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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ms Jun 28. 2021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도 업무고 실력이다.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드는 기적. 실무능력아닌 조직장악력에서 시작된다

“임 과장님, 저희 지난 번에 프로모션 방안이랑 문구 주실 때 저희 양식에 맞게 주시겠다고 분명약속 하셨는데 ㅠㅠ 당일에 이렇게 내용만 보내주시면 저희 너무 난감합니다.”

사회생활은 요상하다.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맞다, 틀리다라는 이분법적 합리성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은 상대방의 반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내 말이 진짜 맞다, 틀리다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내 말이 100% 맞는 말이라도 철저하게 듣는 입장에서 기분 나쁘게 들렸냐 아니냐만 중요할 뿐이다. 기분이 상한 상대방은 나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고, 주변에서 내 이름만 들려도 험담을 하고, 업무 협조를 요청하면 사사건건 태클을 걸기 시작한다.

“아 그 사람? 아 나는 그냥 싫던데. 급하면 지가 하겠지.”


어느 날 퇴근 길 사내유치원에서 까칠하기로 소문난 마케팅팀 박과장님을 만난 영업팀 옴대리, 박과장님이 급한 일이 생기셨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고, 아이가 옆에서 멀뚱멀뚱 서 있었다. 박과장님이 전화를 받는 동안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놀아줬다. 전화가 끝나고 연거푸 고맙다고 인사하시는 박과장님. 그날 이후로 나에 대한 박과장님의 태도는 달라졌다.


“과장님~ 저희 혹시 A제품 프로모션에 쓸 수 있는 예산 남아 있는 게 있을까요?”

“음, 기다려 보세요. 제가 확인해서 연락 드릴게요.”, “보니까 B제품 프로모션이 종료됐는데 마침 예산 남은 게 좀 있어서 메일로 요청하시면 드릴 수 있겠어요.”


수많은 조직과 팀, 구성원들로 이뤄진 조직에서는 뭐 하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신제품 기획하려면 예산편성도 필요하고, 영업조직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빠른 시장 침투도 가능하다. 타 부서, 타 담당자가 소싱하고, 기획한 제품들 보다 우리 제품에 더 신경 써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엄청난 차이다. 온라인판매팀과 협의가 잘 되어야 웹과 모바일 상에서 다른 제품, 다른 프로모션 보다 좋은 배너 위치를 선점하고, 효과적으로 제품홍보를 할 수 있다.


내가 똑똑하고, 맞는 일을 하면 모든 임직원들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줄 거라 생각해선 곤란하다. 일은 객관적이지만 일을 수행하는 사람은 주관적이다. 수도 없이 밀려드는 업무들 속에서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업무의 우선순위와 중요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결국 조직생활, 사회생활의 핵심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안 된다, 불가능하다라는 부정적 시각을 바꾸는 것도 관계다. “아, 옴 과장이 해보겠다는데 되든 안 되든 밀어줘야지!”


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은 실무자까지다. 관리자와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을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따르지 않는다면 유리천장을 뚫을 수 없다. 실력 하나만으로 팀장까지는 승승장구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생긴 수많은 적들이 있다면 결코 관리자, 임원이 될 수 없다. 같은 회사 같은 지붕 아래 있지만 다른 본부, 다른 조직의 장은 결국 다른 의미의 경쟁자다. 새로운 일 하나를 추진하려고 해도 자신의 입신양명과 명예를 좇는 욕심 많은 관리자의 프로젝트를 순순히 도와줄 동료는 없다.


조직과 부서의 새로운 전략과 방향성은 위에서 시작되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일이 세분화된다. 실무자 입장에서 변화를 만들기 쉽지 않은 이유다. 그래서 실력 있는 리더는 실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조직을 움직이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모든 부서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목표 달성을 위해 움직일 수 있기 위해서는 상대 조직의 장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실력이 중요하다. 이런 조직장악능력은 한 순간에 생기지 않는다. 하루하루의 직장생활 과정에서 마주하는 담당자, 선배, 후배, 동료 한명, 한명에게 좋은 평판이 쌓이는 과정에서 리더가 탄생한다.



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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