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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May 07. 2016

왜? 사냐고 묻거든 9

중년의 커피뽑기

어제는 비가 올 것 같이 잔뜩 찌뿌린 날씨였습니다.

아직 바람끝이 차서인지 손님들의 발걸음이 뜸합니다.

결국 늦은저녁 비바람이 쳤습니다.

음료장사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되겠지"싶지만 어제 매상이 "꽝"이었습니다.

저녁9시30분부터 정리에 들어갑니다.

매상정리와 커피머신 포터필터를 닦고 행주를 빨고 커피찌꺼기를 비우고 의자정리며 기타등등등

커피전문점의 일은 단순히 커피만 뽑는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크고 작은 일이 참 많습니다.

항상청결하게 유지 하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습니다.

봄의 끝라고는 하지만 아직 완연한 여름은 아니듯이...

하루의 일과를 정리 할때쯤은 온 몸이 나른하고

눈에 촛점이 흐릿해집니다.

나이가 들어 노화가 진행되 시력이 점 점 떨어지네요.


집에 들어가면 11시쯤 씻고 누으면 12시가 다 됩니다.

막내놈이 요즘 바둑도 아닌 오목에 빠져 덤벼드는 통에 매일밤 오목 타령입니다.

 얼마전 기사를 보니 아빠와 유대감이 좋은 아들이 게임중독에 빠질 위험이

낮다기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 게임중독 예방차원으로 오목을 합니다. 어제는 내리 4판을 졌습니다.

바둑돌을 던지고 "그 만"이라 외치고서야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커피일은 육체적으로 몸을 막 쓰는 일은 아니지만 한 두번하고 말것이 아니라면 몸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내가 아프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죠.

도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에 아플수도 있을 것이란 것을 늘 염두해 둡니다.


또 아침이 되었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주세요."

라며 한 남자 손님이 오셨습니다.

커피를 들고 어디를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아침바람에 움추려든 몸과 지루한 시간들을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 가계는 작아서 홀에서 커피를 먹으며 이야기하는 손님들의 말소리가 들립니다.(천장이 낮아 그냥 막 들려요.)

듣고 싶어 듣는것은 아니지만 한 참을 듣고 있으면 참 재미있습니다. 직장에서 누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이야기. 병원진찰을 받고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분.

연인이 들어와 소곤대며 하는 이야기. 아이들 키우는 엄마들 얘기. 그러다 단골이 되어 속 깊은 이야기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혼후 혼자 자식을 키우며 편의점에서 일하는 힘들고 지쳐 보였던 손님. 아내가 아파 정기적으로 병원진료를 받는 손님. 새벽기차를 타고 아침진료를 받기위해 왔다 커피를 사러오신 분.

가까운헬스장 스피닝 강사님. 주변에서 식당을 하시는 사장님. 그렇게 만남이 이어지고 차곡차곡 쌓인 만남은 정이 됩니다.

정은 나눌수록 커진다 했던가요?

생각지도 않은 큰 선물을 주시기도 하십니다.

붕어빵. 호떡. 과일. 견과류. 초코렛. 피로회복제. 반찬..... 다른 커피전문점에서는 "일인일음료. 외부음식금지" 이지만 우리는 그냥 편히 드시도록 합니다.

몰래 눈치보며 먹느니 아예 맘편히 드시라고 합니다.


또 황당하긴 하지만 두분이오셔서 양이 많다고 한 잔 시키고 종이컵하나만 주시면 않되냐?고 하시면 이런분들을 위해 미리 준비한 종이컵을 드립니다.

처음엔 "외부음식 금지"란 글을 써 붙혀 놀까 했지만 꼭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돈이 없어서 이건 아끼기 위해서 이건 양이 많다고 생각 하시건. 따뜻하고 시원한 음료 한 잔이 잠시 쉬어가는 인생의 쉼표가 되고 긴 한숨 가운데

화이팅을 외칠수만 있다면... 까짓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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