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아픔의 이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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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어렸을 때 아빠가 돌아가셨어 "
" 아 그렇구나. 우리 엄마는 바람피웠어. 그래서 지금은 아빠랑 각방 써 "
열다섯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 아빠가 돌아가셨다.
어렸을 적 눈 감고 손들면서 했던 가정환경조사
등본 낼 때, 가족관계를 증명해야 할 때가 가장 싫고 창피했었다.
사실 지금도 싫고 어렵지만,
아무튼 그때는
억지로 만들어 낸 아빠 이야기에 스스로도 불편해지고 있었다.
그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 조금 어른이 되었는지
아빠가 내 옆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받아들이며
대학교 때 친했던 친구에게만큼은 말하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속인 게 미안해 손에 땀까지 흘리며 어렵게 꺼낸 그 말에
친구는 끝까지 잘 들어준 후 무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도 꺼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가 어렴풋이 생각했다.
어쩌면 나보다 이 아이의 아픔이 더 크지 않을까?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더욱 단짝이 되었고
나는 더 이상 아빠 있는 연극을 하지 않았다.
누가 나보다 더한 아픔이 있다는 걸 알면
그 순간부터는 나에 대한 이야기는 한결 하기 쉬워진다.
누군가의 아픔을 가지고 난 편해지는 것이다.
지극히 이기적인데, 어쩌면 모두가 사는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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