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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달빛 Sep 26. 2023

뺨풍선

뺨풍선 5

5

뺨이 바닷바람에 더 크게 흔들렸어. 나는 부푼 뺨을 두 팔로 감싸 안았어. 그리고 온전히 내 몸을 맡기기로 했어. 자리에서 일어나니 나는 다시 떠올라 날기 시작했어. 지나가는 바람이 화끈거리는 내 뺨풍선을 식혀주었어.     

시간이 흐르고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어. 집이었어. 천천히 뺨의 바람이 빠지면서 나는 거실 창문으로 들어왔어.

안방 문이 열려있었는지 그 안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어. 조용히 안방을 지나 내 방으로 향하는데 방문 앞까지 굴러와 있는 아버지의 모자가 보였어. 나는 모자를 주워 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다가갔어. 아버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잠들어 있었어. 두 눈을 무겁게 감고, 턱으로 목을 누르며 힘겨운 한숨을 규칙적으로 내보내고 있었어.     

‘어? 풍선?

순간 내 눈을 의심했어. 나는 얼른 모자를 아버지 머리맡에 내려놓았어. 안방에서 나오는 내 등 뒤로 아버지의 잠꼬대 소리가 들렸어.

“아버지, 잘못했어요.”

그 말에 내 뺨이 찌릿했어. 나는 머릿속이 하얘져서 내 방으로 돌아왔어. 내 방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였어. 나는 벽에 등을 대고 주르륵 미끄러지듯 주저앉았어.

‘아버지 머리에 풍선이라니? 그럼 아버지도 나처럼 아픈 거야? 아버지도 너무 아파서, 그래서 그 먼바다까지 날아왔던 거야?’

코끝이 찡했어. 아버지가 나만큼 불쌍해 눈물이 났어. 나는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훌쩍이다 잠이 들었어.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날이 밝아오고 있었어. 창밖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어. 나는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어. 가로등 옆으로 여자와 소녀가 지나가고 있었어.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또 한 번 놀라고 말았어. 치마 밑으로 드러난 여자의 종아리에도 풍선이 자리 잡고 있었어.

“빨리 좀 따라와.”

여자가 손을 거칠게 당겨 드러난 소녀의 손목에도 작은 풍선이 부풀고 있었어. 나는 그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어.     

문득 내 뺨이 보고 싶어졌어. 나는 불을 켜고 거울 앞으로 다가갔어. 어젯밤 흔적이 고스란히 뺨에 묻어있었어. 나는 손으로 뺨을 감싸고 화장실로 갔어. 그리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말라붙은 피와 모래를 씻어냈어. 말끔히 세수를 마치고 거울을 보았어. 마주한 내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어.

나는 뺨 위에 가만히 손바닥을 대 보았어.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전해졌어. 나는 이 온기가 온몸에 퍼질 수 있도록 그대로 있었어. 그리고 말했지.

“고마워, 나를 바다에 데려다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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