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시작할 때, 구체적인 주제가 떠오르기보단 막연한 소재나 글감 수준에서 문장이 나아간다. 머릿속엔 대강의 큰 그림이 있지만 명확하진 않고 흐릿하다. 어쩌면 몇 개의 키워드가 줄거리와 상관없이 듬성듬성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멀리 떨어져 있다. 그 별들 사이를 먼 눈으로 그으면 별자리가 만들어지듯, 머릿속에 반짝이는 것들을 선으로 그어본다. 선이 별에 닿으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런 글쓰기를 김진영(철학자)은 '별자리적 글쓰기'라고 표현했다.
이것은 전체 설계를 미리 짜 놓고 쓰는 건축학적 글쓰기와는 다르기 때문에 내 글이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아니, 모르는 상태로 글을 밀고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쓰다 보면 처음 떠올랐던 의도가 폐기되기도 하고 쓰다 보니까 생각이 틀리기도 하고 이야기를 고쳐 쓰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막연한 앎이 구체적 깨달음으로 문장을 토해낸다. 마크 트웨인은 이것을 '시행착오 기법'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글쓰기는 이미 아는 것을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깨닫게 해주는 글쓰기다. 이런 글쓰기는 처음 시작할 때 내 글이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서사적 궤적이 끝나갈 때쯤에서야 가슴이 두근거린다. - 딴생각
20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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