸렸고 그냥 뛰어내렸으면 좋겠다 싶게 지루하고 갑갑해질 때쯤 도착했다. 미국에서 캐나다 국경을 넘어가는 것은 쉽기도 했고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았다. 육로로 캐나다 국경을 넘을 때는 비자도 필요 없고 여권 들고 간단한 인터뷰만 통과하면 되었다. 이것이 며칠 후에 우리 부부에게 큰 파장을 불러올 줄은 전혀 몰랐지만 말이다.
드디어 도착한 나이아가라 폭포는 시원한 물줄기를 내리꽂으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테이블 락이라는 곳에 가서 웅장한 폭포를 보니 버스 타고 오면서 쌓인 묵은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것 같았다. 루스벨트 여사가 이과수 폭포를 보며 Poor Niagara라고 했다는데 거길 아직 못 가봐서 인지 내게는 Grand Niagara였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두 개의 대형 폭포와 하나의 소형 폭포가 있다. 원래는 하나였으나 오랜 시간에 걸쳐 지형이 깎여나가 폭포의 모양이 변했고 지금의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 두 개의 대형 폭포는 염소섬을 경계로 캐나다 쪽 말굽폭포와 미국 폭포로 나뉘고 소형폭포는 신부가 쓰는 면사포와 모양이 비슷해서 브라이들 베일 포폴라고 한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캐나다 국경에 존재하며 1819년에 말굽폭포를 기준으로 국경선을 정했지만 지속적인 침식과 건설로 해당 지형이 변형되면서 국경분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브라이덜폭포와 미국 폭포 두 개를 가진 미국 입장에선 주요 관광은 캐나다 쪽의 말굽폭포로 오는 관광객이 많아 이래저래 열폭한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재밌기도 하고 쫌 통쾌하기도 했다. 미국이나 캐나다나 원래 살던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쫓아내고 나라를 건설한 것은 같지만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곳곳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못된 짓도 서슴지 않는 미국에 대한 감정이 더 안 좋은 편이어서 그런가 보다. 그러면서도 미국이란 나라, 특히 뉴욕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빠져 시간과 경제적인 여건이 되면 또 가고 싶어 하는 내가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들긴 하다.
어쨌든 나는 캐나다 쪽 나아가라 폭포에 와있고 해마다 유수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폭포의 위치도 조금씩 변한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주변 곳곳을 돌아보고 다녔다. 꼭 월풀 목욕탕처럼 물이 솟아오르는 곳도 가고 시기가 빨라 이름은 꽃시계인데 꽃은 하나도 없는 커다란 꽃시계 공원도 돌아봤다. 21년에 왔을 때도 분명 본 곳이었을지 모르는데 전혀 기억에 없고 마치 처음 본 곳 같았다. 그때는 그림의 떡이었던 스카이론 타워에 올라가 회전테이블에 앉아 스테이크와 연어 구이를 먹는 호사도 누렸다. 가운데 부분은 고정되어 있고 우리가 식사를 하는 테이블이 있는 공간이 360도 계속 회전을 하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광경을 보면서 먹으니 음식도 더 맛있는 것 같았다. 테이블이 있는 공간만 회전하고 테이블 옆 창문 밑에 있는 좀 널찍한 곳은 그대로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가방과 소지품을 그곳에 뒀다 멀찍이 멀어졌을 때 발견하고 자기 소지품을 찾으러 가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식사 후 오후 일정 중에는 헬기를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 상공을 15분쯤 도는 옵션 상품 행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망설였는데 여길 또 언제 오겠냐 싶어서 과감하게 신청했다. 난생처음 헬기를 타는 거라 너무 기대가 커서인지 생각만큼 크게 스릴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본전생각이 너무 날 정도였다. 나이아가라 헬기 투어 후기가 나름 괜찮다는 글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것도 개인별로 경험치가 다른가 보다. 앞으로 또 갈 것 같진 않지만 만약 또 간다 해도 헬기투어는 안 하고 싶을 것 같다.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의 압권은 폭포 앞까지 가는 크루즈를 탑승하는 것이다. 처음에 비옷을 하나씩 나누어주길래 왜 입으라고 하는지 궁금했는데 막상 크루즈를 타보니 알 것 같았다. 폭포 거의 밑까지 다가가니 폭포 물이 배로 들이 차는데 비옷도 소용없을 정도로 흠뻑 젖었다. 모두를 소리를 지르고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면서도 더 가까이 가서 물줄기를 맞으려고 난리였다. 나도 그 분위기를 즐기려고 될 수 있으면 더 가까이 가서 흠뻑 맞았다. 평소엔 더운 여름에 계곡물에 발도 안 담글 정도로 물에 젖는 것을 싫어하는데도 말이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젖는 느낌은 한 번쯤은 당해봐도 좋을 경험이었다.
저녁 식사 후엔 점심을 먹었던 타워로 다시 가서 폭포의 야경을 감상했다. 밤이면 빨주노초파남보, 다양한 색상의 조명을 계속 비추다 보니 낮에 보는 폭포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버스를 너무 오래 타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피로가 누적되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와서 나이얘기 하는 것이 좀 그렇긴 한데 옛날 하고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정도로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아무리 피곤해도 하룻밤 자고 나면 거뜬했던 지난날이 그립기도 하지만 나이아가라 폭포에 왔으니 '나이야 가라'라고 빌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