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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May 24. 2016

왜? 사냐고 묻거든 24

중년의 커피뽑기

어떤 일이던지 사람 때문에 할 만하고 사람 때문에

못해 먹겠단 말이 나오나 봅니다.


특히 장사는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기에

이 말이 더 실감납니다.

사실 손님때문에 힘들기 보다 그 모습을 받아주지

못해 속타는 내 가슴때문에 힘듭니다.


이런 답답한 속을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휴!@@


그런데 저희집에 엄마와 함께 유치원 끝나고 꼭 들리는

꼬마 아가씨가 있습니다. 일단 가계에 오면 엄마에게 받은 돈을 저에게 줍니다. "아저씨 이거요"

그리고 키가 작아 목욕탕 의자를 가져다 제빙기 앞에 두고 신문을 가져다 깔고 올라가 제가 건네준 우리집 "대 짜" 아이스 컵에 얼음을 담아 저에게 줍니다.


그 동안 저는 커피를 갈아 커피포터필터에 담아

끼우면 꼬마 아가씨는 "제가 누룰께요" 라 하고

그 꼬마아가씨를 들어 올려 머신기에 투샷 버튼을 누르게 합니다.


커피가 쏟아지는 동안 꼬마는 "커피 콩 두개요!"라 외치고 전 콩 두개를 꺼내 건내줍니다.

그럼 꼬마아가씨는 콧구멍 가까이 냄새를 맡으며 "음 커피냄새"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다행히 한가하면 제 손을 끌고 의자로 가서

커피콩을 손에 숨기고 "어느손에 있게요?"

라 말하죠.


 그럼 전 다 알고 있지만 모른척 없는쪽 손을 칩니다. 그렇게 잠시 놀다 "아저씨 빠빠이 사랑해요"

하고 그만 총총 사라집니다.


저에게도 자녀가 셋 있지만 사람이 나이들어 자식이 자식을 낳은 손주를 보면 그 이쁜것이 자식보다 더 하다더니 이 꼬마아가씨가 저에게 그렇습니다.


나중에 5살때 엄마와 손잡고 매일 갔던 커피가계 아저씨를 기억 할까요?

그리고 살며 힘들 때 어릴때의 그 행복한 기억이 힘들고 지친 날들에 웃음을 줄까요?


불현듯 "살면서 행복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던 한 여자가 생각나 우울해 지네요.


A ~ C!


비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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