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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단상] 내 덕분이 아니다

by 쿨자몽에이드

스스로 앉을 수 있게 된 때부터 아기는 아침에 눈을 뜨면 기지개를 잠깐 편 후 즉시 벌떡 앉는다.


그리고는 나를 쳐다보며 방긋 웃는다.


남편은 아기가 일어나기 전에 출근하기 때문에 아침에는 아기랑 인사하지 못한다.


남편이 저녁에 돌아와서 안녕!하는순간 아기는 아빠를 보며 활짝 웃는다.


잘 웃어주는 우리 아기 덕분에 이는 우리 집의 루틴이다.


한 날은, 이런 생각이 들어서 남편에게 말했다.


아기가 우리를 좋아하는 건 우리가 잘해줘서가 아닌 거 같아.

아기는 그냥 우리가 엄마고 아빠라는 이유로 무조건 웃어주고 좋아해 주는 거 같아. 우리가 잘 못해도 아기는 엄마아빠라는 이유로 무조건 좋아한대.

그러니 우리가 잘해서 아기가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기한테 더더 잘해주도록 노력하자.


언젠가 책에서, 부모들은 부모들이 아이를 더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부모를 그보다 3배는 더 사랑한다는 글을 보고 내심 놀란 적이 있었다. 물론 증명되진 않았겠지만 그저 내게 와서 안기는 아기를 보면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이 주는 사랑의 깊이는 어느 정도 일까?

내가 우리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정말로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깊고 넓은데 우리 아기는 그보다 몇 배 더 나를 사랑해 준다니 그 작고 어린아이에게서 그렇게 깊고 넓은 마음과 사랑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싶다.


아이를 낳고 나서 아이가 갓 엄마를 알아보던 무렵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기는 내가 자기 엄마라서 엄마인 줄 아는 게 아니라 자기를 주로 돌봐주는 사람이니까 알아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닐까

마치 고양이가 집사(보호자)를 알아보듯이 아기와 부모의 관계도 그런 식으로 형성되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 드는 생각은


아무려면 어떠냐. 이제 나는 이 아이가 무조건적으로 주는 깊고 따뜻한 사랑의 햇살을 듬뿍 받는 엄마가 되었는걸.


생각해 보니 사람은 태어나 크게 두 번의 깊은 사랑을 받을 기회가 있구나 싶다.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도 듬뿍 받고, 아이를 낳아 아기의 사랑도 듬뿍 받고.


아이가 나를 사랑하고 언제나 방긋 웃어주는 건 내가 잘해준 덕분이 아니다.


내가 엄마라는 이유로 무조건적 사랑을 주는 것이다.


아기는 나를 보고 웃으려고 노력해서 웃는 것도 아니다 그냥 사랑해서 웃는 것이다


그런데 엄마인 나는 아기에게 '항상 방긋 웃는 얼굴로 대할게 '라고 쉬이 장담하기 어렵다.


사실은 노력해야 가능하다. 아기만 생각하면 언제나 방긋 웃을 수 있지만 외부적인 요인으로 근심이나 화에 휩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 생각하니 아기에게 미안해진다.


너는 항상 천사같이 방긋 웃어주는데 엄마는 노력해야 웃어줄 수 있거나 굳은 표정으로 대하는 경우도 있을 거 같아 미안해 우리 아기.


하지만 약속할게. 항상 무조건 사랑하고 너에 관한 모든 것을 수용하며 밝은 얼굴로 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엄마가 되려고 최대한 노력할게.


사랑해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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