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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ms Jun 06. 2021

신입사원의 열정은 왜 금세 산산조각 날 수밖에 없는가

신입사원들은 열정이 가득하다. 왕년에 각종 공모전, 대외활동에서 한껏 실력을 뽐냈던 시절을 생각하며 회사에서도 빠르게 자신의 뛰어남을 입증 받고 싶어한다. 남들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핵심부서로 이동하여 각종 교육기회를 누리고, 초고속 승진으로 젊은 관리자로 성공하고 싶다는 꿈을 꾼다. 큰 꿈을 꾸는 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꿈이 산산조각 나는 데까지 1년도 채 걸리지 않고, 이후부터는 회사를, 조직을, 사회를 탓하며 끝없는 고통 속에 회사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필자도 똑같았다. 성공하고 싶었고, 열심히 하고 싶었고, 뭘 시켜도 잘 해낼 자신감이 충만했다. 하지만, 조직은 시종일관 답답했고, 선배들과 상사는 한없이 무책임해 보였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나는 그저 세상물정 모르고 정의감만 불탔던 어린아이였을 뿐이었다. 정저지와다.




신입사원 때의 나는 회사에서 인정 받고, 성공하고 싶다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고, 나만의 기준으로 조직, 회사, 구성원들을 바라보고 혼자 그들을 판단했다. 내 기준에서 나만 죽어라 일했으며 나는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었고, 억울함과 과격한 불만들이 표정과 말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바뀌지 않았다. 아니, 바뀔 리 없었다.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이다. 나는 다짜고짜 절에 들어와서 ‘이 절은 불자의 도를 모른다’고 승질을 내는 이단아였을 뿐이다.


모든 게 내 위주였던 시절은 대학생까지다. 사회생활은 사회/조직이 우선이다. 사회/조직 구성원들이 원만하게 기능하고, 운영되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기준과 규칙이 있다. 내가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을 하려고 하는데 예산을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따지는 게 대학생의 사고방식이라면 없는 예산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당위성을 만들고, 어느 조직의 누구를 어떻게 움직여야 되는지를 고민하는 게 사회생활이고, 조직생활이다.


아무리 내 생각이 합당하다고 하더라도 내 생각만 합당한 게 아니다. 내 프로젝트만 절박하고, 급한 게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견과 생각이 합당하고, 긴박하다. 이처럼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상황과 생각들이 존재하는 만큼 내가 원하는 바가 있다면 상대방의 생각을 움직이고, 의견을 설득해 내 편을 만들었을 때 내가 원하는 바를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된다. 내 생각을 몰라준다고 방방 뛰며 팀원들을 욕하는 사람이 얼마나 철 없는 어린아이처럼 보일지 생각해보면 된다.


그래서, 대학생들, 사회초년생들의 생각과는 달리 내 사고방식, 내 기준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과 체제 안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사회생활의 고수이고, 성공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이 빛을 발한다? 그렇지 않다. 가끔 보이는 곳에서 노력해야 빛도 볼 수 있다. 매순간 묵묵하게 할 일을 하면 된다? 그렇지 않다. 묵묵하게 할 일만 하면 조직에서 소외되고, 호구가 된다. 회사는 하는 만큼 보상 받는다? 그렇지 않다. 정해진 기준과 테두리 안에서 노력할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면 그들도 보답한다?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한없이 이기적이고, 개인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


지금까지는 혼자 사는데 익숙했겠지만 수많은 타인,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무지막지하게 많은 타인들과의 생활을 마주하게 되는 게 조직/회사생활이다. 혼자 밤을 새서 리포트 쓰고 제출하던 좋은 시절은 갔다. 사람들과 부대끼고, 싸우고, 다투는 과정에서 업무가 이뤄지는 곳이 회사다. 상대방이 맘에 안 들고 답답해서 과제물에서 이름 빼고 밤 새서 내가 혼자 다하는 것? 불가능하다. 이제는 새로운 기준과 공식이 필요하다.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는데 회사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아무리 울부짖어도 우리에게 관심 가져 줄 회사 꼰대들은 없다. 철저하게 로마의 역사와 로마법의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힘만 잔뜩 줄 게 아니라 온몸에 힘을 빼고 가벼운 말 몇 마디로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고, 칼퇴를 하면서도 주말출근을 불사하는 이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영민하고 효율적인 조직생활이 필요하다. 그럼 경우에 따라서는 꼰대들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손 안 대고 코푸는 식으로 업무를 빠르게 리딩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곰 같은 여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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