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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May 06. 2016

왜? 사냐고 묻거든...8

중년의 커피뽑기

아이스잔에 얼음을 채우고 물을 부은 다음 커피머신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맑은 물에 커피가 퍼져 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영롱합니다.

마치 높은 산 꼭대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는데

안개가 서서히 젖어드는 모습이랄까요?

구름같은 커피원액이 뭉글뭉글 원을 그리며 천천히

검개 변하는 모양은 아주 잠시 이지만 카메라에 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대형병원앞에 위치해 있다보니 장기입원 환자 보호자들 가운데 커피를 사러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보통 한번에 여러잔을 주문해 포장해 가시는데 간호사들이나 같은 입원실 보호자들과 나눠 먹으려 하시는 겁니다.

 중환자실 같은 경우는 한루에 면회가 두세번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이루러지기 때문에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을 돌보는 병원관계자들에게 잘 부탁하는 차원으로 커피를 대접합니다.

한번은 몇달간 꾸준히 커피를 사가신 손님이 어느순간 오시질 않았습니다.

이런경우는 퇴원을 했거나 돌아가셨거나 둘중에 하나입니다. 그러다 잊혀질 쯤 다시 오셔서 "인사도 못드리고 갔다."하시며 사정을 이야기 하십니다.

잘 오던 단골 손님들 가운데서도 갑자기 오지 않으면 우리끼리도 이야길 합니다.

"요즘 그 손님 왔다 가셨어?"

"혹시 다른가계 가는거 아니야?"

 모든 손님이 우리집 커피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떨때는 다른곳으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다 길에서라도 마주치면 서먹서먹합니다.

찰단골 손님 가운데는 개인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고민상담도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렇게 친분이 쌓이고 선물을 주시거나 밑반찬도 가져다 주시는데 인정받는 느낌이라 좋고 마음과 마음이 통한것 같아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면 우린 커피를 대접합니다.

커피도 사람이 내리는 것이다 보니 남자인 제가 템퍼로 눌러 내릴때가 더 진하다 하십니다.

그래서 할 수 있으면 제가 커피 만큼은 직접 내립니다.

그러다보니 직업병이라고 오른쪽 손목이 아프기도 하네요. 처음 이일 시작하고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밤에 위경련이 일어나 밤을 꼴딱 세운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갑자기 손님이 몰리면 긴장되기도 하지만

이젠 손님이 반갑습니다. 장사하는 사람은 손님이 많아야 힘든 줄 모릅니다. 역설적이지만 손님이 없으면 몸은 편한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힘듭니다.

마음이 힘든것이 몸이 힘든것보다 더 힘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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