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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ms Jun 21. 2021

그건 절대 안 됩니다 vs. 되든 안되든 해보겠습니다

결국 희박한 확률에 건 기대에서 기적이 일어난다.

아 그건 저희 색깔에 맞지 않습니다.
그건 저희 예산 문제로 어렵습니다.
저희도 생각해봤지만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극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필자가 아는 90% 이상의 직장인들은 위와 같은 화법을 구사한다. 사회초년생들도 여지 없다. 분명 입사 전까지는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끊임 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합니다.”라고 했던 이들도 회사생활이 익숙해질 정도의 몇 개월의 시간만 지나면 금세 자신의 업무에 적응해 변화를 기피하고, 기존의 것을 고수하기 위해 모든 뇌를 총동원하기 시작한다.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딨으랴. 각자에게는 합당한 히스토리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일해도 변하지 않는 연봉. 늘지 않는 복지. 답답하기만한 상사의 업무진행 방식과 회사의 시스템까지. 회사생활에서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처음에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싸움도 했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을 깨닫고, 주어진 일만 수동적으로 처리하게 되고, 약속된 날짜, 시간에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을 보며 도전 없는 루틴한 삶의 달콤함에 축축하게 젖게 된다.


맞다. 내 탓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다. 갑갑한 회사의 탓, 그리고 나 말고 다른 선배, 동료들도 똑같이 회사생활을 하고 있지 않냐고 얘기할 수 있다. 맞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회사는, 답답한 조직은 누가 변화시킬까? 모두가 답답하고 불합리하니 나도 그러겠다?


세상이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기 때문에 공부도 하지 않고, 대학도 가지 않겠다는 것은 핑계가 아닌가? 세상은 어차피 변하지 않는다고, 변화를 포기하겠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이들을 보고 나태하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단 말인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현실과 타협하고 젖어가는 도중에도 누군가는 미래를 도모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제도, 부조리함과 치열하게 싸우고, 불합리한 제도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조용히 힘을 키우고 칼을 갈면서 훗날을 도모한다.



출처: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1화 중

임신 19주된 산모가 양수가 터져 병원 응급실에 들어왔다.

응급 당직인 염세희 교수는 산모에게 상황을 설명한다.


"지금 주수(19주)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아기가 살려면 최소한 24주는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빨라서 주수를 끄는 게 의미가 없어요.

설령 주수를 끈다고 해도 너무 일찍 양수가 나와버려서 폐성숙도 안 될 거고

태어난다고 해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겁니다. 염증의 소스가 될 수 있어서 산모도 위험할 수 있어요.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좀 필요하실 것 같네요."


절망에 빠진 산모는 옆에 있던 추민하 선생(레지던트 2년차)에게

산부인과 전문의 양석형 교수로 담당의사를 바꿔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염세희 교수의 허락을 전제로 양석형 교수는 산모의 담당을 맡기로 한다.


"상황이 안 좋은 건 사실입니다. 아기 생존 확률이 상당히 낮아요.

하지만 그 확률이 제로는 아니니까 그 확률에 모든 걸 걸고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아기는 항생제 쓰면서 지켜볼 거고, 이십삼주 정도 되면 폐성숙 주사도 고려해 볼 거예요.

불행 중 다행으로 아기는 아직 엄마 뱃속에서 잘 움직이고 있네요.

엄마가 감염에 대한 징후나 열도 없고 안정적이고,

혹시나 수축이 생기면 수축 조절할 수 있는 약도 쓰면서 경과 지켜볼 겁니다. 내일 회진 때 뵙겠습니다."


같은 날 같은 산모에게 내려진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진단을 보며 깊은 생각에 빠지는 추민하 선생

서로 다른 환자의 차팅이라고 생각한 동료 선생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같은 날, 같은 산모에요. 차팅한 사람도 같은 사람 추민하, 저요.

산모도 같고, 날짜도 같고, 전공의도 같고, 교수님만 바꼈는데 차팅이 몇 시간만에 완전히 바꼈어요."




맞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사건, 사고 하나씩 터질 때 마다 새로운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리라고 할 때마다 미칠 노릇이다. A안에 B, C, D안까지 만들어 가면서 보고를 시키더니 어차피 처음 계획대로 할 거면서 대체 왜 되도 않는 업무를 시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당장에는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 기준에서는 그들이 답답하고 의미 없는 짓들을 한다고 생각 될 때도 있지만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의 생각일 뿐이다. 대부분은 의미 없어 보이는 시도와 일들이겠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이해가 가는 것들이 많다.


주어진 업무만 수동적으로 루틴하게 수행하는 삶은 너무 달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염세희 교수처럼 적당한 선에서 산모를 포기시키는 게 실패의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을 수 있는 옳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당장에 뭐가 되는 일인지, 아닌 일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행여 아무리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조금의 확률'이라도 있다면 시도해 보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삶에는 '기적'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수많은 성공사례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모두의 반대, 모두의 상식을 깼던 것들이다.


회사에는 월루만 가득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회사를 변화시키는 10%의 셀프리더들이 있다. 항상 유례 없고, 전례 없던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쓴다. 가능한 방법을 찾는다. 끊임 없이 반대하는 세력들을 회유하고 설득한다. 지금의 카카오가 있기까지 김범수 의장은 회사 설립 초기 3년 간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감당하면서 빠른 SNS 서비스 구축에 전념했다.


물론, 상사의 말에 맹목적으로 YES를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NO라고 하기 전에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고, 안 될 때 안 되더라도 시장조사 한번이라도, 새로운 방법 한번이라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10%의 셀프리더들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서로 조우했을 때의 시너지는 상당하다. 영업-생산-설계-구매-품질-법무 등 다양한 직군의 리더들이 머리를 맞대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 주력산업, 글로벌회사들이 생존하고 생겨날 수 있었다. 간신과 충신을 구분할 필요는 있겠지만 되든 안 되든 해보겠다고 외치고, 뭐든 고민해서 결과물을 가져오는 부하직원을 계속 찾고, 곁에 두고 싶은 이유다.


나도 모르는 새 그 달달함에 젖어 반대충이 되어 있는지는 아닌지 돌아보자.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서 9to6를 즐기고 주어진 업무를 실수 없이 해내 일원으로 기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삶의 의미가 있다. 다만 본인이 리더를 꿈꾸고 있다면, 나는 남들과 다르고,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보다 전향적으로 사고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결국, 숱한 반대와 훼방을 뚫고 사람들을 움직여 새로운 방향으로 끌고가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다.



Oh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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