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거 아닌데?
몇 달에 한번씩
내가 필이 꽂히면 하는 것들이 있다.
바로 집 뒤집기이다!
그 대상은 주로 거실이 된다.
아무래도 가족의 주 활동 장소가 거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가 4살 가까이 되니 첫째와 둘이 방 안에서 노는 일도 많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주 무대는 거실이다.
둘째가 생긴 후, 남편과 아이들 방에 대해 고민하면서
거실을 서재화 하는 것에 둘 다 동의했었다.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가는 첫째.
그것이 이번 집 뒤집기의 원인이자 주제였다.
. . . . .
설날 연휴에 동생네가 우리 집으로 왔다.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첫째가 내년이면 학교에 간다는 이야기를 했다.
먼저 결혼을 해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둔 동생은 책상은 꼭 필요하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리고, 책상을 들이면서 아이방을 만들어 주면 좋다고 했다.
그날 밤 나는 바로 아이 책상, 침대, 옷장 등등 검색에 들어갔다.
아무리 각을 재봐도 집에서 가장 작은 아이들 방은 침대 하나 들이면 꽉 찼다.
결국 전에 이야기했던 거실 서재화를 실현시킬 때가 온 것이다.
물론 현재 상황으로 바로 새로운 가구를 들이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미 나의 머릿속에는 도면이 그려졌다.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또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건은 처음부터 화내지는 않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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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의 싸움에서 이성은 항상 한 발 뒤로 물러난다.
이번에도 그랬다.
당장 가구를 사지 않아도 자리는 만들어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감성의 시작이었다.
천천히 거실에 널브러진 장난감부터 정리하려 했다.
그런데 첫째의 유아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각종 색칠 종이에 장난감 등등 여러 물건이 쌓여 제 기능은 할 수 있나? 의문이 들었다.
어렸을 적 나의 책상이 생각났다.
나는 정리와는 거리가 먼 아이였다.
나의 책상 위에는 책, 종이, 노트, 연필 등등 항상 수북이 무엇인가 쌓여있었다.
내 기억에는 고등학교 때 까지도 그랬었다.
첫째는 분명한 나의 딸이었다.
첫째에게 책상을 정리하자고 했다.
왜 정리를 해야 하는지 투덜대면서도 엄마가 하라니까 억지로 정리했다.
그렇게 정리한 책상을 생각한 위치로 옮겨서 책상도 닦자고 첫째에게 이야기했다.
부모들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보기 싫어서
더 엄하게 한다는데, 내가 그런 꼴이다.
자신의 물건은 소중히 다뤄야 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매일매일 잔소리하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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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자기계발하려고 샀던 나의 책상이 있다.
거실 제일 구석에서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으려는 의지를 내뿜는 독서실 책상이었다.
그곳에 앉으면 내가 하려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잘 샀다며 뿌듯해했다.
사용한 지 2년이 채 안되었을 시점, 바로 지금 그 책상과 이별을 했다.
그 책상은 더 이상 나만의 책상이 아니었다.
내가 앉아서 뭔가 하는 모습이 좋았는지, 우리 아이들은 종종 그곳에 앉아서 자신만의 놀이를 했다.
막상 내가 책상을 쓰려고 하면 늘 아이들의 짐을 치운 후에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거실 서재화를 하면서 아예 아이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나의 생각은 큰 식탁을 책상대용으로 해서
아이들과 내가 함께 앉아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숙제도 봐주고 싶었다.
그런데 남편은 제대로 된 아이들 책상을 원했다.
의견 조율을 해서 어느 정도 둘 다 만족시킬 가구를 골랐다.
그리고 이번엔 놓는 위치에 대해 조금의 마찰이 생겼다.
남편은 어쨌든 내가 원하는 대로 하려 함을 알기에 일찌감치 "알아서 해!"를 외쳤다.
일단... 최대한 남편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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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전에 가구 위치를 바꾸고 새 가구를 들이면서 이제 정말 정돈된 느낌이었다.
남편도 "마지막이지?" 재차 되물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세상에 시행착오 없이 처음부터 완벽한 것이 있을까?
남편은 적어도 우리 집 가구 배치에, 새로운 가구 구입에 시행착오가 없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관리는 전혀 하지 않는다.
그것은 본인과는 상관없다는 말투가 매우 얄밉다.
당장 완성 될 인테리어가 아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란 장담은 못하겠다.
정리는 늘~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