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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화 Freshorange Oct 18. 2023

캐나다의 수도는 오타와? 토론도 아니고?

뉴욕!!!! 딱 기다려, 내가 간다

부제-뒤늦은 미국 여행기 7- 미동부/캐나다 패키지 여행기


여행기를 쓰기 전에 내 방친구 남편과 남편의 친구 얘기를 먼저 해야겠다.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가 20년 전에 캐나다로 이민을 와서 토론토에 살고 있다. 이민 후 15년 후쯤 연로하신 어머니를 뵈러 한 번씩 한국에 나와 만나기도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만나지 못한 지가 꽤 되었다. 난 여행 출발 전에 친구에게 미국/캐나다 여행 일정에 대해 얘기하고 만날 수 있으면 한 번쯤 만나보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을 했었다. 남편은 괜히 연락해서 친구에게 폐가 되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연락하는 것을 꺼렸다. 나라면 친한 친구가 가까운 곳에 여행 와서 연락도 안 하고 가는 것이 더 서운하고 괘씸할 텐데 싶었지만 내 친구도 아니고 해서 남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결혼 전부터 알았던 친구라 나하고의 친분도 가깝다면 가깝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라도 미리 연락을 할까 생각했지만 일단 남편이 하자는 대로 하기로 했다. 

 문제는 연락하지 않기로 한 생각을 끝까지 고수하지 않고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서 하룻밤 머물 때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일정을 마치고 시간이 좀 여유가 있어 호텔 1층 바에서 맥주를 한잔하고 있었다. 캐나다이고 나이아가라 폭포에 비치는 조명이 번쩍번쩍 마음을 흔들었는지 밤 10시 다 되어서 친구한테 전화를 했다. 그렇게 할 것, 진즉에 좀 할 것이지. 

 밤늦게 남편의 전화를 받은 친구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지 놀랬고 거기다 우리가 지금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서 머물고 있다고 했더니 더 깜짝 놀랐다. 놀란 것은 둘째치고 바로 냅다 야단부터 쳤다. 친구집이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한 시간 반 거리였고(미국이나 캐나다에선 집 옆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거리임) 미리 연락했으면 일찍 와서 기다렸다 함께 밤을 새울 수도 있었다고 하면서 아쉬워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토론토에 살고 있다고 해서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나라도 연락할 걸 하는 후회스러움이 밀려왔고 이 아쉬움은 생각지도 못한 다른 사건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연락이 되고 나니 그 친구는 계속 우리의 여정을 물어왔다. 오늘 저녁 머무를 곳은 킹스턴이라는 곳이었다. 그곳에 가기 전에 저녁식사를 하는 곳이 토론토 시내 외곽에 있는 한인 타운이었다. 그곳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고 하니 외출한 아내를 급하게 불러 친구 부부가 50분을 달려서 왔다. 저녁 시간은 딱 40분, 일행과 떨어져서 친구부부와 식사를 하고 잠깐 대화를 나눈 후에 헤어졌다. 대화 중에 자유시간이 주어질 때 3일 정도 마이애미에 다녀올 계획이라고 했더니 친구 부부는 '마이애미는 무슨 마이애미, 캐나다에 오라'고 했다. 그때 올 수 있으면 지금 헤어지고 아니면 두 시간 거리의 킹스턴까지 따라와서 밤새 얘기하고 가겠다 했다. 그런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우리가 숙박을 위해 갔던 곳은 왕의 도시 킹스턴이었다. 여름이면 천섬 관광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데 지금은 시즌이 아니라 갈 수 없어 아쉬웠다. 세인트로렌스 강에 천 개 넘는 섬이 있고 특히 고생한 아내를 위해 지은, 그러나 아내는 구경도 못한 볼트라는 사람의 별장과 그의 어리석은 사랑의 스토리가 유명세를 타며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 곳이라고 했다. 그냥 가기는 아쉽다고 오타와로 가는 길을 살짝 돌아서 세인트 로렌스 강을 따라 쭉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등대 하나만 있는 섬부터 하나의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많은 섬들이 말 그대로 둥둥 떠 있었다. 그 사이사이를 배를 타고 쭉 도는 관광코스가 있다는데 즐기지 못해 무척 서운했다. 캐다다에 다시 올 이유를 만들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킹스턴을 떠나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로 갔다. 캐나다의 경우 토론토나 밴쿠버가 훨씬 유명하고 규모도 커서 많은 사람들이 둘 중의 하나, 특히 토론토를 캐나다의 수도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캐나다 국가 수립 초기, 미국 국경과 가까운 여러 개의 도시를 수도로 정했지만-그중의 토론토도 한때 수도였던 적이 있다고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쉽게 점령당할 것을 두려워하여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국경과 멀리 떨어진 오타와를 수도로 정했고 오백 명으로 시작한 도시가 지금은 백만 인구의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먼저 국회의사당 외관을 보러 갔는데 마침 재밌는 행사가 있어 잠깐 구경할 수 있었다.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인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를 부는 남자들의 악단이 악기를 불면서 행진을 하고 뒤에 웰시코기 강아지를 한 마리씩 끌고 오는 사람들이 죽 일려로 늘어서 있는 장면까지 볼 수 있었다. 조그만 지역 혹은 집단의 행사인지 친구에게 물어봐도 잘 몰랐다. 내용은 잘 모르지만 그런 행사 자체를 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 생각되었다. 시간이 없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타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 가서 잠깐 사진을 찍고 총리 관저로 갔다. 총리관저에서는 외국의 대통령이나 최고 지도자가 오면 단풍나무를 식수하는 관행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나무를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나무, 저 나무를 살피다 김영삼, 노태우 대통령이 심은 나무를 찾았다. 튼실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심은 나무는 해마다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해마다 다시 싶는 게 일이라고 한다. 올해 새로 심어서 그런지 아주 어린 나무였다. 제대로 자랐으면 아주 큰 나무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한이 많아서 그런가? 그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아팠다. 이번에 심은 나무는 잘 자랐으면 좋겠다.

 불치병을 고치는 기적을 행한 안드레아 신부가 세운 성요셉 성당으로 가서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그 신부님의 치유의 기적이 딸들에게도 내리기를 기도하고 특히 5년 넘게 다니던 멀쩡한 회사를 확 그만두고 다시 취준생이 된 큰 딸에게 기적 비슷한 행운이라도 내려주기를 기원하는 방명록을 적고 왔다. 

 요셉 성당을 나와 쟈크 까르띠에 광장으로 갔다. 광장 입구에는 이곳의 통치자이자 해군 사령관으로서 프랑스군과 싸울 때 많은 공적을 남긴 넬슨 동상이 서 있다. 현재 구시가지 문화 관광의 거점으로 자리 잡은 이 광장은 옛날부터 꽃시장이 열리던 장소답게 오늘날에도 화려한 꽃들이 광장을 수놓고 있다는데 때가 때이니만큼 좀 을씨년스러웠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거리의 악사, 저글러, 팬터마임 연기자, 초상 화가들이 가득 찬다고 하는데 비가 오고 추워서인지 관광객들 자체도 거의 없었다. 다음에 캐나에 다시 와야 하는 이유가 계속 늘어난다.

 다음날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대망의 퀘벡 여행 일정이어서 일기 예보가 제발 틀리기를 빌었다. 

그냥 식사와 랍스터 전문식당의 와인을 곁들인 랍스터 정식 중 선택을 하라 해서, 물론 랍스터 정식은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이번 여행의 호사스러운 콘셉트도 맞출 겸 랍스너촤 와인으로 근사할 뻔한 저녁을 먹고 숙소로 왔다. 랍스터의 크기도 생각보다 작았고 식당의 분위기도 고급스러움과는 조금 멀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뻔한'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살짝 본전 생각이 나는 식사였다. 지금까지의 길고 긴 여정, 굳이 패키지를 선택한 단 하나의 이유는 내일 퀘벡 여행 때문이었는데 기대에 미칠지 아닐지 무척 궁금하다. 궁금함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푹 잠을 잤다. 차를 타고 또 타고 피곤하긴 정말 피곤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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