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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이영원하기를 Aug 21. 2022

뜨거운 안녕

안녕을 준비하며

우리 집도 코로나의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질병에 취약한 연우가 혹시 감염이라도 될까

우리 부부는 집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연우의 외래 진료마저 모두 취소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 세사람은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가족들의 방문도 최소화했다. 

양가 부모님들도 연우의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조심하느라 우리는 가능하면 서로 만나지도 않고 지냈다. 

하지만 연우의 연명치료 중단을 앞두고 

이제는 마지막 인사를 해야할 때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 

동시에 마지막 인사가 될 이 만남. 

마음이 무거운 이런 순간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지만 

내 이기심으로 연우가 가족들과 인사할 기회를 

뺏을 수는 없는 법. 

친정식구부터 시댁까지. 

한주에 걸쳐 한 팀씩 연우를 찾아왔다. 


막상 만나니 어떤 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며 눈도 제대로 못마주치던 동생네.

부쩍 야윈 연우의 얼굴을 보자 눈물부터 터지던 친정엄마.

그리고 여느때처럼 가장 말이 없었지만

이날만큼은 가장 오래 연우의 손을 잡고 있던

친정아빠. 

한명 한명 연우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진심어린 인사를 건넸다. 

미안하다고도, 사랑한다고도, 너는 우리의 축복이었다고도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설 준비를 하던 그때. 

친정아빠는 다시 연우 옆에 앉아 

아무말 없이 연우를 한참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잡고 있던 연우 손에 조용히 당신의 뺨을 가져다대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느껴보고 싶은 연우의 촉감. 

조금이라도 더 기억해두고 싶은 연우의 느낌. 


나는 그 마음이 뭔지 너무 잘 알아서 

아주 조용히 연우에게 인사를 나누던 아빠의 모습을 보다

그만 눈물이 날 뻔 했다. 

무겁기만한 가족들과의 인사시간은 한차례 더 진행되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방문. 

평소에도 말이 많지 않던 두 분이지만 

이날따라 유난히 더 말씀이 없으셨다. 


"연우야, 너는 우리집의 행복이야. 사랑한다. "


조심스럽게 건내는 인사 한마디 한마디에

손녀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연우는 참 작은 아이였지만, 

그리고 너무 조용한 아이였지만, 

우리 가족 모두에게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하는 

아주 큰 존재였다. 

힘들었던 가족들과의 인사를 모두 마치고 

이제는 엄마아빠인 우리가 인사를 건내야할 차례였다. 

남편과 나는 편지지를 사서 

각자 연우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연우에게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미안해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그리울지 적어내려갔다. 

늘 생각해오던 말들을 얼른 쏟아내고 싶은 나였지만,

'연우야, 엄마야.'

라는 말을 적자마자 알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뭐한다고 나는 이제서야 연우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쓸까. 


편지가 번지지 않도록 잠시 글을 멈추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우리 부부는 울음을 참는데 열심이었다. 

우리가 연우를 위한 선택을 했다고 해놓고

슬프다고 우는 건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정말 연우를 위한 일이라면, 

연우를 위해서라면, 

슬퍼할 게 아니라 기꺼운 마음으로 보내줘야 하니까. 

그래서 어느새 우리 부부는 울음끝이 짧아졌다. 

벌써 여러날 숙련되어서 그런 걸까.

이날도 나는 금세 울음을 멈출 수 있었다. 

엄마 한시간, 아빠 한시간,

제법 긴시간 공들여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그리고 연우가 떠나기 전날 밤 

연우에게 소리내어 읽어주기로 했다. 

우리 연우는 아직 한글을 배우지 못해

엄마아빠의 편지를 읽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안왔으면 하는 그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다른 가족들이 그러했듯 

번갈아가며 연우 옆에 앉았다. 

그리고 우리가 써놓은 편지를 한글자 한글자씩 

연우에게 읽어주었다. 


역시나, 

"연우야, 엄마야"

라고 말을 떼는 순간부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울지 않을 거다, 울지 않을 거다. 

남편과 나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겨우 겨우 

편지를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연우에게 나의 맘이 전달 되었을까. 


연우를 너무 사랑하는 우리는 

세상 가장 뜨거운 맘으로 연우에게 인사를 전했다. 


"사랑해 연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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