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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Jul 02. 2016

왜? 사냐고 묻거든 37

중년의 커피뽑기

고등학교때 저희반에 별명이 "독수리"란 녀석이 있었습니다. 별명이 독수리가 된것은 이친구의 외모 때문이었는데 삐쩍 마른 몸에 코만 날카롭게 큰 모양 때문에 반에선 이름보다 독수리로 불렀드랬습니다.


어제 가계 유리너머로 사람구경하고 있는데 바로 독수리 그친구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네요.


어머님으로 보이는 할머니께서 장을 봐 놓으셨고

독수리친구의 딸로 보이는 아가씨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장바구니를 오토바이 바구니에 담고 운전은 독수리 친구가 중간은 어머님 맨끝은 딸? 이렇게 셋이 작은 오토바이에 몸을 싰고 떠나내요.


독수리친구는 그흔한 메이커 운동화도 아닌 장날 신발파는 아저씨가 파는 영어알파벳 s가 세개 쓰여진 그런 운동화에 이쁜딸도 같은 운동화를 신었네요.


행색은 약간 남루해 보였는데 어머님 장바구니 챙길줄 알고 딸도 그런 환경을 창피해 하거나 거부하기보다

아주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왜 다가가 아는척 않했냐구요?


전 그친구 이름도 기억나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 친하지도 않아서 어색했습니다.


가끔 손님중에 중. 고등학교 동창이나 미팅때 파트너였던 여자분. 교회 누나들이 올 때가 있습니다.


전 사람 얼굴 기억을 잘하는 편이어서 보면 누군인지 기억이 나더라구요. 상대방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면서도 모른척하는지 그냥 손님과 카페사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가끔은 스쳐간 사람중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아직 그분이 손님으로 오진 않았습니다.


찟!


만나면 뭐하겠습니까!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 정도죠.


아닙니다.

가장 푸르르고 싱그러웠던 젊은 시절에 사랑과 정을 나눴던 사람들과 만나는것도 부담스럽고 혹시나 부탁받을까 두렵다면 아니만날만 못할까요?


아!


그럼에도 보고 싶네요.

그리고 지나온 삶을 얘기하고 싶네요.

위로해 주고 싶네요.

"애 썼다."


2년전 이곳으로 아이들과 쫓기듯 이사오고

누군가 건드리기만 하면 터져 버릴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누가 건드리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살고 있네요.

삶은 살면 사는것 같네요.

누군들 힘들지 않고 누군들 때려치우고 싶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오늘도 참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둥근 지구는 또 돌고 돌아요.

팽팽팽 슝슝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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