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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호라 Feb 08. 2022

인생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맥주를 맛보다.

잘츠브루크 외곽에서(18.10.08)

스티글 양조장 내부는 공장보다는 박물관처럼 꾸며져 있고, 스티글 맥주의 역사를   있게 전시되어있다. 전반부에는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 후반부는 스티글 양조장의 초기 모습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예전에 맥주를 만들기 위해 사용했던 무겁고 조악한 수작업 기계들과 수기로 무언가 적은 장부들을   있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발전이 있었을 텐데, 본인들의 역사를 이런 박물관 형태로 보존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생각보다 양조장 규모가 커서  관람하는데 1시간 이상,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리자 후반부에는 목이 너무 마르고 지쳐 힘들었다. 아까  음식을 먹은 탓에 입술까지 말라가는 것만 같았다. 빨리 맥주를 교환해서 마시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마침내 맥주를 교환해서 마실 ,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었다. 맥주 자체가 엄청 특별한 맛이 나는  아니었고, 평범한 라거였던  같지만  메마른 몸상태가 만들어낸 기적과 같은 맛이었다. 나는 평소에 맥주를 아주 천천히, 300ml 한잔 마시는 데에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정도로 마시는데 이때만큼은 맥주를 보자마자 반 이상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전까지  인생에서 마셨던 맥주  두 번째로 맛있는 맥주쯤 된다고   있을  같다. (첫 번째는 뮌헨에서 마신 맥주였다. 뮌헨에서의 맥주가 또 한 번 얼마나 맛있었는지 다시 한번 상기해본다. ) 맥주를 한잔 마신 뒤에는 다시 힘을 얻어서 잘츠부르크 시내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외곽으로 나왔다고는 하지만 잘츠부르크 시내까지 걸어서 3-40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느긋하게 걸어오면서 돌아오는 길에 있는 마트에 들러서 기념이 될 만한 소금을 사고, 구경을 했다. 시내까지 다 들어왔을 때는 우연히 노상 시장을 발견했는데, 그곳의 채소와 과일들이 무척 싱싱해 보였다. 이름을 모르는 채소들도 많았는데, 특히나 컬리플라워가 탐스럽게 송이송이 진열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마트에서는 찔끔찔끔 잘라다가 100g에 3-4천 원씩 파는데, 여기서는 컬리플라워가 양배추와 다를 바가 없는 채소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귀하디 귀한 수입 채소님인데. 언젠가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바나나가 흔해 빠진 것과 비슷하게 컬리플라워도 그 정도로 가격이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는 그 싱싱한 과일과 채소들을 그냥 지나치지는 못했고 뭐라도 하나 사고 싶었다. 새로운 과일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지만 무난하게 적포도 한송이를 샀다. 우리나라 적포도와는 다르게 생겼었고, 매우 싱싱해 보였다. 씻어서 냉장고에 두었다가 알알이 떼어서 봉지에 담아 다음날 프라하에 가면서 먹었는데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특히나 평소에 과일을 잘 먹지 않는 J가 맛있게 먹어서 뿌듯함이 배가 되었다.


채소와 과일이 큼직큼직하고, 비닐이 거의 없이 진열되어있어 더 예뻐보였다.
시장에서 사온 포도, 비닐 없이 종이에만 싸서 주었고 진짜 맛있었다!

우리는 이날 제대로  식사를   먹었는데(점심에 베이글과 샐러드를 하나씩만 시켜서 나눠먹은  식사로 치지 않기로 한다면), 그건 잘츠부르크에서의 마지막 식사이기도 했다. 숙소에서 관광지 방향이 아닌 반대방향으로 향했다. 주요 관광지 근처에 있는 곳이 아니라 그런지 확실히 관광객들이 많이 올법한 곳은 아니었다. “Die Weisse”라는 이름의 펍이었다. 크기가   가게였고, 자리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먹게 되었다. 약간 시끌벅적하고 담배냄새가 났지만 잘츠부르크에서의 밤을 마무리하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짐 정리를 하는데, 짐이  많이 늘었다는  깨달았다. 스티글 양조장에서 구매한 맥주잔 2개를 더해 여행하는 동안 새로 산 잔만 모두 8잔이 되었고, 이것저것 소소한 기념품들이  늘어나 있었다. 이제 여행의 마지막 도시, 프라하로 향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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