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로 인도철학을 선택했지만 사실 처음부터 인도철학에 관심을 가진건 아니다. 석사로 요가를 공부했고, 박사도 인도철학을 하면 내가 좀 더 요가를 열심히 할 수 있어서 일 것 같은 마음에 박사를 진학했다. 요가는 다른 운동과 달리 기구가 없이도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할 수 있다는, 여성과 고령자에게 더 메리트를 발휘한다.
지금은 종교가 예전보다는 관심 밖으로 멀어졌고, 관심은 있으나 종교를 깊이 공부할 여유도 그리 많지 않다. 관심을 가진다 해도 그 본질이 아닌, 부수적 효과에 더 집중하기 마련이다.
종교를 정신문명vs물질문명, 즉 물질문명에 반사개념인 정신문명이라고 지칭하는거에 좀 부당함이 있는것 같다. 종교를 오히려 '인생 탐구 학문' 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 듯 하다. 왜 태어났으며, 살아야 하는 목적은 뭐고, 고통은 왜 생기며, 어떻게 해야 잘 사는거고, 어떻게 죽어야 잘 죽는것인가? 대체로 종교는 이런 문제를 탐구해왔다. 종교가 처음부터 완벽한 형태로 있어온 것 같지만 사실 현대 대중종교의 원형이 되는 힌두교나 불교는 비판과 토론의 과정에서 발전하고 진화해왔고 이것이 지금의 주요 종교의 모습으로까지 도달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튀르키예는 다른 어느 곳 보다 사람들이 친절하고, 가족관계가 좋으며, 사회적 도덕이 잘 잡혀있는 곳이라고 말하고싶다. 우리가 여행가는 곳은 대도시 이스탄불처럼 뜨내기들이 많이 몰려오는 여행지라서 그런 곳은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지진피해지역은 고대부터 역사가 아주 깊은, 초기 인류문명이 형성된 곳들이다. 그리고 아직도 독실한 이슬람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뉴스를 보다가 한 인터뷰가 눈길을 끌었는데 이번 비극을 본인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런 재앙은 사람들의 죄악의 탓입니다"
죄악? 죄악으로 치면 더한 곳들이 많다. 나쁜짓 한 나라들이 더 잘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오히려 저런 생각들이 비극을 가져온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비극이 오면 원인부터 제대로 알아야 대처를 할 수가 있고, 다시는 반복이 되지 않도록 예방을 할수가 있다.
석가모니가 가장 고민했던건 '고통'이다. 우리 인생은 왜 그리 고통에 가득차있으며 이걸 어떻게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이다. 해결의 핵심은 '무지'이다. 그런데 여기서의 '무지'는 흔히 생각하는 '지식이 없음'이 아니다. 고통이 생겼을때 그것이 나의 감정과 마음의 작용일 뿐이라는 걸 모르고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무지'를 말하는 것이다. 모든건 '공空'이라 슬퍼할 이유도, 행복해야 할 이유도 없다. 만약에 석가가 지금으로 다시 와서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불상을 본다면 대노하실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게 모든게 공空이라 강조했건만, 너희들은 대체 뭘 알아들은거니?"
석가는 신으로 추앙받는걸 원치 않으셨을 것이다.
<참고> 공 空 : 영원한 것은 없음, 본질은 없음
많은 종교에서 고민했던 비극(고통)의 원인 한번 정리해보았다.
-주역 : 이미 짜여진 내 운명의 프로그램(운이 나빠서)
-유교: 심성이 타락해서
-도교 : 자연과 멀어진 삶
-힌두교(바라문) : 신께 제사를 올리지 않아서 신이 노한 것 + 전생의 업
-요가 : 마음이 낮은 차원(물질계)에 머물러있음
-불교 : 우주의 이치에 따라 우연히 생긴것(연기) + 업 ==> 무지와 결합
-탄트라 : 좋고 나쁨을 구분짓는 무지
-기독교(구약): 다른 신을 섬겨서 신이 노한 것, 죄악으로 타락해서
-기독교(신약): 신이 인간을 위한 뜻에 따라 계획한 것
-이슬람교 : 기독교와 비슷
사람들이 종교와 철학에 관심을 두면서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 어렵고 심오하고 복잡하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이런게 당연할 수 있다. 대부분의 종교나 철학 서적들이 어려운 용어를 써가면서, 장문의 말로 서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교란게 알고보면 여러가지 난해한 말로 이야기 하고 있어도 그 의미는 항상 같은걸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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