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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호라 Aug 25. 2022

운동할 결심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헤어나지 못한 티를 내었으나 영화와 관련 없음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게 되면서 운동량이 어마어마하게 줄었다. 올해 1-2월까지 직장 다닐 때만 해도 전기자전거 아니면 걸어서, 그도 아니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던 나다. 거기에 더해 점심시간마다 늘 30분 정도 산책을 했으니 하루 만보 정도는 쉽게 채우곤 했다. 퇴근한 뒤 일주일에 사흘에서 나흘 정도는 헬스장을 가거나 클라이밍까지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운전으로 10분 만에 집에서 서점까지 출근하기 때문에, 출퇴근 길에 걸을 일이 없다. 점심시간의 산책도 없어졌다. 오전 11시에 출근하는 나는 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서점 내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으며 퇴근시간 때까지 서점 밖을 나가지 않는다. 걸을 일은 책을 정리할 때나 화장실을 갈 때뿐이다. 오후 8시에 서점을 닫는다. 이 시간에 퇴근을 하고 나면 미친 듯한 배고픔과 피곤함이 몰려와서 퇴근 후 ‘운동할 결심’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클라이밍을 한창 할 때는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퇴근 전에 과자 같은 간식만 먹고 가서 오후 10시까지 있다 나오곤 했는데, 그때의 내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그렇게 운동을 마친 뒤늦은 저녁에 운동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는 일도 꽤 잦았다. 아마도 그때 나에게 ‘운동할 결심’을 하게 만든 강력한 동기는 그런 ‘즐거움’이었다. 지금 운동할 결심을 쉽사리 하지 못하는 까닭은 이사를 오면서 함께 운동하던 친구들을 만날 수 없게 되었고, 그 탓에 운동하는 게 전보다 많이 심심해졌기 때문이다.


민망하게도 <내가 운동을 사랑하게 될 줄이야>라는 본격 클라이밍 영업 운동 에세이를 써놓고 출판한 이후부터 급격히 운동량이 줄었다. 그렇게 운동을 사랑하게 됐다고 공표까지 해놓고 운동을 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게 한동안 부끄러워서, 그나마 가끔씩 운동을 할 때마다 꼭 운동을 했다고 SNS에 티를 냈다. 그런데 나도 참 거짓말을 못하는 편이어서 그렇게 가끔씩 운동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내용에 꼭 ‘오랜만에’라는 말이 들어갔다. 오랜만에 했다는 티를 내지 않고 운동을 늘 꾸준히 하고 있는 척을 해야 하는 데 말이다. 어쨌든 다행히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쟤는 운동 에세이까지 써놓고 운동을 저렇게 안 해?’라고 누군가가 생각할지 몰라,라고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자의식 과잉이다. 자의식 과잉이라고 통찰하는 척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고백하 듯 글로 쓰는 것도 어쩌면, 혹여나 속으로 티 내지 않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을 향해 변명하듯 구구절절 늘어놓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운동할 결심’을 못하는 내게 운동과 헤어진 것이냐고 묻는다면, 내게 운동은 미결 사건으로 남아있다. 계속해서 운동을 할 생각을 한다. 운동할 생각을 할 때 운동을 하면 하루에 최소 한 시간은 운동할 텐데. 한때 클라이밍을 함께 했던 동료들의 여전한 클라이밍 사랑을 SNS로 염탐하며, 내 떠나온 과거를 그리워한다. 나는 왜 여전하지 못한 지. 마음만 먹으면 여전히 할 수 있긴 한데. 왜 지금 생각만 하고 있는 건지. 이 생각을 저 깊은 바다에 던져버리고만 싶다. 생각은 그만하고 그냥 사랑, 아니 운동하자고.


지금의 운동하지 않는 삶은 사실 편하다. 다만 이런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 끝도 없이 무기력해질 것만 같은 위기감이 든다. 운동을 좋아하기 전의 삶으로 되돌아갈까 봐 무섭기까지 하다. 클라이밍과 헬스를 꾸준히 하며 애써 만들어 둔 전완근과 등근육, 복근의 흔적이 말랑하게 녹고 있는 게 거울을 볼 때면 보이는 것만 같다. 그래서 더욱 애써 운동할 결심을 해 본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이 마지막 문장은 이진송 님의 운동 에세이 제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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