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를 분실했다고 신고해 달라는 아버지에게 지금 바쁘니 이따 하겠다고 했어요.
이참에 보험 우편물 주소도 바꾸라는 아버지의 말에 그런 건 직접 전화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버럭 짜증을 냈지요.
그러면서 어플을 찾아 주소를 바꾸고, 고객센터 ARS로 체크카드 분실신고를 했어요.
고작 5분 안에 해결했지요.
올해 칠순인 아버지는 얼마 전 폐렴을 심하게 앓고 난 뒤에 급속도로 늙어 보였어요.
귀도 전보다 안 들리는 것 같고, 행동도 느려졌지요.
문자나 카톡도 보기만 하시지, 타자를 치거나 하지는 않으세요.
가르쳐 드린 적도 없지만 알려달라고 하지도 않으시죠.
그런 아버지가 어플로 주소를 바꾸는 건 상상할 수 없지요.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알아보는 일조차 쉽지 않고요.
알면서도, 매번 아부지일을 대신해야 하는 것에 짜증을 내게 되네요.
아버지는 현장일을 하셨는데, 이번에 심하게 앓으셔서 그대로 퇴직을 하셨어요.
일하시는 40년 동안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으셨어요.
간혹 운동하시려 등산을 한다거나, 친목회정도 하셨지만 오래가지 못했죠.
현재 아버지는 저희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요.
그리고 쉬실 때는 주로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세요.
한창 무협지를 읽으셨을 때도 있었지요.
병원에서 퇴원할 때 운동을 하셔야 한다고 했어요.
권고가 아니라 필수였죠. 현재 아버지 건강에는요.
그런데 자꾸 일을 구한다는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하셔서 또 짜증을 냈어요.
일 구할 생각하지 말고, 나가서 한 시간이라도 걷고 오라고.
제가 그래요.
마냥 상냥하게 도와주지를 못해요.
특히 가족에게 요.
가족들이 도와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래요.
안 그래도 신경 써야 할 것이 쌓였는데, 그들의 몫까지 짊어지기에 너무 벅차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에게 몇 번이나 요청했어요.
당신도 집안일이나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고요.
알아서 해주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요.
그런데 알아요.
남편도, 아버지도 그것이 잘 안 되는 사람들임을.
그런데 제가 놓치고 있었어요.
그들은 잘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가 생각지 못한 것들을 해내고 있었죠.
남편은 집안일에 신경 안 쓰는 대신 아이들과 잘 놀아주어요.
아버지는 현관청소나 창틀, 그리고 제가 아이들 등원을 갔을 때 가끔 청소기도 돌려주시죠.
해야지 내버려 두었던 베란다 정리도 해주셨어요.
그때는 마음대로 뒤집는다고 또... 짜증을 내었는데 다 하고 난 모습을 보니 엄청 깔끔해졌지 뭐예요...
죄송해요.
욱하는 제 감정이 아버지 마음을 상하게 했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