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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생각 Nov 18. 2020

저성과자 교육


저성과자 교육의 효과는 교육 밖에서 발생한다. 이 교육의 표면적인 목적은 저성과자의 태도를 개선하고 역량을 강화해 조직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표면적이라고 말한 이유는 다른 속내가 있기 때문이다.

'저성과자'라는 것은 일종의 낙인 효과가 있다. 그 결과를 자기 스스로 감내하는 고통과 타인에게 노출되어 받게 되는 고통은 전혀 다른 고통이다. 회사에서 '저성과자 교육'을 공지하고 그 대상자가 통보되는 순간, 이러한 낙인의 고통이 따라오게 된다.

설사 그 통보가 개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교육이 진행되는 모든 과정에서 비밀이 유지되진 않는다. 이런 소문은 조직 내에서 빨리 퍼지기 마련인데, 저성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생기는 효과들, 즉 나의 과오가 나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그 과오를 목격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나의 발목을 잡게 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어쩌면 저성과자라는 낙인보다 무서운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또 다른 낙인, 바로 '스티그마'가 무서운 것이다.

이 스티그마가 '저성과자 교육'의 실질적인 목적을 달성하게 만든다. 그것은 조직 안에 잔류할 수 있다는 안일한 희망이 아니라 조직을 떠나 새로운 경력을 찾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자발적 근로계약 해지(희망퇴직)를 이끌어 내게 된다.


따라서 이 교육 과정은 교육의 본질적인 내용보다 교육 외적으로 발생하는 스티그마 효과에 초점이 맞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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