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즉 회사에 다니는 순간부터 사회생활의 시작이라고 많이 들었다. 일찍부터 경제활동을 시작한 친구들은 자주 말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하기 싫은 일, 하기 싫은 관계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라는 접두가 항상 싫었다. 사회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 옳지 않음을 자유와 여유로 증명하고 싶었다. '출퇴근 시간이 유연'하고, '자유로운 휴가 사용'과 '강제적이지 않은 회식'은 언제나 단골 멘트였다. 분명 친구들과 다른 조직 분위기를 조성했고, 적응하기에는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회사는 성과를 창출해야만 하는, 성과가 매출로 직결되는 조직이다. 결국, 수없이 외치고 다녔던 출퇴근 시간과 자유로운 휴가는 개인의 생활의 자유일 뿐 조직 내에의 자유는 아니다.
언제나 자유를 갈망했다. 회사에서는 정해진 일만 했고, 외적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여행을 떠나거나 술을 마시거나, 일컫는 사회생활과 나의 생활은 언제나 독립이었다. 하기 싫은 일은 제쳐두고, 하고 싶은 일에 더욱 몰두하였다. 그 순간만큼은 멋대로가 되어 헤엄쳤다. 자유가면을 쓰고 하루, 한주, 한 달에서사회와 자신을 분리하였지만,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만은 없음을 느꼈다.
째깍째깍
시간이 더해질수록 사회와 괴리가 생겼다. 누누이 말하고 다녔던 회사서 주는 자유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하기 싫은 일이 생기고 막상 눈 앞에 닥쳤을 때에는 지루했고 무기력했다. 스스로 설정한 페르조나가 무너지고 있었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 선생님께서는 말했다. 인간은 두 가지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내외부를 통합하는 의식의 중심인 '자아', 다른 하나는 내적 인격인 '그림자'라고 표현했다. 의식의 중심인 자아는 외부로 드러나는 정체성을 말한다. 이를 '페르조나'라고 한다.
만약 자아와 그림자의 불균형이 시작되면 내면의 그림자는 더욱 커진다. 한쪽의 균형이 무너진 괴리감은 우울, 무기력 또는 권태감을 느끼게끔 만든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 파리한 낯빛을 한 채 기력이 없는 모습으로 출근을 하였다. 최근 안색이 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피곤해서 그렇다고 대충 얼버무리고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난 커피와 담배를 물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봤다. 그 후 뒤를 돌아 나의 그림자를 보았다. 자유라고 위장했던, 하기 싫다고 내팽개친 일들이 쌓여 있었다. 여태 ~로부터 벗어나고픈 소극적 자유의 결과는 어쩔 수 없이 데드라인이 가장 임박한 일을 하나 집어 해야만 하게 만들었다.
스트레스는 나날이 쌓였고, 내가 외치던 자유의 그림자를 통제할 수 없었다. 그림자는 더욱이 커졌다. 등치가 커진 그림자가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